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5는 동양 음양오행의 오(五)와 관련이 있습니다. 올림픽의 오륜기(五輪旗)에도 5가 있습니다. 평창의 눈 결정체 모양 로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송승환이 그렇게 운을 떼더군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을 총감독하는 그가 개막식 콘셉트는 ‘5’라며 그렇게 압축해 밝힌 것입니다. 그가 덧붙입니다. “숫자 5를 콘셉트로 해 화합과 조화, 올림픽 정신 등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송승환이 누굽니까! 해외 마켓에서도 크게 성공한 ‘난타’를 기획한 예술인이지요. 그는 2016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지면에서 ‘난타’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요약하는군요. “난타는 사물놀이를 서양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접목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영역을 넘나들기(consilience) 하는 융합 방식이 난타의 성공 요인이라는 걸 그렇게 설명한 것입니다.
저는 송승환의 창조적 상상력을 접하면서 불현듯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외국인에게 5가 한국어 발음으로는 ‘오’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이 있지 않을까!” 순간 저는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시리즈에 즐겨 나오는 표현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주인공 팬더 ‘포’가 트레이드 마크처럼 외치는 ‘Awesome(끝내준다, 대박이다)!’입니다.
‘경외감’을 뜻하는 영어 단어 ‘awe’가 우리말 ‘오’의 발음과 매우 흡사하지 않은지요? 그런 발상에서 저는 ‘숫자+영어단어’ 조합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이번 칼럼의 제목을 디자인해본 것이랍니다. 큰 5 밑에 AWE를 작게 붙여주면 외국인을 배려한 ‘친절한 디자인’의 뜻이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요?
책 제목이 ‘넘나들기’의 뜻이기도 한 <통섭(Consilience)>의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에드워드 O. 윌슨이지요. 그의 최신작은 <지구의 정복자>인데요. 표지엔 고갱(Gauguin)의 말년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작품명은 ‘우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입니다. 저자는 고갱의 이 작품 이름을 현미경으로 삼아 인간 기원의 원류를 탐색한 후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사회성이야말로 인류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길이라고 설파합니다.
작품의 구도는 감상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이동하길 권합니다. 맨 오른쪽 아기는 탄생을, 사과를 따먹는 청년은 인간 욕망의 원형인 아담과 이브를, 왼쪽 끝 늙은 여인은 이승과의 이별을 상징하고 있지요. 이 작품은 우리에게 ‘참 나(True Self)’의 의미를 깨닫기 위한 인문학적 통찰을 향해 정진하자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에드워드 O. 윌슨은 책에서 고갱의 그림이 ‘답이 아니고 질문이다’ 라면서 통찰적 감상법을 제안하는 것이겠지요.
<위대한 개츠비>를 쓴 F. 스콧 피츠제럴드는 고갱의 작품을 감상하다가 이렇게 질문해보았을 것만 같습니다. “시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면 왜 안 돼?” 그런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랄까요, 피츠제럴드는 영화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 중편 소설을 썼습니다.
이 소설은 쪼글쪼글한 80대의 외모로 태어난 벤저민 버튼이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지고, 욕망하다가, 노파가 되어버린 옛 연인의 품에 안겨 신생아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남들과 다른 앵글의 눈과 다른 차원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철학적 역발상의 매혹적인 사례이지요.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시리즈의 주인공이야말로 역발상이 탄생시킨 캐릭터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자거나 먹는 데 쓰는 느려터진 판다가 마치 이소룡처럼 전광석화 뺨치는 권법을 뽐낼 줄이야! 1편에서 주인공 포는 놀랍게도 거위의 아들로 등장하여 얼떨결에 쿵푸 전사로 간택됩니다. 그러곤 ‘5인방’이라 불리는 동료들과 합세해 평화로운 마을을 위협하는 악당 설표(雪豹)에게 맞섭니다.
2편에서 포는 자기가 입양된 판다라는 걸 알아버립니다. 정체성 혼란에 빠질 겨를도 없이 공작(工作)의 고수인 공작새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요, 포는 이 공작새가 자기를 고아로 만든 원흉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포는 적을 무찌를 필살기인 ‘내면의 평화(inner peace)’를 찾기 위해 고뇌합니다.
3편이 포에게 부여한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입니다. 즉, ‘참 나 찾기’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영화는 영혼계에 존재하는 악당 ‘카이’가 인간계에 출현하면서 시작됩니다. 악당의 야심은 포와 모든 쿵푸 고수들의 기(氣)를 독차지하고, 그 통합 에너지를 무기로 해 세상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한편 포에게 친아버지가 나타나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판다들의 신비한 세상도 처음 공개됩니다. 문제는 그 아름다운 곳마저 악당의 표적이 될 거라는 점입니다. 자, 과연 포는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참 나 찾기’에 성공할까요? 그리하여 세상을 평화롭게 지켜낼 더 큰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한국계 미국인 감독 여인영이 만든 ‘쿵푸팬더3’가 우리에게 선사하려는 재미는 전편들보다 더 다채로워진 ‘창조적 뒤집기’ 아이디어들입니다. 이 아이디어들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이타적 협업행위로 나타나는데요, 그 기발함을 저는 ‘5SOME 역발상’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군요.
▒ 이미도
외화번역가. ‘인생은 아름다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메리칸 뷰티’, ‘식스센스’, ‘진주만’, ‘뷰티풀 마인드’, ‘쿵푸팬더’등 할리우드 대작 다수를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