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타불라(Taboola)’라는 신생업체가 야후,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IT(정보기술) 공룡을 제친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컴스코어 발표에 따르면 타불라는 2015년 10월 한 달 동안 데스크톱 기준 순사용자(Unique Visitors, UV) 1억8022만명을 기록했다. 글로벌 온라인 광고 시장 2위에 오른 것이다. 야후(1억4821만명)가 3위, 페이스북(1억4314만명)이 6위, 유튜브(1억761만명)가 8위를 기록했다. 현재 타불라는 1위인 구글(1억9499만명)을 맹추격하고 있다.
타불라는 ‘콘텐츠 디스커버리 서비스’ 업체다. 웹사이트 방문자가 소비하는 콘텐츠, 지역, 소셜미디어 이용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가 방문자가 많이 보는 유형의 기사 데이터를 축적해 비슷한 기사를 추천해주는 것과 유사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유형을 ‘추천엔진’이라 부르며 온라인 광고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소비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배너광고, 연관 검색어를 이용한 수준의 단순한 콘텐츠 노출에 지친 소비자는 물론 광고 효과를 제대로 측정해 예산을 집행하려는 기업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다.
디스커버리 서비스 업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타불라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 국내 디지털 광고대행사인 ‘퍼플프렌즈’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추천 엔진’의 시대를 열려고 하는 것이다.
타불라를 이끄는 아담 싱골다(Adam Singolda, 35) 대표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사람이 일일이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알아서 찾아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개인화 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타불라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뉴욕 본사에서 근무하는 싱골다 대표는 이스라엘 출신이다. 그는 “공식적인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기술센터가 타불라의 심장부”라고 말했다. 싱골다 대표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이스라엘 군 조직 IDF(Israel Defense Forces)의 연구개발(R&D) 매니저로 근무했다. 그는 “IDF에서 이스라엘 국가 정보를 암호화해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소비자와 기술 기업에 필요한 응용 수학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여기에 군 경험을 더해 타불라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타불라는 글로벌 펀드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 글로벌 케이블TV 컴캐스트, 야후 재팬, 바이두(百度) 등으로부터 약 1600억원을 투자받았다. 2012년 100만달러(약 1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약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추천검색’이라는 타불라를 설립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타불라는 ‘정보가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합니다. 2006년 군 제대 후 TV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수백 개 채널이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채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TV는 내가 좋아하는 채널을 추천해주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채널을 돌리는 게 아니라 TV가 알아서 보여주는 서비스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창업하게 됐습니다.”
싱골다 대표는 ‘개인화 된 미래’를 강조한다. 그는 구글 등 검색엔진은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키워드를 알아야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불편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개인화 된 서비스가 일상화하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사람을 찾아가는 서비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타불라는 이런 시대를 대비해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추천하고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 정보를 어떻게 추천하는 건가요.
“우리는 9년 이상 디스커버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추천 엔진이라고 할 수 있죠. 검색 엔진과 반대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타불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정보를 찾지 않습니다. 대신 소비 콘텐츠, 위치, 소셜 미디어, 사용자 행동 등 다양한 신호를 분석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현재 페이지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갔는지, 제품을 구매했는지,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는지 등을 근거로 합니다.”
추천과 검색은 차이가 있습니까.
“USA투데이는 타불라의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축구 기사를 클릭해 다른 매체 사이트에 들어갔다고 가정해보죠. 그러면 축구와 관련 있는 콘텐츠만 소비자가 보고 있는 기사 하단에 노출됩니다. 하지만 타불라 플랫폼을 사용하는 USA투데이의 경우, 축구와 관련된 콘텐츠뿐 아니라 그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다른 분야의 콘텐츠도 올라옵니다. 가령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는 분석이 나왔다면 축구와 전혀 관계가 없는 화장품 관련 콘텐츠가 노출되는 식입니다.”
타불라는 사업 초창기 비디오만 추천했다. 이후 기사, 갤러리, 애니메이션 등으로 추천 콘텐츠를 확대했다. 그러면서 미디어 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현재 타불라는 전 세계적으로 USA투데이, NBC뉴스, 데일리메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재팬, AOL, NDTV 등 글로벌 매체 및 기업과 사업을 하고 있다. 타불라의 비즈니스를 요약하면 이렇다. 소비자가 타불라 플랫폼을 사용하는 매체의 기사를 클릭해 그 매체의 사이트에 들어갔다. 기사 하단에 6개 콘텐츠가 노출된다. 그 중 3개는 기사 콘텐츠이고 3개는 광고 콘텐츠다. 물론 타불라 플랫폼에 의해 추천된 콘텐츠다. 수익은 광고를 클릭하는 순간 광고주로부터 발생한다. 그 중 일부는 광고할 수 있는 사이트를 제공한 매체에 돌아간다.
글로벌 미디어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사와 제휴하는데 일반적인 포털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타불라 추천 엔진을 활용해 콘텐츠를 추천함으로써 소비자가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두번째는 광고주를 연결, 매체와 광고주 모두 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광고 역시 배너 광고가 아닙니다. 소비자 분석을 통해 추천된 광고에 스토리를 입혔습니다. 이를 ‘네이티브 광고’라고 합니다. 천연 제품 브랜드를 예로 들어 보죠. 사이트에 단순히 제품 광고를 띄우는 게 아닙니다.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그 효과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타불라’라는 회사명이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타불라는 라틴어 ‘Tabula Rasa’에서 나온 말로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종이인 백지’를 뜻합니다. 수학적으로는 변수를 미리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등식을 푼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타불라가 미디어를 방문하는 사용자를 모르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예측한다는 콘셉트와 일맥상통합니다. 또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 이름을 보면 ‘oo’가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야후(Yahoo) 등이 그렇습니다. 우리도 사명에 ‘oo’가 들어가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타불라(Taboola)라고 했습니다.”
컴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타불라는 높은 도달률과 클릭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불라는 월간 3000억회 이상의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콘텐츠를 소비자가 보는 비율(도달률)은 77.6%에 달합니다. 이는 야후, 페이스북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미국인 한 명이 월 평균 60번 타불라 시스템을 접하고 있습니다.
실적은 어떻습니까.
“2012년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후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해 약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라틴아메리카, 유럽, 아시아태평양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의 온라인 광고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 ‘추천’ ‘개인화’란 콘셉트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 변화를 타불라가 주도할 계획입니다.”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이트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 변화를 주기가 쉽진 않아 보입니다.
“콘텐츠 소비 경향에 따라 사용자가 나눠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형 포털은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반면 타불라는 철저히 개인화 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때문에 한국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검색과 추천 두 시장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편이 이길지 알 수 있겠죠. 소비자는 편한 쪽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시장 강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모바일 문화가 강합니다.
“온라인 광고 역시 모바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흐름입니다. 사용자의 다양한 신호를 분석, 그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타불라의 콘셉트는 같습니다. 모바일 안에서 어떻게 하면 콘텐츠를 보다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아담 싱골다
1981년 생, 이스라엘 태생, 이스라엘 군 조직 IDF(Israel Defense Forces) 전산교육학교, IDF 사관학교, 영국 개방대학교(Open University) 수학과, IDF R&D매니저, 2007년 타불라 설립.
기존 검색 엔진은 사용자가 정보를 찾기 위해 키워드를 검색해야 했다. 하지만 추천 엔진은 사용자가 소비하는 콘텐츠, 지역,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신호를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를 콘텐츠 디스커버리 서비스, 개인화 된 추천 서비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