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이 늘면서 재산분할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황혼이혼이 늘면서 재산분할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헤어지고 싶다” “맘대로 해” 일본 대표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가 4050세대의 절망과 희망을 다룬 소설집 <55세부터 헬로라이프>에 실린 중편 ‘결혼상담소’는 이렇게 시작한다. 예순살에 정년퇴직한 남편은 재취업을 하려고 애쓰다 번번이 실패하자 온종일 텔레비전만 끼고 있다.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만 보는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었던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허탈하다. 이혼이 이렇게 손쉬운 것이었다니. 그래도 20년 이상을 함께 살았는데.

일본에서는 베이비부머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團塊世代, 1947~49년생)’의 대량퇴직이 본격화되면서 ‘황혼이혼’이 사회문제화 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도 황혼이혼을 더는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만은 없게 됐다.

통상 20년 이상 혼인생활을 같이한 부부가 갈라서는 것을 두고 황혼이혼이라고 한다. 2014년 우리나라 이혼건수(11만5889건) 중 28.7%(3만3140건)가 여기 해당한다.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고령층의 이혼에 대한 생각 변화가 무엇보다 큰 요인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7.7%가 ‘이유가 있다면 이혼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2010년 같은 조사에서는 불과 3.9%만 같은 답변을 했다.

황혼이혼을 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꼽자면 단연 ‘재산분할’이다. 혼인기간이 긴 만큼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이혼하면서 혼인기간 동안 모아둔 재산을 재산형성 비율에 따라 나누는 것을 재산분할이라고 한다. 재산분할 대상에는 이미 모아둔 금융자산이나 부동산뿐 아니라 미래에 받을 공적연금도 포함된다. 공적연금은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아니지만, 엄연히 혼인기간에 형성된 자산이다.


국민연금의 ‘분할연금’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분할연금이란 이혼한 배우자가 받는 노령연금을 나눠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리고 본래 분할연금은 국민연금에만 있던 제도인데, 올해부터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도 적용된다.

분할연금을 청구하려면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배우자의 연금 가입 기간 중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혼한 배우자와 본인이 모두 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로부터 3년 이내에 분할 청구할 수 있다.

공적연금 개시시기를 고려해 볼 때 적어도 60세 이상은 돼야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젊어서 이혼한 사람이다. 쉰에 이혼하면 적어도 10년, 마흔에 이혼하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 기간이면 헤어진 배우자의 이름이나 얼굴도 또렷하게 생각나지 않을 텐데, 과연 분할연금을 제때 청구할 수 있을까?

그래서 도입하는 것이 ‘분할연금 선청구’제도다. 올해 12월 30일부터는 이혼 즉시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 분할청구를 미리 할 수 있다고 해서 연금까지 미리 받는 건 아니다. 분할연금 수령은 이혼한 배우자와 본인이 모두 연금수급 연령이 됐을 때부터 가능하다. 청구는 이혼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할 수 있고 중도에 취소할 수도 있다.


분할연금 혼인기간 불입한 국민연금의 절반 수령

분할연금을 청구하면 전체 가입 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절반씩 나눈다. 예를 들어 이혼한 배우자가 공무원으로 30년간 근무한 다음 매달 연금으로 300만원을 받는다고 하자. 이때 재직기간 30년 중 혼인기간이 10년이었다면, 연금 수령액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원이 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분할연금 청구를 하면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만원을 받게 된다.

분할연금을 받던 중 재혼을 해도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 분할연금은 재혼 여부와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혼한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면 어떻게 될까? 이때도 본인이 살아 있는 한 계속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혼한 배우자가 공무원이라면 재직 중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받은 형벌로 연금이 감액되거나 정지되면 분할연금도 감액되거나 정지된다.

분할연금 수령자가 사망하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의 노령(퇴직)연금이나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퇴직연금을 수령하던 자가 사망하면, 배우자나 자녀 등 유족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분할연금은 유족에게 승계되지 않는다. 다만 분할연금 수령자가 먼저 사망한 경우에는 이혼한 배우자에게 분할하기 이전의 연금을 지급한다.

본인이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의 퇴직연금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분할연금도 수령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본인 노령연금과 분할연금을 동시에 수령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면 각자가 상대방에게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도 있다.


▒ 김동엽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현 한국FP학회 이사,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이사,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적립식 투자전략, 2008년>, <스마트에이징, 2013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