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인수합병(M&A)을 한다. 규모의 경제, 비용 절감, 사업 간 시너지 효과, 다각화 등등이다. 좀 더 원활한 기업 활동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M&A는 사회적으로 유익하다. 단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해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할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M&A를 심사하는 것은 이 예외적인 경우를 솎아내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도 같은 잣대로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CJ헬로비전의 핵심 사업은 케이블TV(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MSO)다. 케이블TV와 인터넷TV(IPTV)를 모두 고려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15.4%(2014년 말 기준)다. SK텔레콤의 IPTV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은 10.3% 정도다. 결국 이번 합병으로 바뀌는 SK텔레콤의 지위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 25.7%의 사업자가 되는 것밖에 없다. 경쟁자를 제거하고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합병해도 점유율 25.7%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매우 경쟁적인데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어 점유율 이상의 경쟁 강도를 갖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은 전통적으로 CJ헬로비전 등 케이블TV 업체가 장악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케이블TV 업계는 통신사들의 IPTV 서비스 성장에 점유율이 계속 하락세다. 1위 사업자인 KT(28.4%)를 제외하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IPTV 업체와 CJ헬로비전, 씨앤앰, 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15%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요금 인하, 설비 투자, 마케팅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고 있지만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등과 비교하면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은 최저 수준이다. 유료방송업계는 재원 부족으로 OTT(인터넷 동영상, Over The Top) 서비스, 모바일 영상 서비스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번 합병 결정 이전부터 여러 M&A 시나리오가 거론됐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은 유료방송시장 구조조정의 신호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동태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M&A 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오히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높다. 1위 사업자인 KT에 맞서는 강력한 2위 사업자가 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선두를 놓고 벌이는 다툼이 본격화되면 지금보다 한층 격화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결합상품경쟁 본격화 이후 SKT 점유율 줄어

이번 M&A를 놓고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 또 역으로 유료방송서비스를 이용한 이동통신시장 지배력 강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하지만 핵심은 어디까지나 유료방송시장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에서 부동의 1위 사업자인 만큼 합병으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합병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여러 서비스를 묶어 파는 결합판매를 통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다른 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합병 이전에도 SK텔레콤을 겨냥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리고 구체적인 물증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통신사의 유무선, 유료방송 결합 서비스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이동통신 1위인 SK와 유선통신 1위인 KT의 점유율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신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유무선 양쪽에서 점유율이 늘었다. 이동통신시장에서 알뜰폰(MVNO) 등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도 했다.

결합판매의 활성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대부분의 경우 가격 할인을 통해 경쟁을 촉진시키고 가계통신비를 절감시킨다. 또 결합 판매로 인한 지배력 강화를 우려한 정부가 여러 규제 장치를 마련해둔 상태다.

지난 2007년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전신(前身)인 하나로통신을 인수했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결합 판매를 통한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 전이 및 강화 가능성 주장도 판박이처럼 제기됐다. 하지만 그 후 8년이 지난 현재 통신시장의 경쟁이 약화됐다는 증거는 없다. 결합판매를 통해 시장을 넘나드는 경쟁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개별시장에서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낮아지고 하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늘었다.

경쟁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이번 합병이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M&A로 인해 경쟁이 줄어들면 다른 기업들도 수혜를 입는다. 가만히 있어도 시장 가격이 올라가므로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점유율을 확대하거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M&A가 이를 추진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경쟁자 입장에서 위협이 된다. 현실에서는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반대가 유난히 격렬하다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요소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경쟁을 제한하는 M&A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규제의 목적은 오로지 소비자 후생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결코 경쟁 회사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 권남훈
서울대 경제학, 미국 스탠포드대 경제학 박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산업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