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주도에 전입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들을 포함한 외지인들의 땅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해 제주도 주택 가격은 2014년 대비 18% 상승했다.

땅 가격도 전국 최고로 올랐다. ‘2016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살펴보면 제주도의 평균 공시지가는 2014년(상승 9.2%)보다 두 배 정도 상승한 19.35%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은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건설에 따른 관광 인프라 확충과 이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일자리 증가와 함께 주택 수요로 이어질 것이며 제주도 부동산 시장엔 그야말로 따듯한 봄날, 그 이상의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가 개발 중인 헬스타운 전경.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가 개발 중인 헬스타운 전경.

전(田), 답(畓), 임야, 과수원, 잡종지순으로 투자

제주도의 부동산 가격이 몇 년 전에 비해 2~3배로 오른 점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투자할 만한 곳이 남아 있을까. 투자자라면 누구나 의문이 들 것이다.

제주도는 서울의 면적보다 대략 세 배 정도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자할 곳이 많다는 얘기는 아니다. 원칙적으로 제주도는 ‘무조건 개발’보다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에서의 땅 투자는 기본적으로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 분위기에 편승한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제주도의 땅은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통해 확인해 볼 것들이 많다. 이들 땅의 용도지구를 보면, ‘생태보전지구’ ‘경관보전지구’ 등으로 분류된 곳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1등급 지구는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곳이어서 미래가치를 장담할 수 없다. 반면 4~5등급은 규제가 덜하다. 개발제한구역을 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문화재보호구역이나 보호대상검토구역으로 표시된 곳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지목상으로는 전(田), 답(畓), 임야, 과수원, 잡종지순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한라산 중턱에 다수 위치한 목장용지는 가격이 낮은 편이지만 개발을 위한 지목변경이 힘들어 함부로 투자해선 안 된다. 특히 온천수가 나오는 땅인 광천지(鑛泉地)를 비롯해 유지, 하천 등을 좋다고 투자가가 선전을 많이 하지만 온천수의 매장량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고 개발이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장 탐방을 하는 이유는 공부상에 나타나지 않은 사항들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우선 지형과 방향을 잘 살펴야 한다. 산악지역에 위치한 땅인 경우에는 햇볕이 많이 드는 남향을 골라야 한다. 경사도가 15도 이상 되는 지역과 나무의 수령이 최소한 30년 이상 된 임야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토질이나 토사, 자갈, 암반지역인지 확인해야 한다. 땅의 토질은 부드럽고 색깔은 황토색을 띠어야 한다. 토사가 20~30% 정도 섞여 있으면 좋은 땅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자갈이나 암반이 있는 곳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또 강이나 저수지, 하천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로부터 피하기 위해서다.

땅에도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만약 유치권이 인정된다면 이는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가장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땅을 파놓고 땅을 매도하는 경우에는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유치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즉, 소유자가 돈이 부족해 토목공사에 따른 공사비를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땅을 팔았다면 시공업자는 땅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공사비에 해당되는 만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첨단과학단지도 눈여겨 봐야

경계 측량은 반드시 해야 한다. 땅을 살 때는 반드시 땅의 경계를 측량해야 하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매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공부상에 표시된 땅이 주변의 땅과 뒤바뀌거나 땅의 경계가 틀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등기부에 명시된 땅의 면적을 기준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았다고 내 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임야인 경우에는 땅의 경계가 틀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측량이 필요하다. 측량시기는 시계를 가리는 여름철보다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철에 측량하는 것이 정확하다.

제주도의 투자유망 지역으로는 제주국제학교 주변의 안덕면, 대정읍 등지와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 주변 그리고 첨단과학단지 등으로 현재 ‘개발호재’가 있는 곳의 주변부 땅들이다. 특히 산간지역보다는 해변에 가까울수록 미래 가치가 좋은 편이다. 5.16도로를 중심으로 동쪽지역보다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쪽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 동부이촌동지점장, 청담역지점장, 현 신한은행 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 동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