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4층 SUM카페에 설치된 조명. 소속 연예인들의 사진으로 장식했다. <사진 : 블룸버그>
서울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4층 SUM카페에 설치된 조명. 소속 연예인들의 사진으로 장식했다. <사진 : 블룸버그>

5월 25일 오후 3시, 일본 도쿄(東京)에서 온 마쓰다 가오리(松田香·41), 마쓰다 가나코(松田花菜子·21) 모녀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지상에 있는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 들렀다. 2박3일 일정의 한국 여행 중 두 번째 날의 오후였다. 이 건물에는 SM타운 시어터와 기념품 가게, 카페 등 SM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이 입주해 있다. SM 사업다각화의 현장인 셈이다.

어머니와 딸 모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슈퍼주니어의 팬이고, 딸은 여기에 또 샤이니를 좋아한다. 특정 멤버를 꼽으라고 하니 어머니는 슈퍼주니어 이특(본명 박정수·32)을, 딸은 슈퍼주니어의 동해(본명 이동해·29)와 샤이니 온유(본명 이진기·26)가 가장 좋다고 했다.

딸 가나코씨는 고등학생 때는 일본의 남성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다. 그는 “(일본의 연예기획사) 쟈니스의 ‘헤이 세이 점프(Hey! Say! JUMP)’와 ‘뉴스(NEWS)’의 팬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 온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여기(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가나코씨는 “지금까지 받은 트로피가 전시돼 있는 게 멋있었다”고 했다.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는 HOT 때부터 소속 가수들이 방송사 음악프로그램과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를 진열해 놨다. 팬들에겐 이곳이 꼭 와봐야 하는 ‘성지(聖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머니 가오리씨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서 여기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고 재미있어 보여서 가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딸 가나코씨는 “재미있어 보였고 볼 게 이것저것 많다”며 “다음 한국 여행 때도 꼭 다시 오겠다”고 했다.

연예기획사들이 음악과 영상을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 같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을 넘어, 편의점과 비슷한 마켓을 만들고 화장품을 제조하기도 한다. 아이돌 제작이라는 본업에 있어서도 한 개의 음악을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에 다른 멤버들이 부르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아이돌 산업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중이다.


한국, 외식·푸드·패션 등 업종 다각화

한국에서 ‘연예기획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이름이 떠오르는 회사는 SM이다. 일찍이 HOT, SES, 보아를 제작했고 최근에는 최고의 한류스타 남성 아이돌 그룹 엑소(EXO)를 탄생시켰다. 이 SM은 지난해 1월 코엑스아티움에 SM타운을 열었다.

SM타운엔 SM의 모든 콘텐츠를 모아놨다. 2층 ‘셀러브리티숍’에선 티셔츠와 가방, 베개, 모자, 사진 등 아이돌 관련 상품(굿즈·Goods)을 살 수 있다. 3층 ‘SM타운 스튜디오’는 아티스트 체험 공간이다. 4층 ‘SM타운 SUM카페·마켓’엔 SM 소속 아이돌의 콘셉트를 활용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고 마치 편의점처럼 각양각색의 먹거리를 판매한다. 5층 ‘SM타운 씨어터’에선 홀로그램으로 제작한 뮤지컬을 상영한다.

이 중 특히 SUM마켓은 다양한 상품 종류를 갖췄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파는 ‘와사비(고추냉이)맛 김’은 남성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이름을 따 ‘샤이니 와사비맛김’이란 이름으로 팔린다. ‘샤이니 명란맛김’도 있다. 캔디, 껌, 초콜릿, 팝콘, 꿀, 탄산수 등도 SM 소속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딴 제품이 만들어졌다. 술도 팔고 있다. 크래프트맥주를 만드는 국내 회사 아크가 생산한 ‘동방신기 비하이’와 ‘소녀시대 허그미’인데, 동방신기 비하이는 인디아페일에일(IPA)이고 소녀시대 허그미는 화이트에일 종류다. SUM마켓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본사 지하 1층에도 있다.

매상도 쏠쏠하다. 마쓰다 가오리·가나코 모녀는 이날 SUM마켓에서 총 6만6000원어치의 먹거리와 3만5000원짜리 샤이니 티셔츠 한 장을 샀다. 분홍빛 SUM마켓 비닐봉지에 한가득 상품이 담겼다. 이들 모녀는 ‘슈퍼주니어 하바네로 짬뽕’과 ‘슈퍼주니어 하바네로 라면’을 샀는데, SUM마켓에선 ‘엑소(EXO) 볶음 짜장면’과 ‘엑소 손짬뽕’도 판매한다. 엑소 라면은 사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가나코씨는 “엑소(라면)는 필요 없다”고 했다. 엑소의 팬이 아니기 때문에 좋아하는 슈퍼주니어의 이름이 붙은 라면만 샀다는 뜻이다.

빅뱅·위너(WINNER)·아이콘(iKON) 등 아이돌 그룹과 싸이가 소속돼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패션과 뷰티 사업을 하고 있다. YG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과 2014년 9월 ‘내추럴나인’을 공동 설립하고 캐주얼 패션 브랜드 ‘노나곤(NONAGON)’을 출시했다. 자회사 YG플러스가 보유한 코스메틱 브랜드 ‘문샷(moonshot)’은 올해 소속 연예인 지드래곤과 산다라박을 모델로 쓰면서 ‘지디 쿠션’과 ‘다라 쿠션’을 출시했다.

YG푸즈를 통해선 외식업 사업도 한다. 노희영 전 CJ 브랜드전략 고문이 YG와 손잡은 것이어서 큰 화제가 됐다. 서울 홍대 앞에 있는 ‘삼거리푸줏간’은 돼지고기 전문점인데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온 한류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YG푸드는 명동 증권빌딩과 여의도 IFC에 ‘YG리퍼블릭’을 열고 삼거리푸줏간과 디저트·샐러드 카페인 ‘3버즈’, 맥주를 마실 수 있는 ‘K펍’을 열었다. YG푸드는 6월에는 태국 방콕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증권 김창권 연구원은 “화장품(문샷)과 외식업(삼거리푸줏간) 사업을 하는 YG의 자회사 YG플러스의 1분기 매출액은 1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0% 늘었다”고 했다. 그는 “문샷은 3월 출시한 지디·다라 쿠션이 전부 판매되는 등 1분기에 1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2015년 1년 동안의 매출액을 넘어섰고 4월 중 아시아 대표 화장품 편집숍 사사(SASA)의 홍콩·마카오 31개 프리미엄 매장에 입점했다”며 “2분기에는 실적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월 7일 서울 삼성동 SM 본사 지하‘SUM 마켓’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김지호 조선일보기자>
4월 7일 서울 삼성동 SM 본사 지하‘SUM 마켓’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김지호 조선일보기자>

현지 공연 전문 ‘자매그룹’도 만들어

아예 전 세계 진출을 목표로 구성한 아이돌 그룹도 있다. SM이 지난 4월 데뷔시킨 ‘NCT(Neo Culture Technology)’가 대표적이다. NCT는 이례적으로 4월 9일 중국 선전(深圳)에서 열린 시상식 ‘음악 풍운방 연도성전’에 특별 게스트로 초청받아 데뷔 무대를 가졌다. 한국에서 데뷔한 것은 그 엿새 뒤인 15일 KBS 출연이다.

NCT는 구성도 지금까지와 다른데, 그룹 멤버수가 정해져 있지 않고 멤버 구성도 유동적으로 바뀐다. 수십명의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이수만 SM 회장은 지난 4월 SM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하반기에는 중국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에서 활동할 팀들을 각각 공개할 예정”이라며 “같은 멜로디의 노래를 국가별 언어로 번역해 부르는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한류 현지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NCT 실적이 엑소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엑소와 NCT의 데뷔곡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를 비교해 “NCT의 성장 곡선은 앞으로 엑소를 웃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SM은 또 중국 베이징에 대규모 트레이닝센터를 지어 아이돌 그룹을 배출할 예정이다.

해외 현지화 콘셉트는 NCT가 처음 한 것은 아니다. 앞서 SM의 남성 아이돌 그룹 엑소(EXO)는 같은 곡을 한국어로 노래하는 EXO-K와 중국어로 부르는 EXO-M으로 나뉘어 있다. EXO-M에는 중국인 멤버가 4명 있었지만, 현재는 3명이 탈퇴했다. 이보다 앞서 2008년에도 슈퍼주니어의 일부 멤버에 중국계 멤버 두 명이 가세해 유닛 ‘슈퍼주니어-M’을 만들어 데뷔했다. 여기서 ‘M’은 만다린(중국 표준어)을 뜻한다.

현지화 전략은 일본에서 더 적극적으로 사용 중이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은 일본 내 주요 도시와 해외에서 자매그룹을 계속해서 데뷔시키고 있다. AKB48은 2005년 도쿄(東京)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결성된 후 인기를 얻자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후쿠오카(福岡), 니가타(新潟)에 자매그룹을 데뷔시켰다.

해외에 진출한 자매그룹은 JKT48(인도네시아 자카르타), SNH48(중국 상하이)이 있다. 지난 3월 AKB48의 콘서트에서는 TPE48(대만 타이베이), MNL48(필리핀 마닐라), BNK48(태국 방콕)이 결성된다고 발표됐다. 중국에서는 따로 SNH48의 자매그룹인 BEJ48(베이징), GNZ48(광저우)이 지난 4월 데뷔했다.

해외 자매그룹은 일본 AKB48의 곡을 자국어로 번안해 부르거나 자신들만의 곡으로 음반을 내며 활동한다. 예로 들어 AKB48의 히트곡 중 하나인 ‘포니테일과 슈슈(ポニーテールとシュシュ)’는 SNH48이 ‘마미여발권(馬尾與發圈·말총과 머리끈)’이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불렀다.

일본업체도 음식·게임 업종으로 팽창 AKB48도 SM타운과 같은 ‘성지’가 있다. ‘AKB48’이 시작한 전용 극장 ‘AKB48극장’에서 멀지 않은 ‘AKB48 카페&숍’이다. 도쿄 아키하바라역 앞에 있다. 이곳에 가면 AKB48 멤버들이 제안하는 식사와 디저트 메뉴를 판매한다.

팬들은 이곳에 모여 공연 영상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지난 4월 일본에선 ‘노기코이(乃木恋)’라는 스마트폰 게임이 출시됐다. AKB48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공식 라이벌 그룹인 노기자카(乃木坂)46의 멤버가 등장하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독특한 점은 게임 랭킹 상위 100명에겐 노기코이46이 개최하는 한정 이벤트에 ‘남자친구’로 참가해 멤버와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게임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선 “100위 안에 들어가려면 얼마나 (게임 속에서) 돈을 많이 써야 하느냐, 그렇게 돈을 썼는데 101위인 사람은 참 아쉽겠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Plus Point

쿨재팬 6년 쑥쑥 뻗어나가는 韓流에 자극 日, 문화 수출에 전폭 지원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류(韓流)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대중문화는 과거보다 영향력이 축소됐다. 침체된 문화산업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10년부터 해외에 일본 문화를 소개하고 소비층을 발굴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 이름이‘쿨 재팬(Cool Japan)’이다.

올해 4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보고서에서 쿨재팬 정책의 목표를 “일본의 매력을 (세계에) 전개해 해외 수요를 획득하는 것과 함께 관련 산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정책적으로 일본 문화를 알려 문화 상품 판매 파급 효과를 얻고 외국인 일본 관광객을 증가시켜 일본 내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음악은 쿨재팬 정책이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다. 일본 음악시장은 세계 2위 규모로 크지만 정부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대책으로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싱크(SYNC) 뮤직 재팬’에 따르면 2012년에 해외에서 공연을 가진 일본 뮤지션은 73팀이지만 2013년에는 7월까지 총 123팀이 해외에서 라이브 공연을 가졌다.

쿨재팬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저(円低)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방문객은 급증하고 있다. 일본 관광청은 지난 4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가 208만1800명으로 월간 기록 역대 최다(最多)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1973만명으로 2011년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