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미국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미식축구(NFL), 야구(MLB)에 이어 시장규모 3위였던 미국 프로농구(NBA)가 MLB 이상의 TV 중계권료 계약을 체결하면서 2위로 올라서게 된 것입니다. NBA는 2014년 말 새 중계권료 계약을 체결하면서 2016-2017년 시즌부터 9년 동안 매년 26억달러(약 2조8314억원)를 벌어들이게 됐는데, 이는 15억달러(약 1조6335억원)를 벌어들이는 MLB의 중계권료 수익을 훌쩍 넘어섭니다.

2010년만 해도 NBA의 경기당 영업이익은 223만달러(약 24억원)였습니다. 같은 시기 MLB의 경기당 영업이익은 305만달러(약 33억원)였죠. 그러나 2012년을 기점으로 경기당 영업이익 액수가 뒤바뀌면서, 2014년엔 NBA는 844만달러(약 92억원), MLB는 376만달러(약 41억원)를 기록했습니다. NBA가 MLB보다 한 경기당 두 배 이상 더 버는 셈입니다.

NBA는 1995년 수퍼스타 마이클 조던이 은퇴하고 이를 대체할 다른 선수를 찾지 못하면서 일시 난항을 겪었습니다. 1998-1999년 시즌에는 선수 노조가 파업하면서 한 시즌 팀당 82경기 가운데 절반밖에 열리지 않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멀어졌고, 농구는 성장 동력을 잃은 채 매출액 감소를 겪기도 했죠. 이런 NBA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성장을 이뤄낸 것일까요.

2015년 2월 마크 테이텀(Mark Tatum·45세) 부총재는 “NBA는 최근 빅데이터를 이용해 경기를 분석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인 전략 전술을 도입해 더 나은 경기력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선 전략

1 | 빅데이터 분석해 ‘경기력’ 업그레이드

NBA가 파는 핵심 상품은 농구 경기입니다. 경기가 재미있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세를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NBA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이를 각 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연결시켰습니다. NBA는 2014년부터 경기장 구석구석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개별 선수의 움직임, 반응 속도, 공의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1초에 25번씩 찍고 있습니다. 이 카메라 덕분에 선수의 가속도 및 최고 스피드, 측면 동작, 드라이브인 동작, 포스트플레이, 외곽슛, 드리블 횟수, 선수별 공 소유 시간 등 예전에는 측정할 수 없던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죠. 팬들은 눈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른 선수들의 모습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NBA 구단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예컨대 경기 중 3점 슈터는 어떤 방법으로 슛을 쏠지, 상대 선수는 어떻게 막아야 가장 효과적인지 등 다양한 전략 결정을 내립니다. 과거 현장 전문가들의 직감에 의존한 전략보다 훨씬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나올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NBA는 팬의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2013년 리그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르브론 제임스 선수가 어젯밤 훌륭한 경기를 선보였을 경우, 팬들에겐 ‘르브론이 90년대로 돌아가 조던과 겨루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과 이를 풀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이를 위해 NBA는 90년대 조던의 수치와 르브론의 기록을 비교하고 모의 실험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합니다.


2 | ‘오판’ 막는 빠른 결정

NBA는 지난해 중요한 순간, 판정 실수로 경기 결과가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뉴저지주에 1500만달러(약 164억원)를 들여 리플레이 센터를 구축했습니다. 94개의 모니터와 20개의 영상 편집시설을 갖춘 이 센터는 NBA 구장의 모든 카메라를 연결해, 심판이 요청할 경우 언제든 방금 있었던 경기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입니다.

보통 판정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경기가 중단되는데, 제대로 리플레이를 볼 수 없을 경우 판정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판정 때문에 1만8000회가량 경기가 중단됐죠. NBA는 리플레이 센터 구축을 통해 지난 시즌보다 판정 시간을 50% 이상 단축했습니다.


3 | 승패 예측할 수 없는 경기로 인기

경기력이 향상된 데는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 향상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어릴 때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등 탁월한 수퍼스타를 보고, 이들의 플레이를 따라서 연습해 온 이른바 ‘조던 키즈’가 대거 NBA에 진출하면서 여러 스타가 탄생하고 전반적인 경기력이 향상됐습니다.


팔기 전략

1 | 적극적인 해외 진출

테이텀 부총재는 또 “빠른 해외 진출과 다양한 농구 관련 상품 개발 등이 NBA의 경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NBA는 1990년대 초반 미국 프로 스포츠 리그 가운데 최초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마이클 조던 등 수퍼스타들이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이벤트 행사를 열었죠. NBA는 미국 스포츠지만, 정규 시즌 중 경기를 해외에서 열기도 합니다.

NBA는 전 세계 13개 지역(2015년 기준)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215개 국가 47개 언어로 경기 및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6대륙 100여개 국가에 걸쳐 12만5000여개 매장에서 NBA 기념품도 판매합니다. NBA가 세계화에 힘쓰는 이유는 세계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죠. 37개국 출신의 외국인 선수 101명이 NBA 경기를 뛰고 있는데, 이는 NBA에 등록된 선수(450명) 중 22% 수준(2015년 기준)입니다.


2 | 다양한 수익원 창출

NBA 매출 중 TV 중계권료와 광고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선수 라이선스를 활용한 상품 판매입니다. NBA는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공식 스토어를 운영하는데,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특히 은퇴한 지 20년이 지난 마이클 조던의 운동화와 유니폼은 전 세계적으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 상품이죠. 각 국가별 상품 판매에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것도 NBA 수익 창출에 이바지합니다.


3 | 미래 소비자 확보

NBA의 인기는 젊은 층에서 두드러집니다. 스포츠 매체인 ESPN의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NBA 팬의 평균연령은 37세로 미식축구(47세)와 야구(53세)에 비해 아주 젊습니다. 야구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NBA는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익숙한 세대가 농구에 더 관심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도 진출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물론, 스마트폰 메신저 앱인 ‘라인(LINE)’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