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 넷마블의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넷마블의 해외 진출전략과 상장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의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넷마블의 해외 진출전략과 상장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등을 해도 2000억원 매출이 고작입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에서 1등 게임이 되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둡니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 도약을 이뤄내겠습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대대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2월 18일 서울 여의도동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다. 넷마블은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레이븐’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게임업계 2위 엔씨소프트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방 의장의 판단이다. 또 올해 말에서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디즈니콘텐츠 기반 게임 앞세워 해외 공략

이날 넷마블은 올해 내놓을 26종의 신작 게임을 공개했다. 각 게임을 소개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는 ‘글로벌’이었다. 웬만한 대규모 게임들은 미국·일본·중국 등 특정 국가 시장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승원 글로벌전략 담당 부사장은 “2016년에는 반드시 큰 성과를 내고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넷마블은 미국 10종, 일본 9종, 중국 4종의 게임을 각각 현지 맞춤형 게임으로 내놓는다. 가장 먼저 공개된 게임은 ‘모두의 마블 디즈니(가칭)’였다. 넷마블은 인기 고전 보드게임 ‘부루마블’을 모바일에 맞춰 재해석해 큰 인기를 끌었던 모두의 마블을 미국·유럽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바꿔 4~6월 새로 출시한다. 소개 동영상에는 백설공주와 동화 피터팬의 후크선장이 등장해 게임을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백영훈 사업전략 담당 부사장은 “서구권 이용자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디즈니가 보유한 ‘마블코믹스’의 인기 만화 캐릭터들을 사용한 액션 게임 ‘마블퓨처파이트’를 출시했다. 여기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콘텐츠에 기반을 둔 게임을 제작하겠다는 전략이다. 연말에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활용한 게임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자회사 동시 투입해 게임 현지화

넷마블은 지난해 제휴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와 ‘블레이드앤소울’,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등 PC용 온라인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에 기반을 둔 모바일 RPG(역할 수행 게임)도 내놓는다. 리니지2의 경우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별도의 현지화 타이틀을 제작할 계획이다. 넷마블이 2000년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산 전략 PRG ‘스톤에이지’ 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도 출시한다. 권영식 넷마블 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인지도 높은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게임제작 자회사(스튜디오)들을 대거 투입해 게임별로 나라별 맞춤형 타이틀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권 사장은 “2월 초 일본 시장에 내놓은 ‘세븐나이츠’의 경우 이전에 국내에 출시한 것과 UI(유저인터페이스) 등 게임 조작 방식, 그래픽, 비즈니스모델 등이 완전히 달라 새로운 게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이러한 맞춤형 게임을 동시에 내놓기 위해 여러 스튜디오들이 동시에 개발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자회사 넷마블몬스터와 넷마블ST의 합병도 발표했다. 두 스튜디오는 각각 ‘몬스터 길들이기’, ‘레이븐’ 등 넷마블의 대표작을 개발했다. 방 의장은 “각 자회사 대표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재 20여개 정도인 스튜디오들을 합쳐 ‘규모의 경제’를 도모해야 한다는 게 넷마블의 판단이다. 넷마블의 공격적인 행보는 해외 매출의 가파른 증가세와 궤를 같이 한다. 2015년 4분기 넷마블의 해외 매출 비중은 40%로 2015년 전체 28%와 비교해 12%포인트 높다.


상장은 코스피, 나스닥 둘 중 하나

방 의장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해 한국 게임업계의 ‘글로벌 파이어니어(pioneer·개척자)’가 되겠다는 게 넷마블의 목표”라며 “규모의 경쟁에서 선두 업체에 밀리지 않으려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IPO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적극적인 M&A로 규모를 키우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장으로 확보되는 자금은 M&A, 글로벌 마케팅, 미래사업 투자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 의장은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역설했다. “해외 선두 업체는 3대 시장인 미국·일본·중국에서 대규모 마케팅 공세로 인지도와 매출을 높인 뒤 여기서 벌어들인 자금을 인근 국가 시장에 투입해 수익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해외 게임이 선두권에 다수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매출을 2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2월 4일 20개 정도의 국내외 증권사를 초청해 IPO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넷마블이 제공한 입찰제안요청서(RPF)에는 올해 말을 전후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방 의장은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어느 나라에서 IPO를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주 매출 비중 등 구체적인 IPO 방침에 대해서도 “명확한 전략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