1월 26일,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서울 청담동 명품 패션거리의 한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세련된 정장으로 멋을 낸 이들 사이로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써니와 f(x)의 루나, 배우 차예련과 하석진 등의 얼굴이 보였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럭셔리 핸드백 브랜드 ‘지안프랑코 로띠(Gianfranco Lotti)’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했다.
지안프랑코 로띠의 프랑코 루카 최고경영자(CEO)와 지안프랑코 로띠 창업자는 “서울은 중국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안프랑코 로띠의 프랑코 루카 최고경영자(CEO)와 지안프랑코 로띠 창업자는 “서울은 중국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안프랑코 로띠는 1968년 이탈리아 가죽 산업의 중심인 피렌체에서 가죽 장인인 지안프랑코 로띠가 자신의 이름을 따 창업했다. 명품 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평생 보증 서비스와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맞춤 생산 프로그램(one piece only)으로 이탈리아에서 구찌, 프라다 등과 경쟁하던 지안프랑코 로띠는 2013년 독일계 사모펀드 할더(Halder)에 인수된 뒤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핸드백이 전시된 매장 안에서 창업자 지안프랑코 로띠와 최고경영자(CEO) 프랑코 루카(Franco Luca)를 <이코노미조선>이 단독으로 만났다. 이탈리아계 독일인인 루카는 유창한 영어로 저성장 시대의 성장 전략과 명품 시장의 동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띠는 제품 생산과 디자인에 대한 답변을 도왔다.


- 한국 진출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론칭을 위한 시장조사를 하러 지난해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서울은 우리가 아시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는 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에 이은 3위의 명품시장으로 자체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지만, 중국인들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중국에서는 2014년 충칭(重慶)에 첫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중국인들이 선망하는 한국에서 성공하면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 세계 명품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경기 둔화에다 중국 정부가 강도 높게 밀어붙이고 있는 부패 척결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명품업계 전체가 일정 부분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죽었다기보다는 과열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많은 중국인이 여전히 유럽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명품을 사들이지요. 구매 결정에 예전보다 더 신중해진 것 같긴 합니다.”

- 중국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닌 충칭에 먼저 진출한 이유가 뭔가요.
“충칭이 상하이보다 작다고 하지만 인구 규모로 이탈리아의 절반입니다. 충칭을 비롯한 지역 중심도시에 먼저 입점한 후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등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유럽에 다녀간 중국인 중에는 이들 도시 출신이 북경이나 베이징 출신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우선 지역 거점 도시를 공략하는 것이 판매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명품업계 특성상 매출을 공개하진 않고 있지만, 중국 진출 첫해에 판매 목표를 넘어섰고 이후 매출과 수익 모두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중국 5개 도시에 추가로 입점할 계획입니다.”

루카 대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스위스의 로잔 경영대학(BSL)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아메리칸 파이낸셜 그룹의 화장품 부문 대표와 독일 화장품 기업 게카(Geka GmbH)의 대표를 역임하며 마케팅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 ‘명품’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품질과 가격 등 충족해야 할 요건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가격보다는 희소성(rarity)이 더 중요합니다. 전통과 품질은 기본이고 여기에 희소성이 있어야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억지로 조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희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 하죠. 우리 경우에는 피렌체에서 오랜 시간 이어온 장인정신(craftsmanship)이 그 바탕입니다. 모든 사람이 우리 핸드백을 들고 다닐 날이 올 수도 없겠지만 오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띠는 “수작업으로 지안프랑코 로띠의 핸드백 하나를 만들려면 120개의 가죽과 메탈 조각이 필요하다”며 “명품 핸드백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매력적이며 비밀스러운 것”이라고 거들었다. 로띠는 14세에 피렌체의 가죽 공방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도제식 교육은 피렌체 장인 전통의 중요한 부분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작업방식에 매력을 느끼는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점점 줄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 일단 명품으로 인정받으면 경기 변화에 영향을 덜 받게 되는 건가요?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는 럭셔리 브랜드를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합니다. 가장 대중적인 ‘접근 가능(accessible)’ 브랜드, 그 다음 단계인 ‘구매 가능(affordable)’ 브랜드, 가장 윗 단계인 ‘절대(absolute)’ 브랜드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것은 중간에 낀 ‘구매 가능’ 브랜드입니다. 그 다음은 대중적인 브랜드입니다. 절대적인 브랜드는 경기 영향을 가장 적게 받습니다. 물론 지안프랑코 로띠는 절대 브랜드에 속합니다.

지안프랑코 로띠 핸드백의 평균 가격은 350만~400만원이다. 가격면에서는 그가 ‘절대 브랜드’의 예로 언급한 루이뷔통이나 샤넬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이다.

- 명품 패션업체 중에서도 유일하게 평생 보증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파리와 런던, 두바이 등 전 세계에서 팔리는 지안프랑코 로띠 제품은 모두 피렌체에서 만듭니다. 생산 원료와 부품들도 모두 생산지로부터 반경 50km 이내인 곳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원료 공급과 제품 생산을 위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갖춰졌기 때문에 평생 보장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죠.”

프랑코 루카 CEO는 지안프랑코 로띠 제품의 희소성의 근원으로 피렌체에서 오랜 시간 이어온 장인정신(craftsmanship)을 꼽았다.
프랑코 루카 CEO는 지안프랑코 로띠 제품의 희소성의 근원으로 피렌체에서 오랜 시간 이어온 장인정신(craftsmanship)을 꼽았다.

- 국제유가 하락으로 명품업계도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가장 지출이 큰 부분이 가죽과 금속 등 재료인데 유가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진 않습니다. 그 다음으로 비용이 많이 나가는 게 임금인데 역시 유가와 큰 상관이 없어요. 오히려 유가 하락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 유가 하락으로 명품업체가 손해를 본다? 이유가 뭔가요.
“중국 못지않게 중동이 매출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의 매장에서도 매출의 절반은 중동 출신에게서 나옵니다. 유가가 떨어져 중동 산유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중동의 구매력이 감소돼 명품업계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 온라인쇼핑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명품 패션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는지요.
“럭셔리 패션 아이템의 경우에도 구매에 앞서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구매자의 85~90%는 직접 매장에 가서 구매합니다. 고가의 제품이라 직접 물건을 봐야 마음이 놓이기도 하겠지만, 매장을 둘러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경쟁자로 생각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굳이 이름을 대라고 하면 에르메스(Hermes)를 꼽겠습니다. 우리가 속한 사업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이 에르메스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목표는 ‘이탈리아의 에르메스(Hermes)’처럼 되는 것입니다(에르메스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