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블로그에 직접 쓴 글로‘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는 지난 7월20일 테슬라 블로그에‘마스터 플랜 파트 2’를 공개했다. <사진 : 블룸버그>
10년 전 블로그에 직접 쓴 글로‘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는 지난 7월20일 테슬라 블로그에‘마스터 플랜 파트 2’를 공개했다. <사진 : 블룸버그>

진입 장벽 높기로 악명 높은 자동차 산업에 새바람을 일으킨 업체가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Elon Musk·45)다. 머스크가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10년 전인 2006년 8월이다. 머스크는 당시 신생 기업이던 테슬라(Tesla)의 웹사이트에 직접 자신의 ‘비밀 마스터’를 공개했다. 내용은 이렇다. 테슬라의 첫 번째 모델인 스포츠카 로드스터(Roadster·글 작성 당시 프로토타입)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면서도 다른 스포츠카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갖춘 전기차다. 소비자는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앞다퉈 로드스터를 사들인다. 이때 축적한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후속 모델인 ‘4도어 패밀리 스포티카’를 출시하고 저렴한 양산 자동차 판매에 필요한 기술 개발, 생산 자금을 확보한다.

이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 것으로 여긴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난 올해 3월, 테슬라는 ‘모델 3(Model 3)’을 공개했다.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망상 정도로 여겨지던 그의 계획은 미래를 예견한 대담한 계획으로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머스크의 행동 하나하나에 소비자는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모델 3의 실체가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선주문을 위해 테슬라 쇼룸으로 몰려갔다. 3월 31일 하루에만 선주문 물량이 40만대에 달했다.

테슬라가 이 폭발적인 관심에 부응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주문 물량을 적시에 기대하는 품질대로 출시해야 비로소 머스크가 발표했던 ‘마스터 플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셈이다. 이를 성공으로 이끌려면 배터리, 자동차 완성품에 들어가는 비용과 품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중은 왜 머스크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는 걸까? 실체도 드러나지 않은 테슬라 자동차를 기대하고 미리 주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머스크, 그가 이끄는 테슬라가 보여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그 모델의 특별한 점이 무엇인지 6가지로 분석했다.


고객 중심을 실천하는 비즈니스 모델

기존 자동차 업체들과 테슬라가 다르다고 느끼게 만드는 핵심은 바로 고객 중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실 ‘고객 중심’은 모든 산업군의 거의 모든 기업에서 주창하는 가치다. 하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실천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테슬라는 다르다. 6가지 강점이 모두 고객 중심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집중돼 있다.


신생 자동차업체인 테슬라가 가장 먼저 내놓은 차는 고급 스포츠카인 로드스터(Roadster)다. 빼어난 성능 덕분에 가장 까다롭다는 하이엔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진 : 테슬라>
신생 자동차업체인 테슬라가 가장 먼저 내놓은 차는 고급 스포츠카인 로드스터(Roadster)다. 빼어난 성능 덕분에 가장 까다롭다는 하이엔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진 : 테슬라>

강점 1
운전자 편의를 중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생산 기술에 통달한 지 오래다. 정밀 공학, 부품 세부 설계, 시트, 금속의 조화와 마무리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부품은 매끄럽게 조립됐는지, 도색 작업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커버는 완벽하게 트리밍 됐는지 등을 신경 쓴다.

반면 테슬라는 다른 곳을 본다. 고객에 집중한다. 모델 3의 이전 모델인 모델 S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멋들어지게 만든 기기 같다. 외양이 화려하고 직관적이며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모델 S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제어 장치가 스마트폰 사용자환경(UI)과 흡사한 17인치 디지털 터치 스크린에 디스플레이 된다. 자동차 안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조작이 이 화면 안에서 모두 해결되는 것이다. 스크린을 터치하는 동작 하나만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히터나 에어컨을 켜고 끌 수 있다. 에너지 사용, 서스펜션 시스템도 조정할 수 있다. 차고 문을 열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울트라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 시스템, 제로백 3초의 파워, 한 번 충전으로 435㎞를 주행할 수 있는 지속력도 갖췄다. 많은 소비자가 모델 S를 ‘최초의 실용적인 전기 자동차’로 손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용자 중심의 실용성과 성능을 모두 잡은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 모델인 것이다.


강점 2
하이엔드 시장부터 장악

테슬라의 마케팅 전략은 일반 기업과 달랐다. 보통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환경 보호, 절약을 앞세워 마케팅한다. 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는 큰 강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지만, 요즘 같은 저유가 시대에는 별다른 강점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처음부터 럭셔리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가장 먼저 내놓은 차는 10만9000달러짜리 로드스터였다. 친환경 자동차면서도 시판 중인 자동차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다. 빼어난 가속력, 매끄러운 핸들링으로 가장 까다롭다는 하이엔드 자동차 시장 고객을 사로잡았다. 테슬라 비즈니스 전략의 강점은 이처럼 뛰어난 스포츠카의 퍼포먼스를 버리지 않은 데 있다.

일찌감치 고성능 자동차로 인정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도 얻었다. 검증된 성능 덕분에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업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성능과 친환경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브랜드의 이미지는 소비자에게도 유익하게 작용한다.


미국 전체 주 가운데 절반은 생산자가 최종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수 없다. 그러나 테슬라는 직접 접촉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쇼룸을 세워 고객과 접점을 만들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는 테슬라 쇼룸. <사진 : 테슬라>
미국 전체 주 가운데 절반은 생산자가 최종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수 없다. 그러나 테슬라는 직접 접촉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쇼룸을 세워 고객과 접점을 만들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는 테슬라 쇼룸. <사진 : 테슬라>

강점 3
실리콘밸리 기술자의 소프트웨어 역량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설계에 강점을 두고 창립한 기업이다. 자동차 OEM 업체 가운데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비중이 테슬라만큼 큰 곳은 거의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에 대한 테슬라의 접근법은 자동차 업체보다는 애플에 가깝다.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가 외주에 의존하는 서킷보드 등의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한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증거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대한 전문성을 고객 중심 모델로 구현해낸 것이 테슬라의 강점이다. 테슬라는 디지털 주행 경험, 연결 서비스, 원격계측진단(telemetrics) 등의 기술력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2015년 10월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대규모 소프트웨어 무선 업그레이드 기능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에 설치된 주요 주행 기능을 원격 업데이트하는 서비스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테슬라는 간편한 기능 업그레이드로 더 편한 주행을 소비자가 즐길 수 있게 했다. 자동차 업계 최고 수준인 동시에 최초의 시도였다.


강점 4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마케팅

테슬라의 미국 시장 마케팅도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전체 주 가운데 절반은 생산자가 최종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직접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쇼룸을 세웠고 온라인으로 고객과 접점을 만들었다. 수시로 구매자의 사용 경험을 수집하고 피드백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나갔다.


강점 5
핵심 부품에 대한 전폭 투자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리튬이온배터리다. 테슬라는 이 핵심 부품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자체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세웠고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가고 있다. 또 파나소닉과 합작투자를 통해 태양열 저장 배터리도 생산할 예정이다.

이처럼 테슬라의 생산 규모가 커지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직접 생산을 전담하는 만큼 배터리를 외부 생산에 의존하는 업체에 비해 비용 우위에 서게 된다. 테슬라는 이 과정에서 줄인 생산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고객 부담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테슬라는 충전 인프라까지 직접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를 언제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도록 해 전기차 소비자의 불안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사진 : 테슬라>
테슬라는 충전 인프라까지 직접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를 언제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도록 해 전기차 소비자의 불안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사진 : 테슬라>

강점 6
충전까지 책임진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기차를 탈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요소는 배터리 충전과 주행거리 문제다. 이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보되면 해결된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미국, 서유럽의 주요 경로에 600여개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대대적으로 자금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불안을 줄이고 테슬라 고유 충전소를 구축해 경쟁 전기차 회사를 압도할 수 있는 전략이다.

머스크가 10년 전 공개했던 ‘마스터 플랜’은 그 당시로는 신선한 충격이면서 요원한 꿈 같은 이야기였다. 머스크와 테슬라의 저력은 손에 잡힐 것 같지 않던 계획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는 실행력에 있다.

높은 진입 장벽에 안주하며 후발 주자를 지켜봐 온 자동차 기업은 테슬라의 기획력과 실행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에 파괴적 변화를 일으켰고 이제는 디지털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애플과 같은 입지를 굳히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기존 자동차 업체도 장점이 많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풍부한 대량생산 경험, 생산량 조절 능력, 정밀 공학 기술력, 탄탄한 신뢰성과 안전성은 테슬라가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은 가질 수 없는 역량들이다.

주요 공급업체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광범위한 판매망과 오랜 기간 구축해 온 고객과의 관계도 테슬라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해선 안 된다. 갖고 있는 장점과 함께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이 보여주는 혁신 모델을 융합해 각자 특색 있는 새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스스로 회사의 전략과 제품을 검토하고 취약점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테슬라의 성공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 테슬라 전기차 대비 전기차 역량을 스스로 점검하고 앞으로 어떤 위치를 점할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테슬라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결국 모든 기술이 ‘고객 중심’이라는 목표로 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각 회사가 자체 전기차 진화 방향을 점검하고 보유한 디지털 기술 역량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역량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통해 향후 소프트웨어 개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성능, 가용성, 가격을 비교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최근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며 테슬라의 동향을 지켜만 보던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테슬라의 모델 3이 정식으로 출시되면 상황은 급변할 것이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테슬라와의 격차를 극복하고 자사의 강점을 활용할 혁신적인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 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전력질주를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