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시장이 설립되고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한 건 5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대부분 ‘급등-급락-오랜 시간에 걸쳐 저점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중국 주식시장이 설립되고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한 건 5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대부분 ‘급등-급락-오랜 시간에 걸쳐 저점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달하던 시절 영국계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2050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그보다 10년 빠른 2040년을, 세계은행은 거기서 또 10년이 당겨진 2030년을 패권이 바뀌는 시기로 전망했다. 사람들의 생각이 한쪽으로 쏠리다 보니 경쟁적으로 추세에 편승한 것이다. 지금 중국 경제에 대해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몇년 전같이 과감한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1988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27년이 지난 지금 성장률이 2%대로 낮아졌다. 2007년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4.2%였다. 8년이 지난 지금 6%대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이 된 건데, 성장률 궤적만 보면 중국이 우리와 유사한 과정을 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1988년에 우리 경제가 정점을 기록했을까? 중국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한번 짚어봐야 할 문제다. 우리 경제는 198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구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국제 시장에 싼 가격에 내다 팔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1988년에 이 구조가 한계에 부딪쳤는데, 1980년대 중반부터 실질임금이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추세는 1987년 대규모 노동쟁의를 거치면서 더 강해져 5년 사이에 누적으로 임금이 70% 넘게 오를 정도까지 진행됐다. 때마침 저유가, 저금리, 원화 약세 이른바 ‘3저(低) 호황’이 끝나고 내수 팽창에 따른 물가 상승과 자산가격 버블 등 후유증이 나타나 국내 경제 구조가 더 악화됐다.

그럼 지금 중국은 어떨까? 지난 수십년간 중국 경제의 최대 경쟁력은 값싼 노동력이었다. 이 부분을 바라보고 선진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했고, 인프라 확충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 중국 경제도 더 이상 과거의 틀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경제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서 값싼 노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고용을 늘리려면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값싼 인건비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던 중국 입장에선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노동 투입이 한계에 부딪치자 투자가 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이 2000년대 10년간 중국이 10% 넘는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35%에서 2010년 46%로 상승한 걸 보면 그 힘이 얼마나 셌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투자가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이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철강, 시멘트, 조선 업종 가동률은 75%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동률이 적정 수준보다 떨어져 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살아남은 기업도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그 영향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물가 하락을 통해 다른 나라로 확산됐다. 2~3년 전만 해도 초유의 저금리와 배럴당 130달러에 달하는 유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중 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 나라가 없을 정도였다. 역사적으로 GDP의 50%를 투자에 쏟아 부은 나라치고 과잉 생산 문제와 부실 채권에 시달리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 중국도 똑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과 자본 투입이 약해진 상태에서 성장을 유지하려면 기술력이 향상돼야 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중국은 기술 수준이 낮아 선진국이 제공하는 범용 기술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수준으로는 안 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가끔 언론에 ‘중국과 한국의 정보통신(IT) 기술 격차가 1년으로 줄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는데, 이는 범용기술에 관한 얘기다. 전문적인 기술을 개발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하는데, 아직 중국은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이 고도 성장을 끝내고 중간단계 성장으로 넘어올 때 겪었던 문제를 중국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이다.

고도성장이 끝나던 시절 우리 주식시장은 좋지 않았다. 1989년에서 2002년까지 14년이 바로 이 시기에 해당하는데,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지 못하는 장기 침체가 계속됐다. 한국 경제를 유지하던 기존 틀은 약해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일시적인 경기 침체나 정책 후퇴 때문이 아니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약해지면서 이후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앞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과 선진국 주식시장에 따라 중국 주가가 조금 달라질 순 있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때때로 주가가 급락하는 충격이 나올 수도 있다.

중국 주식시장이 설립되고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한 건 5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대부분 ‘급등-급락-오랜 시간에 걸쳐 저점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2014년 9월 ‘후강퉁(扈港通)’이란 재료를 이용해 1년 가까이 계속되던 급등 국면이 마무리된 후, 급락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게 끝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남아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주가가 꺾이고 저점이 만들어질 때까지 6년이 걸렸다.

지금 중국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고도성장의 후유증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이란 근본적 처방을 통해 중국 시장에 대한 매력이 높아지든지, 아니면 주가가 지금보다 더 내려 가격면에서 매력이 생기든지 해야 한다. 그 때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 이종우
연세대 경제학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 투자전략실장,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