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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장(Papi醬)이 누군가요. 고추장과 무슨 관계지요.” 지난 3월 21일 중국에서 파피장이 1200만위안(약 21억6000만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나온 인터넷 댓글 중 하나다. 파피장(본명 姜逸磊, 29)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혼자서 5분 정도 떠드는 짧은 동영상을 올려 스타가 된 여성이다. 스타 BJ(Broadcasting Jockey, 콘텐츠 제작자)인 셈이다. 파피장이 웨이보에 동영상을 올린 건 작년 10월부터다. 반년도 안 돼 투자를 유치한 건 팔로어가 벌써 900만명을 넘어설 만큼 그의 동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40개를 웃도는 동영상만으로 4월 1일 기준 파피장 웨이보의 팔로어수는 908만명에 달했다. 중국 인터넷 주간이 선정한 2015년 인터넷 스타 순위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위는 중국 최대 부호인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 창업자 왕젠린(王健林)의 아들 왕쓰충(王思聪)이다.


반년 만에 900만명 팔로어 확보한 인터넷 스타

파피장의 급부상은 기존 전통 매체인 TV나 영화가 아닌 인터넷에서도 스타가 탄생되는 현실과 1인 인터넷 미디어가 소비 마케팅 채널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영상이 유행하면서 스타 BJ가 뜨는 추세도 반영한다.

파피장이 중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함께 등장하는 말이 ‘왕뤄훙런(網絡紅人, 인터넷 스타)’이다. 중국 언론들은 파피장의 투자 유치를 두고 왕뤄훙런 경제가 정식으로 주류 자본의 인정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유명 투자자인 쉬샤오핑(徐小平) 전거(鎭各)펀드 창업자와 유명 콘텐츠 기업 뤄지스웨이(邏輯思維) 등 4개 투자자가 참여했다. 덕분에 파피장의 몸값이 3억위안(약 54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피장은 ‘운(運)’으로 뜬 게 아니다.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여자’라고 자칭하는 그는 중국판 한국예술종합학교인 중앙희극학원에서 연출을 배웠다. 중국의 한 인터넷 오락사이트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고 상하이에서 ‘거리의 천사(馬路天使)’란 연극의 조연출을 맡기도 했다. 이런 내공을 기초로 만든 동영상은 우선 코믹한 게 특징이다. 동영상 방영 시간도 평균 5분을 넘지 않고 방영 속도도 촬영 속도의 2배 수준으로 높였으며 입는 옷이나 표정도 수시로 바꿔 지루함을 없앴다. 독설을 내뱉기도 한다. 연예, 결혼 등 일상의 일을 화두로 얘기한다. 중국 네티즌의 주목을 받은 첫 동영상은 ‘남성 생존의 법칙 제1탄-여자친구가 일 없다고 말할 때’이다. 여성의 심리를 다룬 내용이다.


인터넷 1인 미디어, 기업 마케팅 채널로 부각

파피장은 4월 21일 그의 동영상에 실릴 광고를 판매하기 위한 경매를 시행한다. 경매 참가비만 8000위안(약 144만원)에 달한다. 참가 문의가 쇄도하자 경매 참가자를 1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 언론들은 광고 낙찰가가 최고 1000만위안(약 18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파피장의 부상이 중국의 인터넷 스타 마케팅을 또다시 부각시키는 배경이다. 패션 블로거 장다이(張大奕, 28)는 웨이보에 다양한 옷을 입은 모습을 사진으로 올린다. 모델과 연예인 출신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장다이의 웨이보는 팔로어수가 420만명을 넘어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장다이는 지난 2014년 5월 중국 최대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 패션상품 코너를 열었다.

슈에리(雪梨, 26), 자오다시(趙大喜, 25) 등도 웨이보에서 확보한 ‘팔로어 군단’을 밑천으로 타오바오에서 패션 의류 등을 판매하는 파워 블로거다. 슈에리는 2014년 타오바오에 매장을 연 이후 8개월 동안 2억위안(약 360억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디자인-패션쇼-제작-오프라인 매장 판매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패션 산업의 구조가 디자인-인터넷 팔로어와의 소통-제작-온라인 판매라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 스타가 소비자와 상품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온라인 의류 시장 규모는 6153억위안(약 110조75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인터넷 스타들이 올린 매출은 1000억위안(약 18조원)이다.

인터넷 스타 경제가 뜨면서 이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매체 소후(搜狐)는 최근 베이징에 있는 인터넷 스타 양성 학원을 취재해 보도하기도 했다. 화술(話術)은 물론 화장하는 법, 옷 입는 법, 촬영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동영상 인기에 스타 BJ 주목

파피장이 기존 인터넷 스타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단순한 사진 대신 동영상을 주로 올린다는 것이다. 파피장의 동영상은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요우쿠(优酷) 아이치이(爱奇艺) 등에서도 접할 수 있다. 중국에서 2005년께 뜬 1세대 인터넷 스타로 분류되는 푸룽제제(芙蓉姐姐, 푸룽 언니)는 일반인 수준의 몸매에도 불구하고 S라인을 부각시키는 자세 등으로 촬영한 사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파피장이 동영상으로 뜬 것은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로 짧은 동영상을 보는 네티즌이 크게 늘어난 추세에 부합된다. 최근 중국에서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날 만큼 온라인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텅쉰(騰訊)이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 터우위(頭魚)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할 정도다. 인민일보는 최근 중국에서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가 200여개에 이른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인터넷 스타 경제의 부상은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메시지를 준다. 기업인 스스로 인터넷 1인 미디어를 통해 스타로 뜨는 게 훌륭한 마케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는 중국 최대 에어컨 업체 거리(格力)전기의 둥밍주(董明珠) 회장이나 웨이보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레이쥔(雷軍) 샤오미(小米) 창업자가 대표적이다. 중국에서는 올해가 인터넷 스타 경제 원년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인터넷 스타 경제는 중국 소비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인들이라면 들여다 볼 만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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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Broadcasting Jockey) 방송 진행자.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인터넷 BJ는 집이나 사무실 등의 장소에서 카메라, 스마트폰 등 소형 영상장비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인터넷으로 배포하고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