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남 대표는 “주차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유된다면 불법 주차 문제도 자연히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 미디어 한준호>
강수남 대표는 “주차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유된다면 불법 주차 문제도 자연히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 미디어 한준호>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주변만 빙빙 돌다가 불법주차를 시도한 경험이 운전자라면 대부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가용 등록대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2000만대에 육박한다. 가구당 1.55대의 차량을 보유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디를 가더라도 주차 가능 여부는 반드시 미리 챙겨야 하는 중요한 정보 중 하나가 됐다. 국내 최초의 주차 정보 전문 애플리케이션(앱) ‘모두의 주차장’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모두의 주차장’을 운영하는 모두컴퍼니(공동대표 강수남·김동현)는 2013년 8월 서울 시내 2000개의 주차장 정보를 기반으로 모두의 주차장을 출시했다. 이후 3년 만에 35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인기 앱’의 반열에 올라섰다. 모두의 주차장은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가장 저렴하고 가까운 주차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주차장의 위치와 요금 외에 운영시간과 연락처도 제공한다. 주차 정보를 관할하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서울에서만 제공하던 서비스 범위도 6대 광역시로 넓혔다.

모두의 주차장은 모두컴퍼니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강수남(52) 대표의 문제의식이 모태가 됐다.

강 대표는 서울대 졸업 후 타임과 <포천> 등의 뉴스 미디어를 소유한 타임워너 그룹에서 기술 엔지니어로 15년간 근무하다 2008년 귀국했다. 강 대표를 서울 청파동 모두컴퍼니에서 만났다.


‘모두의 주차장’ 앱의 스마트폰 구동 화면

주차 정보를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일하던 타임워너 본사가 뉴욕에 있어요. 맨해튼에서 차를 몰고 다닐 일이 많았는데 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어본 경험은 많지 않았죠. 그런데 한국에 간혹 들어와 운전하면 주차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우리나라는 주차 관련 시스템 자체는 미국보다 발달해 있어서 정보를 잘 엮어 공유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주차 시스템이 미국보다 나은가요.
“실내 주차장이라든지 번호판 인식이나 자동화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훨씬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쇼핑몰 주변만 해도 야외 주차공간이 넉넉해서 번호판 인식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 주차 관련 정보가 외부와 잘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뉴욕만 해도 건물 주차장 입구에 커다란 글씨로 주차 요금과 외부인 이용 가능 여부 등 정보를 표시한 곳이 많거든요. 주차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유된다면 불법 주차 문제도 자연히 해결되지 않을까요? 불법 주차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지역별로 주차 관련 정보를 관할하는 지자체와의 협력이 관건이었을 텐데요.
“공익적인 측면이 있는 사업이지만 공무원 입장에서 정보를 공유해준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정보라고 해도 공유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죠.
‘주차 정보’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개념 확립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업무적인 부담도 있었을 겁니다. 정부가 2013년 6월 ‘정부 3.0’ 기본계획에 따라 공공 정보 개방과 이용 활성화를 촉진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내비게이션 업체와의 협력도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사업 초기 ‘김기사(현 카카오내비)’와 T맵 등 내비게이션 업체와 서비스에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협력한 것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설과 추석 연휴에 지자체에서 무료로 개방하는 주차장 정보를 공유한 것도 이용자를 늘리는 데 한몫했습니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주차장 공유에 따른 수수료를 주차장 대여자에게 받습니다. 주차요금의 일부를 받는 것이지요. 아직 배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매출과 순익 모두 늘고 있습니다. 주차 관련 앱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역사가 길지 않아 아직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임계치를 넘어가면 사용자수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카카오가 주차 정보 서비스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에서 보듯 경쟁도 심해지겠죠.”

시가총액 6조원의 ‘모바일 공룡’ 카카오는 올 하반기 주차장 정보 서비스인 ‘카카오 주차’와 가사도우미 서비스 ‘카카오 홈클린’ 등 신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에서 오래 일했는데 서비스 범위를 해외로 확장할 계획도 있는지요.
“글로벌한 앱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아요. 나라마다 법규도 다르고 선호하는 디자인도 다르죠. 같은 것을 보더라도 동양인과 서양인이 이해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정 국가에서 널리 사용될 앱을 만들려면 그 나라의 문화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습니다. 국내 대형 포털들도 그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페이스북의 경우에도 문화권마다 사용 패턴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에도 어려서부터 해외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젊은 인재들이 많아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무인 자동차가 보편화되면 사업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주차장의 수는 아마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없어서 주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 구체적인 정보가 요구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는 같은 주차장 안에서도 어느 구역에 이용 가능한 주차 공간이 있는지 등 더 세분화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제 경우에는 공익성이 있는 사업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흔들릴 때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제안이 들어오거나 도움이 되는 일이 생겼어요. 누군가 우리 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듣거나 사용하는 것을 보면 힘이 나더군요.”


▒ 강수남
서울대 전자공학, 미국 타임워너 그룹 시스템 엔지니어, 네이버 인프라 담당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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