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용성 기자>
<사진 : 이용성 기자>

캐나다 북동쪽 북극해와 북대서양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약 10배지만 국토의 80%가 얼음으로 뒤덮인 탓에 인구는 5만7000명에 불과하다. 얼음 두께가 4㎞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린란드는 1380년부터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다. 1979년 자치권 일부를 이양받았고 2009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국방과 외교에 관한 결정권은 여전히 덴마크가 쥐고 있다. 통화도 덴마크 크로네를 사용한다.

영원히 ‘겨울왕국’으로 남을 것 같았던 그린란드가 최근 들어 ‘북극의 엘도라도’로 주목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얼음 속에 묻힌 자원 채굴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그린란드에 전 세계 매장량의 각각 13%, 30%에 달하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과 다이아몬드, 아연, 납, 우라늄 등도 풍부하다. 여기에 더해 그린란드에 매장된 희토류는 글로벌 수요의 25%를 충족할 수 있는 분량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는 란탄, 스칸듐, 이트륨 등 희귀 광물을 말한다. 이 광물들은 전기자동차와 휴대전화, 첨단 무기 등을 만드는 데 적은 양이라도 꼭 필요하다.

그린란드 관련 세미나 참석을 위해 3월 14일 방한한 비투스 쿠야우키속(Vittus Qujaukitsoq) 그린란드 산업통상외교장관은 수력발전소와 항구 건설 등 인프라 관련 투자는 물론 수산업과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그린란드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간 교류가 활발해지면 한국도 그린란드 자원 개발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란드 남부 우나르톡섬의 노천온천.
그린란드 남부 우나르톡섬의 노천온천.


그린란드의 산업구조에 관해 설명 부탁합니다.
“수출의 90%를 수산업에 의존합니다. 산업 구조가 단조롭다 보니 경기와 외부 상황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이 때문에 관광과 자원개발을 양대 축으로 해서 수입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수산업 분야에서도 지속가능한 범위 안에서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있습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수산업은 물론이고 천연자원 개발에서도 그린란드의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기후변화로 북극의 얼음층이 얇아지면서 그린란드의 자원 개발에 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덕을 본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농업과 수렵 등 전통 산업은 기후변화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겨울이 짧아지고 얼음이 줄어들면서 야생동물이 살 곳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불안정한 기후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면서 감자와 해초 수확이 좋지 않았습니다. 수산업의 경우에는 기존에 많이 잡히던 청어와 고등어, 참치 외에 수온 상승으로 새로운 어종이 출현해 수입원이 다양해졌습니다. 자원개발이 이전보다 쉬워진 것을 고려하면 얻은 것이 더 많은 것 같긴 하네요.”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평균 기온은 1979년 이후 10년마다 섭씨 1도씩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 평균 상승 속도보다 2배나 빠르다.

2012년 9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방문해 쿠픽 밴더제 클라이스트 당시 그린란드 총리와 한-그린란드 간 자원개발 협력 확대를 위한 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후 진전이 있습니까.
“아직은 합의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그린란드에 대한 한국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우선은 한국인들에게 그린란드를 더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린란드를 찾도록 만들려면 접근성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인프라 개발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고 얼음으로 덮인 곳이 많아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린란드 인구의 대부분은 중서부와 남서부에 집중돼 있습니다. 도로 건설에 어려움이 있어 주요 도시와 정착지는 서로 비행기와 배를 통해 연결됩니다. 이 때문에 공항과 항구 시설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아이스 피오르가 바라보이는 일루리사트의 풍경. <사진 : 그린란드 관광청>
아이스 피오르가 바라보이는 일루리사트의 풍경. <사진 : 그린란드 관광청>

그린란드 주민의 대부분은 흔히 ‘에스키모’로 알려진 이누이트족이다. 이누이트족은 동아시아인과 비슷한 몽골인종이다.

날씨와 인구, 현지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선뜻 나서는 기업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린란드에는 모두가 눈독을 들이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있습니다. 인프라 건설을 통해 협력 기반을 다져놓으면 향후 국가 차원의 자원개발 참여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린란드 경제는 덴마크 정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린란드 안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캐나다도 어업 등에서 그린란드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은 물론 호주와 뉴질랜드의 자원개발 회사가 그린란드에 들어와 있는데 한국이라고 못 들어올 이유가 없죠. 아직 한국과 그린란드의 교역 규모는 100만달러(약 11억9000만원)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본의 경우 1988년 그린란드 투자와 관광을 담당하는 사무소를 유치하면서 교역 규모도 1억달러에 달할 만큼 커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수산물 시장도 양과 질에서 일본에 뒤처지지 않는 만큼 일단 두 나라의 협력이 본격화되면 머지않아 차이가 좁혀질 것으로 봅니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에 해마다 36억8000만크로네(약 650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린란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한다. 쿠야우키속 장관은 “그러나 그린란드가 자치권을 누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해 완전한 독립에 대한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2014년 부결된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이후 그린란드도 분리독립 문제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현재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300년 넘게 덴마크와 맺어온 연결고리는 우리의 정치적인 열망만으로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관계를 재조정하는가 하는 것이죠. 장기적으로 외교와 국방을 포함해 그린란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담당하고 다스릴 능력을 갖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알레카 해먼드 그린란드 전 수상은 2014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살아서 그린란드의 독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평소 공공연하게 덴마크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주창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먼드 총리가 공금 유용 혐의로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독립 여론이 가라앉았다.

이번 방한 일정 중 한국 기업 미팅 계획이 있습니까.
“대림산업이 진행하고 있는 한탄강 홍수 조절댐 건설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포스코건설과도 미팅을 했습니다. 그린란드에는 총 5곳의 수력발전소가 있는데 시설 확충이 필요합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가는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 건설사의 참여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쿠야우키속 장관은 젊은 시절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국 식당에서 웨이터와 접시닦이 일을 했다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표했다. 1990년부터 2년간 고향인 그린란드 최북단 도시 카낙(Qaanaaq)에 태권도장을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그린란드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역시 여름이겠죠.
“여름이 따뜻하고 좋지만 오로라(극광)와 개썰매, 스키 등 방문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그린란드에서 세 번째 큰 도시이자 중서부 항구도시인 일루리사트(Ilulissat, 그린란드어로 ‘빙산’을 뜻한다)를 추천하겠습니다. 200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아이스 피오르(Icefjord)’ 덕분에 그린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여름은 2~3주로 매우 짧지만, 기온이 섭씨 20도까지 올라가는 지역도 있다. 온종일 ‘백야(白夜)’가 이어지는 여름을 제외하면 그린란드 전역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그린란드에 가려면 덴마크 코펜하겐이나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까지 직항편을 이용한 후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 비투스 쿠야우키속(Vittus Qujaukitsoq)
그린란드 경영대(Greenland Business College) 그린란드 기업 업무 담당 비서관, 재정 및 내무 담당 장관, 현 그린란드 산업통상외교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