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애플에 1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한 버핏과 달리 ‘억만장자’ 칼 아이칸은 애플 주식을 팔아 치웠다. 투자의 대가 두 명이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Carl Icahn)은 지난해 4분기 애플 주식 700만주를 매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칸은 4576만주를 갖고 있었지만, 4월 CNBC 인터뷰에서 애플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아이칸이 애플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중국에서 애플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일단 아이칸의 분석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4월 발표된 애플 1분기 실적에서 중국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6% 급감했다. 2015년 판매가 호조를 보인 기저효과도 있지만, 해결 방법이 쉽지 않다. 아이폰과 경쟁 구도에 있는 화웨이(華爲), 샤오미(小米)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판매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아이칸과 달리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와 데이비드 아인혼(David Einhorn)은 1분기에 애플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아이칸이 아닌 버핏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1분기에 애플 주식을 3100주 더 매수했다고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했다. 소로스가 미국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상황에서 애플 주식을 사들인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CNN머니는 소로스펀드가 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 증시 하락과 금값 상승에 베팅했다고 보도했다. 아인혼의 그린라이트캐피털은 같은 기간 애플 주식을 193만주 사들여 총 821만주 보유하게 됐다. 그린라이트캐피털은 작년 4분기에 애플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보유 주식수가 1170만주에서 628만주로 줄었지만, 해가 바뀐 뒤 다시 매수를 시작했다.


아이칸 “애플 중국실적 격감”

미국 투자회사 윌리엄 블레어의 아닐 도라들라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현재 더 이상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가치에 걸맞은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투자자에게 애플은 올해 이익이 10% 가까이 감소하겠지만, 장기 투자자에겐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P글로벌은 애플이 장기적으로 연 11.3%씩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버핏과 아이칸은 정치적인 견해도 대립하고 있다. 아이칸은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 정부’의 재무장관 1순위로 꼽힌다. 트럼프는 아이칸의 팬이다. 아이칸은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실용주의자다. 그는 우리 경제를 위해 필요한 일을 가장 잘 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버핏은 일찌감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CNBC에 나와 트럼프에 대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미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위대하다”고 했다. 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트럼프의 대선 구호를 비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