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롄(大連)에서 결혼식을 마친 커플이 인민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중국 다롄(大連)에서 결혼식을 마친 커플이 인민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한 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어 결혼 건수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웨딩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호화 결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결혼식 비용이 미국을 추월하기도 했다.


웨딩 산업 연간 5.3% 성장

중국 웨딩 산업은 혼인 건수가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결혼 적령기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을 정점으로 혼인 건수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13년에는 1350만쌍이 결혼했지만, 2020년엔 1000만쌍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주링허우(90后)’라고 불리는 1990년 이후 출생자는 그 이전보다 눈에 띄게 적은 수준이다. 1996년 출생한 사람은 1500만명인데, 1986년엔 신생아수가 1000만명 더 많았다.

여기에 만혼(晩婚) 추세도 겹쳤다. 상하이에서 결혼한 신혼부부의 평균연령은 2005년엔 남성 31.1세, 여성 28.4세였다. 지난해에는 남성 34.5세, 여성 32.0세로 남녀 모두 3세 이상 높아졌다. 이 때문에 상하이와 베이징에선 혼인 건수 감소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웨딩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웨딩시장 규모는 연평균 5.3% 성장했다. 지난해 웨딩 산업 총 매출액은 234억달러(약 26조원)이고 15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빠른 성장의 이유는 호화 결혼식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티켓·식당 예약업체 메이퇀뎬핑(美團点評)이 발표한 ‘2016결혼업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결혼식 평균 비용은 10만위안(약 1670만원) 이하였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은 26만위안(약 4340만원), 상하이(上海)는 20만위안(약 3340만원)으로 조사됐다. 결혼반지, 결혼식장 꽃장식, 웨딩 촬영, 피로연에 드는 비용을 합한 것이다.

이보다 결혼 비용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한 매체는 최근 열린 웨딩박람회를 취재한 결과 상하이에선 결혼식 평균 비용이 34만위안(약 5700만원)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신혼집과 웨딩카 등을 제외한 순수 결혼식 비용이다. 중국 대도시인 우한(武漢)은 15만위안이다. 상하이의 결혼식 평균 비용은 우한과 청두(成都), 쑤저우(蘇州)와 같은 2~3선도시보다 배 이상 비싸다.  중국 대도시에서 결혼식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부유한 젊은층이 호화로운 결혼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메이퇀뎬핑은 보고서에서 “어떤 신부는 웨딩드레스를 3~4벌 사거나 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결혼사업부 양펑(楊鋒) 총경리는 “예비 부부들은 ‘싸다’는 것에 끌리지 않는다”며 “그들은 맞춤형 같은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경험에 기꺼이 돈을 쓰려고 한다”고 했다.

결혼에 관한 절차와 예비 신랑·신부의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웨딩플래너도 중국에서 일반화됐다. BBC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웨딩플래너는 거의 없었다. 베이징에서 메이리훈리(美麗婚禮)라는 웨딩플래닝 업체를 운영하는 라울 바스케스는 “중국의 모든 신부는 흰 드레스를 입고 걷고 싶어한다”며 “신부들은 서양의 결혼식을 보고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상하이의 높은 물가 수준도 고비용 결혼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상하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황자닝은 결혼 피로연을 상하이와 남편의 고향인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두 번 열었다. 두 곳 모두 5성급 호텔에서 피로연을 열었지만, 상하이에선 1만1000위안(약 184만원)을 쓴 반면 청두에선 2500위안(약 42만원)만 내면 됐다.

메이퇀뎬핑은 보고서에서 지방 도시에서 웨딩 산업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허난(河南)성, 귀저우(貴州)성, 윈난(雲南)성, 광시(廣西)성 등이 높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8월 26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중국인 예비 신혼부부가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손덕호 기자>
8월 26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중국인 예비 신혼부부가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손덕호 기자>

4개월치 월급모아 파리서 웨딩 촬영도

지난 8월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 퐁 오 두블르 다리. 낮 최고 기온이 36도를 넘으며 8월 더위로는 100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속에서 중국인 예비 부부는 다리 위에서 한창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타는 듯한 더위에 아랑곳 않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포즈를 바꿔가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최근 중국에서 파리, 런던과 같은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배경으로 웨딩 사진 촬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화권 인기 스타 커플 안젤라 베이비와 황샤오밍(黃曉明)은 결혼식을 앞두고 파리에서 촬영한 웨딩 사진을 웨이보에 공개하기도 했다. 에펠탑 앞에서 손을 뒤로한 채 풍선을 들고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 왕족 콘셉트의 사진 등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둘은 11월 상하이에서 20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360억원을 들인 초호화 결혼식을 열었다.

톱스타처럼 초호화 결혼식은 아니지만, 일반 커플도 파리에서 웨딩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파리 현지에서 중국인 사진사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는 가격에 따라 세 종류의 촬영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1벌 입고 6시간 동안 파리 관광 명소 4곳에서 촬영하는 코스는 1788유로(약 224만원)고, 웨딩드레스를 2벌 입고 8시간 동안 관광 명소 5곳에서 촬영하는 코스는 2100유로(약 262만원)다. 이틀간 진행되는 코스는 웨딩드레스를 5벌 입을 수 있고 파리 근교에서도 촬영이 진행되며 가격은 4880유로(약 609만원)다.

촬영은 에펠탑, 비르아켐다리, 노트르담 성당, 파리 성심성당, 루브르궁전 등에서 진행된다. 낭만적인 사진은 찍을 수 있지만, 중국 대졸 취업자의 첫해 월급이 4000위안(약 67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저렴한 코스를 택해도 4개월치 월급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