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같은 변혁기에 유능한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리더의 자질은 뭘까요? 인터넷 거품 시대에서는 ‘비전’ 있는 리더를 원했고, 버블 이후에는 비용 절감과 생산 거점 이전(移轉)에 능한 사람이면 됐지요. 그러나 지금은 훨씬 더 다양한 복합 능력이 요구됩니다.”
세계적 헤드헌팅 기업인 러셀 레이놀즈(Russell Reynolds Associates Inc.)의 클락 머피(Clarke Murphy) 회장의 진단입니다.
20여년간 헤드헌팅 업계에 몸담은 그는 웰스파고·마스터카드·할리 데이비슨·월그린(Walgreens) 등 수십개의 상장 기업과 칼라일그룹(Carlyle Group)·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 같은 비(非)상장 기업의 최고 경영진 구성에 참여했습니다.
머피 회장은 CEO 또는 기업 고위 임원의 필수 역량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경험을 꼽았습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 자신을 키워온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공통적으로 선호되는 인재입니다.
요즘 특히 강조되는 것은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과 세상의 지속적인 변화를 따라잡는 능력입니다. 국제 경험도 강조됩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사업을 벌이는 글로벌 기업에 더욱 중요합니다. 여러 나라의 상황과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은 이제 거의 모든 기업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습니다.”
머피 회장은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현자(wise man)’는 요즘 시대에 환영받지 못한다고 강조합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많은 분석을 하고, 심사숙고해서 전략을 세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 필요한 인재는 적절한 때에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입니다. 과거에는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됐지만, 지금 그런 사람들은 직원·시장·이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나쁜 경영자입니다.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는데 아무 말 없이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기업의 리더와 인재 역시 바뀐다는 게 머피 회장의 생각입니다.
“모든 시장이 너무나 빠르게 바뀝니다. 5개년 계획은 무의미한 시대가 됐습니다. 연간 계획조차 무의미해졌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가전제품 시장에서는 반년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조직을 꾸려나가려면 탁월한 운영 능력만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머피 회장은 유연성, 운영 능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시대의 최고 경영자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beyond extraordinary communication skill)’이 필요합니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 조직 운영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CEO는 이를 이사회·주주·직원·고객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리서치인모션(RIM)의 CEO는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블랙베리가 왜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보다 좋은지 설명하지 못한 것입니다. 소비자와 개발자가 왜 차세대 블랙베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RIM은 침몰하기 시작했고, CEO가 교체됐습니다.”
머피 회장은 한국 기업 고위 임원들에 대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높지만 소통은 부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판단합니다. 그리고 한 번 결정이 내려지면 최단 기간 내 실행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 문화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관점이 부족하다든지, 사원이나 주주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지 않으려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 클락 머피 Clarke Murphy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