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있는 링크드인 본사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있는 링크드인 본사 <사진 : 블룸버그>

지난 2004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500대 기업(Fortune 500) 선정 50주년’을 기념해 특집기사를 실었다. <포천>은 이를 통해 선정 100주년이 될 2054년도의 세계 100대 기업을 가상으로 선정했다.

2054년 세계 10대 기업 중에는 현존하는 기업 외에 가상의 기업도 있다. 1위에 오른 ‘아마존베이( AMAZONBAY)’도 그중 하나다.

2015년도에 아마존과 이베이가 합병한다는 가정으로 탄생한 세계 최대의 소매유통 기업이었다. 아마존베이는 소매유통뿐만 아니라 금융, 보험, 신용카드까지 통합해 기존의 금융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즉, 기존 형태의 은행, 보험, 신용카드 회사는 사라진다는 의미다.

5위에 오른 인도소프트 (Indosoft)는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이 합병 후 본사를 인도 뭄바이로 이전한다는 가정으로 만든 회사다.

그 무렵 미국의 거대기업은 인도의 기술자들이 장악했기 때문에 본사를 인도로 옮기는 것은 너무 당연한 상황이 됐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인수합병에 계속 실패하는 MS

그런데 최근 몇년간 MS의 행보에서 2054년 정보기술(IT) 강자로서의 모습을 그려내긴 쉽지 않다. 지난 20여년간 윈도(MS Window) 운영체계를 통해 PC 시대를 지배했지만, 애플의 iOS와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가 양분한 모바일운영체제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 웹브라우저는 어느덧 구글 크롬(Chrome)과의 경쟁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MS는 2010년 이전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개인 고객 기반으로 인수합병의 중심축을 바꿨다. 2011년 85억달러에 인수한 영상통화 메신저 스카이프, 2013년 72억달러에 인수한 노키아 휴대전화사업, 2014년 25억달러에 인수한 스웨덴 비디오 게임회사 모장 그리고 얼마 전 262억달러(약 30조2200억원)에 인수한 링크드인 (LinkedIn) 등이 모두 개인고객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다.

MS가 링크드인을 30조원대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제까지 MS가 보여준 거대인수합병이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의구심은 더 커졌다. 심지어 링크드인 내부에서도 MS의 인수 의도를 두고 끼워 맞추기 설명이 이어졌다. CRM(고객관리) 도구인 링크드인의 세일즈 내비게이터와 MS의 다이내믹스가 결합하면 시장 확장이 가능하다거나 링크드인의 러닝솔루션 린다에 MS 오피스를 묶어 판매할 수 있다는 식이다. 링크드인에 스카이프 기능을 추가해 구직자를 검색하다가 스카이프를 통해 구직자와 바로 인터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MS가 이런 기능 간 결합을 통해 링크드인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만 링크드인을 인수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대를 하게 하는 것은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와 링크드인의 결합 정도다.

전 세계의 MS 고객들은 MS가 IT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인류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최근 MS의 링크드인 인수합병에서는 사업확장의 한계에 다다른 기업을 비싸게 사들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링크드인의 정보·네트워크 활용 방안 찾아야

링크드인은 리쿠르터와 구직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만남의 장이다. 구직자는 손쉽게 스스로를 홍보할 수 있고 리쿠르터도 인재를 찾아내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링크드인의 방대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MS는 더 많은 자사 제품을 팔 수는 있겠지만 링크드인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기대만큼 호응해 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링크드인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예를 들면, 구직자가 자신의 정보와 경력을 올려놓으면 인공지능 솔루션에 의해서 자신에게 맞는 직장이 추천되고 구직자에게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 역량을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 또한, 방대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코칭을 해 줄 수 있는 멘토를 찾아서 네트워킹하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링크드인에 가입하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원하는 진정한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링크드인이 펼쳐 놓은 방대한 인적네트워크의 본질적 가치를 외면한, 단지 제품 판매 채널로 접근한다면 MS는 또 한 번 실패를 겪을 것이다. 30조원을 쏟아부은 투자의 실패는 MS 몰락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 한만현
서울대 계산통계학, LG정보통신연구소 연구원,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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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LinkedIn) 링크드인은 2003년 미국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비즈니스 인맥에 특화된 같은 이름의 소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인·구직 서비스에 SNS 기능을 합친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에서 회원수가 4억3000만명에 달한다. 설립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은 페이스북 직접 투자자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