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공채 시즌이다. 많은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신입 공채, 경력 공채 직원들을 채용하느라 밤낮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때다. 인재는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자 가장 중요한 미래에 대한 투자다. 하지만 요즘같이 구직이 힘든 상황에서는 취준생들의 취업을 염두에 둔 스펙 쌓기와 이력서 ‘뽀샵질(이력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일)’이 난무한다. 거기다 대부분 면접의 달인이다 보니 정작 봐야 할 그들의 ‘쌩얼’을 볼 기회가 흔치 않다. 회사의 대표이거나 인사, 채용 담당자라면 한두 번은 겪어 봤을 법한 채용 실패에 관한 사례를 들어보자.
사례 1 | 한 달 전쯤이다. 업계에서 글로벌 1위를 하는 잘 나가는 회사의 대표께서 미팅을 요청했다. 몇 개월 전에 외부 추천인을 통해서 진행된 시니어급의 채용이 있었는데, 채용 후 3개월인 수습 기간 내에 퇴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도 불미스럽게 퇴사했다는 사실을 채용 후에 알게 됐고 무엇보다도 이 임원의 역량 부족으로 거의 성사된 주요 고객과의 계약이 깨져버렸다는 것이다. 채용을 위해 지급한 금액만 3만달러였고, 더 큰 문제는 30만달러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놓치고 신뢰도에도 금이 간 것이었다.
사례 2 | 한 여성 대표는 직원 한 명 때문에 회사에 출근하기가 싫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었다. 팀장급 직원을 채용했는데 성격이 보통이 아닌데다 특히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력서상에 기재한 호주에 있는 대학의 학위증 사본을 제출하라고 하면 그 학교가 폐교돼 서류를 제출할 수 없다고 둘러대고 경력증명서를 내라고 하면 회사가 폐업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간단히 인터넷 검색만 해보아도 멀쩡히 잘 있었다. 이 직원은 이외에도 여러 문제를 일으켜 결국은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해고됐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끝난 게 아니라, 그가 해고된 후에도 고용노동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회사와 지금도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수가 100명이 넘는 규모의 이 회사는 직원 한 명으로 인해 대표가 본 업무에 집중을 못 하고 조직원들은 사기가 저하되는 등 전반적으로 업무 분위기가 침체 상황에 이르게 됐다.
사례 3 | 업계의 글로벌 톱3에 들어가는 유명한 외국계 회사의 재무담당 임원이 다급하게 연락을 해왔다. 자신이 해외 출장 간 사이 한국 대표와 아시아총괄인사 임원이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는데, 이력서를 살펴보니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다. 예를 들면 체육학사 출신인데, 석사는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고 경력 기간과 학교 재학 기간이 중복되는 등 이력이 화려하지만 진실성이 모자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호텔에서 인사총괄 임원이었다고 했으나 확인해보니 인사부서에는 근무한 적조차 없었고 카지노의 딜러였다. 다른 경력은 재직 기간을 한참 늘리거나 아예 근무 기록조차 없었다. 물론 석사학위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증빙서류를 달라고 하니 처음에는 요리조리 핑계를 대더니 나중에는 연락처를 바꾸고 아예 잠적해버렸다. 이력서상에는 국내 주소나 유선연락처가 없어서 이 후보자에 대한 기본적인 신원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 외모가 화려하고 영어와 언변술이 뛰어난 후광효과 때문에 조작투성이 후보자를 낙점한 것이었다. 뒤늦게나마 수습이 돼서 다행이었으나 회사 관계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빈자리 채우기식’채용문화 개선해야
이렇듯 잘못된 채용으로 인해 기업이 입는 손실을 수치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될까. 글로벌 회사들의 임원급을 기준으로 잘못된 고용은 해당 임원 연봉의 24배에 달하는 기회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터 드러커는 “채용에 5분을 들인다면 그 직원이 일으킨 사고 수습으로 5000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결코 과장된 주장이 아니다. 채용에 공을 적게 들이는 것은 마치 공사현장에서의 날림공사와 마찬가지다.
물론 이렇게 채용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힘든 원인은 채용담당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조직에 적합한 후보자를 선별하기보다는 빈자리를 최대한 빨리 채우는 것이 인사부의 능력인 듯 인식하는 국내 기업문화가 있는 이상 날림 공사식의 채용 관행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입사 후에 그 직원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으려면 채용담당자와 경영진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가져야 한다.
▒ 정혜련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퍼스트 어드밴티지 재팬, 퍼스트 어드밴티지 한국지사장, 현 유앤파트너즈 사전채용검증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