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안경훈(53) 얍 컴퍼니(이하 얍) 대표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관련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300조~5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 소비자가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가 기저귀 판매대 앞에 섰다. 그러자 스마트폰에 각 사의 기저귀 제품과 할인 목록이 쭉 뜬다. 소비자는 각 제품의 특징을 살피고 보다 저렴한 기저귀를 구매하면 된다. 안 대표가 말하는 ‘현명한 구매’다. 실제로 얍은 CU, GS 등 편의점과 이런 O2O 서비스를 구축했다. 유통만이 아니다. 음식, 여행도 얍의 사업 분야다. 성장 가치를 인정받은 얍은 2015년 7월 중국 유통 재벌인 뉴월드 그룹으로부터 220억원을 투자받았다.
2월 15일 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얍 본사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회사에 들어서자 ‘현명한 플랫폼’이라는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그는 ‘얍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얍의 목표이자 철학입니다.” 그는 “현재 얍이 지닌 6개 애플리케이션(앱)과 국내 대기업과 통합, 연동 작업 중”이라며 “3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O2O 연합군을 만들어 시장을 이끌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3년 얍을 설립하기에 앞서 2006년 모바일 전자지갑을 시장에 내놨다 실패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굳이 원인을 찾자면 시대를 앞서 간 게 패착(敗着)이었습니다. 2006년 당시 피처폰 시대였고, 전자지갑을 사용할 소비자가 없었죠. 혼자 시장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9년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시장이 O2O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죠. 한 번 실패했는데 두 번째는 성공해야죠.”
O2O 시장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나요.
“통계를 보죠. 국내 결제 금액은 약 1100조원에 달합니다. 이 중 소비자 결제 금액은 300조~500조원 규모입니다. 50조원이 온라인 거래고 나머지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합니다. 이 오프라인 시장이 모바일 발전으로 인해 온라인화 되고 있습니다. 바로 O2O 시장이죠.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모바일로 검색하고 비교 구매(결제)하는 것이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네이버, 카카오톡, 쿠팡 등 국내 인터넷 포털, 소셜 커머스업체도 O2O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과 맞서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얍의 핵심 경쟁력은 ‘비콘(beacon)’입니다. 기존 비콘은 블루투스 기반입니다. O2O 업체가 스마트폰 블루투스를 켜 놓은 사람에게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블루투스를 켜고 다니는 사람은 스마트폰 사용자 중 20~30%에 불과합니다. 또 기존 비콘은 거리를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 상점을 지나가거나 근처에만 있어도 관련 정보가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전달되는 것이죠. 소비자 입장에선 관심도 없는데 짜증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얍의 비콘은 다릅니다. 블루투스를 켜 놓지 않아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거리도 1m부터 조절이 가능합니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가면 ‘딱’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죠. 말은 쉽지만 상당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실을 연결하는 비콘 기술은 얍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안경훈 대표는 O2O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비콘과 함께 2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매력적인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가’와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느냐’다. 안 대표에 따르면, 얍은 비콘과 매력적인 콘텐츠 조건은 충족했다. 하지만 사용자 확보는 아직 부족하다. 그는 어떤 보완책을 가지고 있을까.
얍이 지닌 매력적인 콘텐츠는 무엇입니까.
“음식업을 보죠. 많은 모바일 앱이 지역별로 맛집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진짜로 맛있는 음식점일까요? 광고 때문에 추천되는 맛집도 많습니다. 얍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했습니다. 일반 소비자와 전문가 평가입니다. 특히 전문가 평가는 진짜 맛있는 집이 아니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듭니다.”
음식업 이외에도 유통, 여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음식과 유통 사업 비중이 가장 큽니다. 소비자 결제 시장(300조~500조원)에서 두 개 분야가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약 60%에 달합니다. 호텔 여행 서비스를 위해 호텔, 레스토랑 예약 앱 ‘세일 투나잇’을 인수했습니다. 규모가 큰 것부터 시작해 카테고리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O2O 기업 성장을 위한 마지막 조건인 사용자 확보 측면은 약해 보입니다.
“네이버, 카카오톡과 비교하면 사용자 측면에서 얍이 밀립니다. 그래서 지하철 종결자(얍 서브웨이), 스마트 버스(얍 버스), 세일 투나잇 등의 앱을 인수해 사용자를 늘렸습니다. 현재 얍의 6개(얍, 얍 플레이스, 얍 유커(遊客) 포함) 앱 사용자 수를 모두 더하면 2600만명입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거대 O2O 연합군’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인수합병(M&A)이 첫 번째 보완책이자 성장 전략이었다면 두 번째는 거대 사업자와의 협력입니다. 현재 국내 대기업 3곳과 협의가 마무리 중입니다. 거대 O2O 연합군을 만들어 시장을 이끌 계획입니다.”
O2O 연합군의 구체적인 모습은 언제 볼 수 있을까요.
“현재 시스템을 통합, 연동하는 과정 중입니다. 3월에 1차 오픈할 예정입니다. 기존 6개 얍의 앱을 보완하는 형태입니다. 검색부터 대화 기능까지 강화한 진짜 얍의 모습은 6월쯤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매출은 없습니까.
“아직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료화 시점을 보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도 활발합니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이 눈에 띕니다.
“얍의 해외 진출 핵심은 비콘입니다. 각 나라에는 O2O 서비스를 하려는 IT, 포털 거대 사업자가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비콘 기술을 원합니다. 그들과 연합해 그 나라에 진출하는 게 얍의 전략입니다. 중국에선 ‘IT 3강(BAT)’이라고 불리는 바이두(百度),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騰訊) 중 한 곳과 O2O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프라인 강자인 뉴월드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연합전선을 구축했습니다.”
▒ 안경훈
서강대 경영학과, 모바일 전자지갑 마케팅 플랫폼 구축 업체 MCOM 前 대표, 한국 CRM 협회 부회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한국ICT위원회 위원, 얍 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