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있는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이하 오르페우스)는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입니다. 올해로 45년째(2016년) 말이죠. 지휘자가 없는 대신 단원 모두가 토론을 통해 연주곡을 정하고 해석합니다. 집단적이고 수평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죠.

기업으로 치면 마치 CEO 없이 직원들 협의를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격입니다. 오르페우스는 그럼에도 미국 카네기홀에서 20년 이상 연속으로 공연하는 등 전문성과 실력을 높이 인정받고 있습니다.

실제 오르페우스의 연습 장면을 보면 엄숙한 분위기일 것이란 통념과는 180도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연주자 대부분이 한마디씩 하는 시끌벅적한 모습은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하죠. 원곡의 연주 방향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입니다. 한 명의 지휘자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연주자들은 묵묵히 따라가는 일반 오케스트라의 연습 장면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구성원에게 권한 주자 조직 기여도 높아져

오르페우스는 전 단원이 만장일치로 곡을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명의 시니어 연주자들이 먼저 모여 전체 방향을 논의하기도 하지만, 그러더라도 반드시 나중에 전체 단원들과 의견 교류의 시간을 갖습니다. 1972년 출범한 이래 매년 적게는 20차례, 많게는 40회 갖는 공연을 거의 이런 식으로 소화합니다.

단원 모두는 정상급 연주자들입니다. 줄리어드스쿨이나 맨해튼음악스쿨 같은 유명 음악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거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저지 오케스트라 같은 유명 오케스트라의 고정 단원으로 활동 중인 유명 연주자들이 상당수죠.

그렇다 보니 리허설과 연주회 스케줄 조정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도 발생합니다. 집단 의사 결정이다 보니 연습 시간도 일반 오케스트라보다 훨씬 더 필요하죠. 곡의 해석을 놓고 토론을 할 때 연주단원들의 경력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동등한 발언권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할 경우 지휘자가 있는 오케스트라에선 리허설에 대략 8시간이 소요되지만, 오르페우스는 12~16시간 정도가 필요합니다. 어떤 곡은 일반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의 3배가 걸리기도 하죠.

줄리안 파이퍼(Julian Fifer·첼리스트) 등 창업자들이 지휘자 없는 연주단을 결성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첫째로, 상업적 공연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자는 취지였기 때문입니다. 연주자 누구나가 즐길 수 있으려면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상호 대등한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지휘자 없는 집단 의사 결정 방식을 택한 것이죠. 둘째로, 취미 목적의 음악 모임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휘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습니다.

새로운 단원 선발 과정에도 집단 의사 결정의 철학은 그대로 반영됩니다. 새로운 단원을 뽑을 때 반드시 모든 단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탄탄한 고정팬 덕에 오르페우스는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적자를 보지 않았습니다. 공연 횟수는 줄었지만, 후원금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죠.


만족감과 책임의식이 성과로 연결

짐 브레드슨 대표는 오르페우스가 남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남 못지않은 성과를 내는 비결로 두 가지를 짚었습니다.

첫째는 자발성입니다. 연주자 모두가 토론 과정에 직접 참가한 데 따른 만족감과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연주할 때 남다른 자발적 열정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브레드슨 대표는 “수평적 의사결정구조를 적용해 본 결과, 구성원들에게 일방적 지시 대신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줄수록 구성원들이 조직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흔히 CEO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에서 조직원들이 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는 설명입니다.

둘째로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충분히 토론해 결정하기 때문에 그 결론에 모두가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브레드슨 대표는 “단원들의 오랜 토론 과정은 기계적인 결론 도출 과정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식까지 하나로 결합시키는 과정(group conscious building)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연히 결과물인 오르페우스의 공연 수준은 높아졌고, 이는 다시 관객 만족도 제고와 단원들의 자긍심 고조라는 선순환을 낳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