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끌던 제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요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기업에는 체질을 개선할 기회를 주고 젊은이들에게는 창업의 열정을 통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한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금유치다. 흔히 파이낸싱(financing)이라고도 한다. 기업에있어 돈은 피와 같아서,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성장도 유지도 어렵다. 이에 스타트업 기업가를 위해 최근 트렌드를 담은 파이낸싱 전략을 전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가장 오래된 파이낸싱 기법은 ‘돈을 꾸는 것’이다. 이는 차주가 가진 신용과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인데, 흔히 차입금융(debt financing)이라고 한다. 차입금융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하고 경영권을 저해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성장하는 기업에서 차입금융은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를 통해 주주수익률을 높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자기자본으로 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가 된다. 반면 자기자본 50억원에 이자율 4%의 타인자본 50억원을 조달해 10억원 순익을 올리게 되면 이자비용 2억원을 제외한 순수익 8억원이 주주에게 돌아가므로 자기자본이익률은 16%가 된다. 하지만 이자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기업이 오히려 손실을 기록하게 돼 차입금융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이익과 안정적인 금리가 예상될 때 활용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업이 대형 상업은행과 거래하기에 자산과 신용이 부족하므로 기술신용보증기금과 같은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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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과 주식투자의 중간인 ‘메자닌 투자’ 활발

스타트업 기업에 보다 적합한 투자자는 자본투자자(equity investor)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캐피털(창업투자조합), 사모투자전문회사(private equity fund)와 같은 곳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원금에 대한 수익창출이 최대 목표이므로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라고도 부른다.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려면 탄탄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FI 투자는 부채투자에 비해 담보와 보증이 약하기 때문에 회사의 지속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사업 계획을 중요시 한다. 따라서 시장의 전망, 매출 달성 계획, 조직 운영계획 등이 상세히 준비돼야 한다.

재무적 투자자에게 제공할 자료는 그들의 언어인 숫자로 표현돼야 한다. 결국 펀드는 돈을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의 현금창출능력(EBITDA, 영업이익에서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비용을 더한 수치), 내부수익률(IRR, 투자금과 미래현금의 현가를 일치시키는 수익률), 멀티플(Multiple, 상장된 유사기업의 주가 대비 재무수치) 등이 재무적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다. 따라서 자본유치를 준비하는 경영자는 위의 수치들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계획, 인력계획,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최근에는 부채와 자본 투자의 중간단계인 메자닌(mezzanine) 투자도 활발하다. 메자닌이라는 말은 서양 건물에서 1층과 2층 사이에 존재하는 라운지 공간인 ‘메자닌층’에서 유래됐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상환우선주 등 부채보다는 이자율이 낮지만 보통주로 전환해 추가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의 투자를 말한다.

많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리스크는 줄이면서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메자닌 투자를 선호한다. 이때 기업 경영자는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때의 비율, 상장에 실패했을 때 의무사항, 신규투자자 유치 시 제약사항 등 투자자가 제시하는 주요 조건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의해야 한다. 또 일반기업회계기준상에서는 메자닌 증권 중 전환상환우선주 등을 자본으로 인식하도록 돼 있지만, IFRS(국제회계기준)상에서 대부분의 메자닌 증권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관리하는 경영자들은 반드시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주식교환(stock swap) 방식의 벤처연합이 등장하기도 했다. 옐로모바일, 오백볼트(500V) 등이 그 예다. 여러 벤처기업들이 연합해 상호 매출연계, 비용절감을 이루므로 시너지 효과도 있을 수 있고 주식교환을 해주는 모기업으로부터 긴급한 운전자금을 충당할 수도 있다. 또 모기업이 상장하거나 매각된다면 상당한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연합기업의 손익이 악화될 경우 전체 구조가 흔들릴 수 있고, 주식교환을 한 후에는 회사의 경영권이 이전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임대보증금 가맹점수수료 활용해 자금조달

자산유동화를 통한 파이낸싱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장롱 속에서 자고 있던 통장을 꺼내 사용하는 것처럼 기업이 인식하지 못하던 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극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건물주에게 지급했던 임대보증금을 유동화하기도 하고 대리점들로부터 받을 미래 가맹수수료를 유동화하기도 한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도 발전, 엔진 등 핵심역량을 제외한 부문에서 몸집을 줄이고 있다. GE캐피털을 정리하고 전 세계의 매출채권들을 유동화해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하고 있다. GE와 같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키우는 전략은 숙고해볼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확대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초기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비해 재무적인 관점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이 때문에 현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속적인 성장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경영자들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근본을 돌아보듯,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영업뿐 아니라 재무가 미치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절한 시기의 파이낸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금융이 실물경제에 우선할 수는 없지만 금융을 간과한 실물 또한 위험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준비하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많은 경영자들이 파이낸싱 활용을 통해 성장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춧돌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 김이동
서울대 경영학과, 현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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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Mezzanine) 투자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하는 것. 채권 이자율은 낮지만 보통주로 전환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자산유동화 기업이 인식하지 못하던 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