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직업인 월가 애널리스트와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기존 금융권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있다. 씨티그룹의 퀀트(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 수치만 이용하는 계량분석 금융기법) 애널리스트였던 이지혜(36) 에임(AIM) 대표와 삼성서울병원 치과의사 출신인 이승건(34)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이야기다.
이 30대 창업가들은 각각 자동 자산관리 서비스와 간편 송금서비스를 내걸고 증권사, 은행과 협업,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금융권과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라고 말한다. 기술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냄으로써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금융권에 뛰어들어 ‘메기 역할’을 하고 있는 핀테크(FinTech, 금융과 정보 기술을 접목한 산업) 리더들을 만났다.
이지혜 에임 대표는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기자와 만났다. 전날 밤새 일했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에임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했다.
이지혜 에임 대표는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기자와 만났다. 전날 밤새 일했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에임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했다.

왜 굳이 전문직을 마다하고 창업하셨습니까.
“월가에서 만들던 자동화된 자산관리를 모두가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누구나 큰 돈이 없더라도, 수수료를 부담스럽게 내지 않더라도 전문적인 방법으로 자산을 증식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자산관리를 받고 있는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들도 니즈에 맞는 선진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저희 회사의 목표입니다.”

에임의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에임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컴퓨터가 알아서 다양한 투자 전략을 세워주는 서비스) 업체입니다. 증권사를 통한 로보어드바이저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일종의 프리미엄 상품이라면, 에임은 연 0.5% 수준의 수수료만 받고 서민들도 최소 투자 금액 제한 없이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펀드에 가입하기만 해도 1.5~2.0% 수준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과 비교해 봐도 비용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에임은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미 1400여명이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굴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과 달리, 모바일로 서비스를 특화한 것이 차별점 같습니다.
“모바일은 웹에 비해 보다 개인화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자문은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기 때문에 모바일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미국의 선도업체들이나 국내 다른 업체들의 경우 고액자산가들에게 추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프나 분석 도구를 더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웹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에임의 강점이 될 것이라 봅니다.”

증권사에서는 에임을 어떻게 보던가요.
“같은 증권사 내부에서도 부서마다 에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신규 고객 유치가 핵심성과지표(KPI)인 부서는 호의적이지만, 고객들이 거래를 많이 하게 해서 수수료를 버는 것이 더 중요한 부서는 회의적입니다. ”

왜 증권사가 에임을 호의적으로 봐야 합니까. 자신들의 사업 영역이 잠식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베터먼트(Betterment)의 고객 중 90%는 중산층입니다. 나머지 10%가 고소득층이고요. 증권사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공통 고객층은 그 10%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증권사는 이 사실을 못 보고 있습니다.”

에임이 서비스를 하는 데 규제가 있습니까.
“로보어드바이저의 본래 의미는 투자자문 일임업입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는 온라인 자문에 관한 비대면 계약에 대해서만 허용을 받은 상태입니다. 일임에 대해서는 아직 불허하는 것인데요. 일임은 자문사가 고객 증권 계좌에 전략에 맞는 트레이딩 주문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직 정부에서는 고객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자문사가 임의로 돈을 굴린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이 규제가 풀리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