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 그러나 무리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운영비용이 나날이 늘어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글로벌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 그러나 무리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운영비용이 나날이 늘어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뭔가 성과를 얻고 싶으면 그만큼 투자를 해야 한다.”

요즘 제품이나 서비스 수요를 늘리려는 기업들이 버릇처럼 되뇌는 말 가운데 하나다. 단기간에 펼치는 대규모 할인 행사는 인지도를 높이고 충성 고객을 늘리는 대표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인기가 높다. 많은 기업이 그 때문에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 직후 단기간에 대규모로 예산을 편성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특별 프로모션’에 나선다. 일정 기간 제품이나 서비스에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비싼 경품을 내건다.

또 기업들은 단순 할인 행사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수 있는 제휴 파트너와 함께 자선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소비자의 구매 활동이 기업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식의 자선 활동과 관련된 기업들의 프로모션 행사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은행 산하 조사기관인 IEG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의 각종 스폰서십 활동 비용은 2011년 486억달러에서 2015년 575억달러까지 늘었다. 5년 동안 매년 3.9~5.1%씩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여러 행사를 기획하는 기업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할인 행사든 자선 행사든 어쨌든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더 나아가 장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사들이 정말로 들인 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까? 우버의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가 어렵다.


우버, 中에서 출혈 경쟁 펼치다 중국법인 매각

2009년 창업한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는 단 6년 만에 미국·유럽·인도 등 세계 각지의 택시 산업을 위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우버가 펼치는 프로모션은 공격적이다.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우버블랙 사용자를 대상으로 15회를 타면 1회 무료 탑승 기회를 주고, 한 번 탑승 때마다 200포인트씩을 준 뒤 3000포인트를 쌓으면 25달러짜리 탑승권을 주는 파격 할인행사를 벌였다. 같은 달 홍콩에서는 '포켓몬 고' 열풍을 이용해 세 시간 동안 무료로  당첨자를 태워주는 이벤트와 첫 우버 탑승자에게 100달러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8월 초에는 영국에서 고급 아이스크림을 공짜 배달하는 행사로 우버푸드를 알리기도 했다. 파격적인 프로모션과 가격 할인 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는 있지만, 재무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수지맞는 장사는 아니다.

<포브스>는 우버의 내부 문건을 인용해 우버의 순매출이 2014년 총 4억9530만달러에서 2015년 상반기 6억6320만달러로 1억6790만달러 늘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운영 비용도 크게 늘었다. 2015년 상반기 우버는 1억5910만달러를 운영 비용으로 썼다. 2014년 한 해 동안 쓴 비용(1억599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운영 비용이 늘어난 것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과 가격 할인 행사에 자금을 밀어넣은 탓이다. 2014년 2억4600만달러였던 마케팅 비용은 2015년 상반기에만 2억9500만달러로 증가했다. 그 가운데 프로모션 비용과 할인 행사에 들인 돈은 2014년 5730만달러에서 2015년 상반기 7200만달러로 급증했다.

결국 우버의 순매출에서 비용, 운영 비용 등을 뺀 일반회계기준(GAAP) 손실은 2014년 6억7140만달러에서 2015년 상반기 9억8720만달러로 치솟았다.

우버의 중국 시장 실패 역시 무리한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우버의 중국법인인 우버차이나는 8%에 불과한 중국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할인 공세를 펼쳤다. 탑승객의 이용요금을 무조건 25%씩 할인해주고, 등록 운전자의 수수료는 아예 전액을 무료 지원하는 식이었다.

우버 사업모델의 장점은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운전자를 고용하는 비용이 들지 않아 초기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만큼은 탑승객이 타면 탈수록 우버가 물어주는 돈이 더 나가는 구조가 된 셈이다.

지난해 1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출혈 경쟁을 감당하지 못한 우버차이나는 지난 8월1일 중국의 토종 경쟁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합병됐다.


싱가포르 택시 업체 실험… 행사 기간에만 ‘반짝’ 효과

인시아드 연구진은 단기 프로모션의 실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싱가포르의 한 택시 예약 업체와 함께 5일짜리 단기 프로모션 행사를 벌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업체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임의로 실험군을 추려 행사 내용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고객 가운데 일부에게는 네팔 대지진 피해 복구 성금을 조성하기 위한 행사, 다른 일부에게는 싱가포르 암환자 협회에 대한 기부금을 조성하는 행사를 안내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1~10싱가포르달러를 할인해주는 대신 고객에게 할인해준 돈을 그대로 기부한다는 내용으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없었다. 다른 일부에게는 기한 내에 택시를 이용하면 다음 번에 이용할 때 1~10싱가포르달러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결과, 안내 메시지를 받은 전체 실험군 가운데 단 1%만이 프로모션에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기부금 마련과 연관된 프로모션보다는 단순 할인 행사 안내에 반응해 택시 회사를 이용한 소비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회사가 행사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평소보다 고객의 택시 이용률이 오르긴 했지만 프로모션이 끝나자 이내 원상 복귀하는 반짝 효과에 그쳤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자선 행사에 반응한 사람들이 단순 할인 행사에 반응한 사람들보다 ‘금액’에 민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 할인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경우, 1싱가포르달러 할인 행사 참여자보다 10싱가포르달러 할인 행사 참여자가 3.6배 많았다. 하지만 10싱가포르달러를 기부할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의 비율은 1싱가포르달러 기부 행사에 참여한 사람보다 두 배 많은 수준이었다.


단기 프로모션 진행 전 사전 실험 먼저 하라

물론 이 실험에는 명백한 한계가 몇 가지 있다. 실험군을 싱가포르의 택시 회사가 보유한 고객군으로 제한했고, 한 번도 이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없는 사람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싱가포르에서만 이 실험을 진행했기에 다른 지역 소비자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실험 대상 업종을 바꿀 경우에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이 실험이 단기 프로모션이 기대하는 만큼의 장기적인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이처럼 프로모션 캠페인이 얼마 동안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가치 창출이나 지속적인 수요 창출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최소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는 경영자라면 장밋빛 전망만으로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마케팅 예산을 낭비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의심스럽다면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 전에 사전 실험으로 반응을 살피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명심할 점은 자선 활동과 관련된 프로모션 활동이 무조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이 벌이는 활동의 진실성이다. 심리학에서 ‘조종하다(manipulate)’라는 단어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타인의 인식을 바꾸거나 행동을 유발하는 기만적인 행동’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단순히 고객을 늘리기 위한 목적,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만 마케팅을 펼치다보면 이 같은 ‘조종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폴크스바겐처럼 오랜 기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소비자에게 ‘저공해차를 탄다’는 인식을 심어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히 판매나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전체 기업의 운영 방향과 연관도 없는 자선 활동을 엮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한 마케팅 활동이다. 그보다 기업의 방향과 연관성이 있으면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쌓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을 고민하고 계발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소비자가 보기에도 진실성 있는 활동이라면 분명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할인 프로모션을 벌여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10억달러의 손실을 낸 우버차이나는 결국 지난 8월 중국 토종기업 디디추싱에 합병됐다.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할인 프로모션을 벌여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10억달러의 손실을 낸 우버차이나는 결국 지난 8월 중국 토종기업 디디추싱에 합병됐다.


소비자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마케팅 기획

이 시대 소비자는 얕은수를 부리는 마케팅 기법을 금방 꿰뚫어볼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이 풍부하다. 이 시대의 마케터라면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을 세우기 전부터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공하는 소비자 중심 사고의 핵심은 소비자의 필요와 연관된 행동을 전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소비자의 삶에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프로모션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소비자 중심 사고에서 나온다.

이런 사고방식을 전체 조직에 심을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역할도 중요하다. 만약 CEO, CMO 등의 경영진이 소비자의 편익을 우선순위로 두는 조직이라면 제품과 서비스 기획은 물론 마케팅 조직, 브랜드 전략 조직, 영업 조직 모두가 단기적인 이익을 노리는 대신 좀 더 긴 안목으로 전략을 짜게 된다. 이 시대 기업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제품은 물론 소비자 자체에 대한 연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와의 긴밀한 관계 형성 방법부터 해당 소비자가 속한 사회문화적 관습까지 폭넓게 탐구한 뒤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야한다는 얘기다.


※ 이 기사는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지식 공유 사이트 INSEAD Knowledge와의 정식 계약에 따른 번역 기사입니다. ⓒINSEAD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