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에서 참으로 공감한 대사가 있었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주인공 덕수가 한 말이다. 어느 시대를 살 건 세상 모든 부모들은 내 자식만은 좀 더 좋은 세상에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부모 마음을 과감하게 실행한 부모가 있었다. 바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부부다. 그는 딸의 탄생을 기념해 자신의 페이스북 지분 99%(약 52조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딸에게 쓴 편지에서 “우린 모든 부모들처럼 네가 지금의 세상보다 더 나은 곳에서 자라길 바란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청년 자수성가 부호이기에 평소 필자에게 저커버그의 인상을 읽어달라는 요청이 많았었다. 한 마디로 그는 부자의 상(像)이라기보다는 용기 있는 장수의 상이다. 지분 99%라면 ‘거의 다’를 내놓는 것인데, 웬만한 용기와 장수다운 배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흔히 부자라 하면 얼굴이 부처처럼 둥글게 살집이 붙어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것은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이다. 서양인은 얼굴 골격 구조가 동양인에 비해 좁고 길다. 영국 왕실집안 남자의 얼굴이나 조지 부시(George Bush) 전 미국 대통령 집안의 세로로 좁은 얼굴이 전형적인 서구의 귀족상이다. 귀족이란 부와 명예를 동시에 지닌 사람들이다. 저커버그의 얼굴 역시 귀족의 기품이 흐른다.

부자의 상에서 핵심 포인트는 건강한 얼굴색과 탄력이다. 사업에도 성공하고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해 딸까지 얻은 저커버그 역시 밝은 찰색과 탱탱한 탄력을 지니고 있다.

관골보다 약간 넓은 이마를 보면 그는 탁월한 두뇌의 소유자다. 눈썹이 곱게 잘 누워있어 인간관계가 매끄럽지만 눈썹 아래근육(미골)이 발달한 것으로 보아 일할 때는 적극적이다. 그가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고안하고 성장시켜낸 것은 인맥을 중시하는 눈썹의 상과 무관치 않다. 눈빛에서는 그윽하고 맑은 기운이 넘친다. 눈은 마음의 창이 아닌가. 기운이 선한 시기에 와있으니 저렇듯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선뜻 기부를 한 것이며, 멀리 내다보는 그윽한 눈빛이 있어 딸의 세상까지 내다본 것이다.

그의 얼굴은 보통 서양 사람과는 다르게 눈두덩이(전택궁)에 살집이 두둑하다. 언젠가 목사와 스님에게 헌금이나 시주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인상적 특징을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다. 한결같은 대답이 ‘눈두덩이 두둑한 사람’이었다. 눈두덩이가 두둑하면 눈 딱 감고 한몫의 재산을 뚝 떼어 내놓을 수 있는 담력이 있으며 도량이 넓고 사람을 한번 믿으면 따져 묻지 않고 끝까지 믿는 신의가 있다.


딸의 세상까지 내다본 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고안하고 성장시켜낸 것은 ‘인맥을 중시하는 눈썹의 상’과 무관치 않다. 그의 눈빛은 그윽하고 맑은 기운이 넘친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고안하고 성장시켜낸 것은 ‘인맥을 중시하는 눈썹의 상’과 무관치 않다. 그의 눈빛은 그윽하고 맑은 기운이 넘친다.

“마크 저커버그 정도의 재산이라면 1%만 남겨 놔도 평생 먹고 살 걸요? 저도 그 정도 부자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을 거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아하니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눈이 움푹 들어가 눈두덩이에 살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코가 튼실하고 잘 생겨서 건강하고 자신의 위상도 높다. 평소 잘 웃는 사람이라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 목의 두께가 얼굴 크기와 비슷할 만큼 굵어 강한 체력을 지니고 있다. 사실 99%를 내놓더라도 그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젊음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

인상학에서 겉으로 드러난 상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상’이다. 바로 마음의 상이다. 보이지 않는 상을 잘 가꾸고 있는 저커버그는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이다. 지금의 99%보다 더 큰 가치의 일을 해낼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부호이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Bill Gates)와 그의 아내 멜린다(Melinda)도 저커버그 부부의 기부에 관해 “지금 심은 씨앗이 자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재미있는 예화가 있다. 인상학에서 코는 재백궁이라 하여 재물을 나타내는 자리다. 어떤 남자의 콧방울에 큰 점이 하나 붙어 있었다. 코의 점은 곳간에서 곡식을 조금씩 축내는 쥐 한 마리에 비유할 수 있다. 어느 관상가로부터 그 말을 들은 남자는 피부과에 가서 그 점을 파내버렸다. 남자는 쥐를 깨끗이 제거했으니 이제부터 재물이 새나가는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후로 돈이 쑥쑥 나가기 시작했다. 쥐가 살지 않는 곳간은 먹을 것이 없는 곳간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쥐 한 마리에게도 나누어주지 않고 다 가지려 하는 심보가 그의 복(福)을 앗아간 것이었다. 대부분의 가진 사람들은 ‘이제 충분하다’며 손 놓기보다 더 가지려 들기 마련이다. 성경에도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적혀있다.

저커버그의 기부를 보면서 우리나라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기부란 꼭 부자들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평생 김밥장사를 해서 모은 수억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할머니가 있고, 구두닦이를 해서 평생 모은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아저씨도 있지 않았는가.

복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먼저 복을 지을 때 복이 들어온다. 선덕(善德)은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귀한 선물이 된다. 스스로 지은 선물에 흡족하고 기쁨을 느낀다면 마음이 밝고 평안해진다. 마음이 평안하면 자연스럽게 얼굴 찰색이 환해지고 피부에도 탄력이 생긴다. 운기가 좋아지고 재물도 따라온다. 새해 인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가 돼야 하는 이유다. 작은 것이라도 복을 지으면서 우리 아들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책임을 조금씩 나누어 지는, 그윽한 눈빛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2016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년간 대학교, 정부, 민간 기업체에서 ‘얼굴경영’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