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로보어드바이저(자동화 자문 서비스)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알파고’가 가져온 거대한 바람에 돛을 세우고 있다. 현재는 초기의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상품 출시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시스템)이 저렴한 비용으로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베터먼트(Betterment)와 웰스프런트(Wealthfront)가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효율적으로 글로벌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한다. ETF를 이용하면 일반 펀드 대비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자산배분을 할 수 있고 적극적 투자를 하다가 시장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둘 확률도 작아진다. 사실 기존 자산관리 시장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도 그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일반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다. 펀드 수익률이 낮을 때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환매해버리고 수익률이 높을 때는 흥분해서 추가 투자를 한다. 저점에서 환매하고 고점에서 추가 투자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펀드 투자자들의 평균수익률은 시장수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파고 이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러한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이러한 시장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투자약점 극복한 로보어드바이저

인공지능 투자란 알파고처럼 가치망과 신경망을 결합한 확률을 수천대의 컴퓨터가 계산해 최적의 자산배분 조합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라는 미국의 헤지펀드는 20년 전부터 수학, 물리학, 뇌 과학 등의 박사급 연구인력을 채용해 인공지능 투자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 3조원의 수익을 거뒀고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제임스 사이먼스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이 회사의 운용 수수료는 성과의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수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더 이상 고객 자금을 받지 않는다. 사실 자신들의 자금만 운용해도 수수료를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얻을 텐데 굳이 투자를 받을 이유가 없다. 결국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이러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시장에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에도 이러한 최고의 수익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엄청난 수익률과 폐쇄성은 로보어드바이저들이 내세우는 저렴한 비용, 대중성과 양립할 수 없다.

결국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들이 두려움과 탐욕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만 가지고도 현재 시장수익률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익률을 시장수익률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명색이 인공지능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 수익률 목표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본질상 수십조원 단위의 금액으로 매년 3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인 목표다.

필자는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수익을 냈던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월스트리트 출신의 딥러닝(Deep Learning·인공기계학습) 개발자들과 밤낮없이 수십억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골드만삭스가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애널리스트 ‘캔쇼’와 같은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목표는 연평균 30%를 뛰어넘는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고객들이 어떤 시장상황에 가입하더라도 적절한 자산배분을 통해 연간 10% 내외의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에 공모주 추천해 적중

주식시장에서 공포심과 수익률이 어떤 관계를 갖는지 작년 말 공모주 시장 상황을 통해 소개해보겠다. 2015년 상반기에는 성장주 열풍이 불어 공모주 경쟁률이 300 대 1에 달할 만큼 청약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성장주 열풍이 꺼지면서 청약 경쟁률이 20 대 1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기관투자자들을 비롯한 공모주 참여자들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제대로 청약을 진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알고리즘은 공포심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공지능은 더 큰 금액을 사라고 알려준다. 결과적으로 작년 12월 이후에는 공모주 수익률이 그 이전보다 훨씬 높았다.

주식시장은 항상 탐욕과 공포심이 공존한다. 이것이 일반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의 신’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이세돌을 알파고가 이긴 것처럼 세계 최고의 수익률을 거두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간이 갖는 탐욕과 공포심은 로봇이 잡아줄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에 만족한다면 로봇을 믿어볼 만하지 않을까.


▒ 정환종
한양대 경영학과, 현 수탁고 1800억원 규모의 밸류시스템 투자자문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아이로보 대표, 주요 저서 <개미 투자자를 위한 나만의 투자전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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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로봇을 의미하는‘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뜻하는‘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방식의 자산관리를 말한다. 투자 목적, 투자 성향, 희망 수익률 등 각종 데이터를 입력하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