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기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조직을 꾸리려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아마 그 출발점을 결정하는 일이 기업 임원진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어떤 회사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더 명확히 하는 일부터 시작하고, 다른 회사는 인재 영입이나 인센티브 도입에 먼저 투자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한 체계 없이 접근할 경우 실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이런 노력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추진해 온 방향이 맞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베인앤컴퍼니(베인)는 수십년 동안 각국 주요 기업을 연구해 성공하는 조직의 특성을 추적해 왔다. 최근 베인은 세계 665개 기업을 조사해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의 공통 속성을 밝혀냈다. 그 주요 속성을 여섯 가지로 추렸다.
사업 성과와 조직의 연관성
이 여섯 가지 속성이 우수할수록 사업 성과에 있어서도 ‘리딩 기업(business performance leader. 최근 5년 기준 동종업계 경쟁사 대비 매출액, 수익성, 총주주수익률이 상위 20%에 드는 기업)’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인이 66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여섯 개의 공통 속성과 해당 기업의 실적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었다. 여섯 가지 속성이 모두 상위 20%에 드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과 비교할 때 ‘리딩 기업’일 확률이 5배 이상 높았다. 이런 속성의 중요도는 기업이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역량을 키우는 등 경우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각 속성이 기업 경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1 | 전략적 우선순위와의 일치
기업이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세우더라도 조직이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조직의 운영 방향은 기업의 전략 실행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특히 전략이 바뀔 경우 전략과 조직 방향성의 일치 여부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2006년부터 쇄신을 거듭한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Ford)가 대표적인 예다. 새로 취임한 앨런 멀러리(Alan Mulally)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은 포드의 전략적 방향을 새롭게 설정했다. 애스턴마틴, 재규어, 볼보, 머큐리 등 핵심이 아닌 브랜드를 정리한 것이다.
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공용 플랫폼(platform·자동차의 기본 뼈대와 엔진, 변속기 등)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위해 멀러리는 조직 개편에 나섰다. 기존에는 지역별 사업본부로 구성돼 있던 조직을 글로벌 기능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으로 재편했다. 그 결과 40개까지 늘어났던 플랫폼을 10개로 정리할 수 있었다. 멀러리 CEO는 매주 성과 관리 리뷰 회의를 열고 조직의 운영 방향이 전략과 일치하는지 점검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임원이 솔직하게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하나의 포드(One Ford)’라는 임직원 행동강령을 카드로 만들어 모든 임직원에게 배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시 흔들렸던 포드는 수년 만에 예전의 체력을 회복해 수익을 내고 있다.
2 | 적합한 절차, 적재적소의 인재 배치
우수한 성과를 위해 기업은 전략을 현실화하는 데 핵심이 되는 몇 개의 역량을 파악해 해당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부분은 못하는 정도만 아니면 된다. 캐피털 원(Capital One)이 신용카드 부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밀한 고객 세분화와 이에 따른 고객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캐피털 원의 공동 창립자인 리치 페어뱅크, 나이젤 모리스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과 경쟁하려면 대량 맞춤형 영업 즉,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캐피털 원은 그 전략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기간 정교한 통계 기술을 적용한 실험을 반복했다. 우수한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채용하거나 업무별 직원을 배정할 때도 데이터 집약적인 접근법을 활용했다.

3 | 효과적인 의사 결정과 실행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이를 일관성 있게 실행하는 기업은 뛰어난 성과를 낸다.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구성원이 어떤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이해하고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떤 형태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지, 최선의 결과를 언제까지 달성해야 하는지 인지해야 한다.
인텔(Intel)의 사례를 보면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인텔은 몇해 전 반도체 상품 개발 로드맵에 어느 상품 품목이 포함돼야 하는지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서로 다른 상품 영역 본부장과 마케팅 임원이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 바빴고, 전략기획실장도 자신의 주장만 내세웠다.
인텔은 당시 제대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임직원을 배제한 채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결국 당시의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품질과 속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새로 사업본부장이 된 더그 데이비스는 명확한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상품 로드맵을 위한 의사 결정 역할은 전략기획실장에게 맡겼다. 상품 간 균형과 타협을 정할 수 있는 최적의 직책이 전략기획실장이기 때문이다. 일부 상품 본부장의 반발이 있었지만 새로운 의사 결정 절차와 역할이 자리를 잡자 의사 결정 과정이 원만하고 빠르게 개선됐다.

4 |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력
최고의 조직은 상황 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백색 가전 제품 제조업체인 하이얼은 지난 20년에 걸쳐 매년 평균 24% 매출 증가를 기록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냈다.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에 따라 새로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조직을 발전시킨 것이 비결이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하이얼은 제품 품질 향상과 유지에 총력을 다했다.
당시 조직을 기능 구조에 따라 재편한 것이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됐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는 매트릭스 조직 구조 도입을 통해 상품 품목으로 다양하게 확장하고 해외 국가에 진출할 수 있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하이얼은 조직 구조가 점차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집중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사들보다 혁신적으로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 하이얼은 의사 결정 권한을 수천개에 달하는 영업 현장 부서로 이관했다. 또한 이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현장에서 바로 반영하고 공급 업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다. 이렇게 10명에서 20명 정도로 구성된 다목적 다기능 부서는 개별적으로 매출 및 손익 목표를 지니고 있으며 예산, 비용, 채용 및 해고 등을 직접 관리한다.

5 | 규모·범위의 경제를 효율적으로 실현
비용 담당 리더들은 조직을 간소화하는 방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효율성 제고 및 생산성 강화라는 목적하에 경영 구조를 단순화하고 핵심 프로세스를 합리화한다.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탄데르은행의 성장 전략 중 하나는 스페인, 남아메리카, 영국에서 소매금융 부문을 선도해 우량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산탄데르은행은 이렇게 구축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표준화한 IT 및 후선 업무를 구축했다. 이 업무 방식은 2000년 이후 인수한 은행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산탄데르은행은 이런 방식으로 저성과를 내는 은행을 목표로 해 인수합병을 진행했고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6 | 기대 이상으로 전력투구하는 직원들
직원은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을 느낀다면 기대 이상으로 전력투구한다. 기업의 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열정과 헌신을 쏟는 것이다.
서비스 집약 산업에서는 이런 직원들의 태도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 신장 투석 업계의 시장 선도업체인 다비타(DaVita)를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다비타의 전신인 토털리널케어(당시 회사명)는 15년 전까지 적자 회사였다. 임원 절반이 사표를 내거나 해고됐다. 그때 새로 부임한 켄트 시리 CEO가 회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다비타를 ‘마을’로 부르며 그 마을의 ‘시장’을 자처했다. 그는 모든 임직원을 다비타 기업 문화 바꾸기에 참여시켰고 800명의 직원 대표가 직접 회사 이름을 정하게 했다.
전국 임직원이 모이는 회의에서 시리 CEO는 환자를 위해 노력한 직원 수백명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런 CEO의 노력에 직원들은 마음을 열었고 이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다비타의 매출은 15년 사이에 14억5000만달러에서 128억달러로 늘었다. 수익은 같은 기간 1억4700만달러 적자에서 7억23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 마이클 맨킨스(Micahel Mankins) 베인앤컴퍼니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파트너, 댄 슈바르츠(Dan Schuwartz) 베인앤컴퍼니 워싱턴DC사무소 파트너, 감수: 김도균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 파트너
앞서 언급된 6개의 결과물 또는 공통 속성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조직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파악하려면 직원 설문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내용을 토대로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평가한다. 이렇게 취합한 평가 자료를 놓고 임원진이 아래의 핵심 질문을 던지며 점검하면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기초 체력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조직의 취약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조직의 강점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