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이동통신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동영상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이에 따라 광고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목록을 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초고속 이동통신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동영상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이에 따라 광고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목록을 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2016년 코스닥 최대 화제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 광고·마케팅 회사 에코마케팅의 상장이었다. 8월 8일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 몰린 돈은 4조2465억원. 경쟁률은 1103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증권사 등을 상대로 실시하는 수요예측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등의 투자회사들이 대거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941.8 대 1에 달했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에코마케팅은 모바일 기반의 동영상 광고와 자체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타깃 마케팅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른바 ‘애드테크(ad+tech·IT기술을 광고에 접목해 효율성을 높인 광고 기법)’ 분야에서 국내 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8월 22일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웃지 못했다. 각 회사별로 중계방송 광고 판매량이 평균 80억원 정도에 불과해 대폭 적자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3사의 광고 판매액 합계(240억원)는 2012년 런던 올림픽(574억원)의 41%, 2008년 베이징 올림픽(304억원)의 81%에 불과하다. 리우 올림픽 중계권료가 44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00억원가량 손실을 입게 된 셈이다. 더구나 지상파는 2016년 들어 광고 매출이 급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지상파 광고비는 6857억원(추정치)으로 2015년 8259억원, 2014년 8312억원에 비교해 17%가량 급락했다. 지상파 광고 매출이 이같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광고주들의 탈(脫)지상파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광고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광고 시장의 중심이 디지털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동영상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광고는 빠르게 세를 넓혀가면서 관련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 반면 이전에 광고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던 지상파 TV는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고 있다. 핵심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동영상 소비의 폭발적 증가다. 이전에 영화, 드라마, 쇼 프로그램 등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TV라는 커다란 스크린 앞에 앉아있어야 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 실행시키면 된다. 이들은 유튜브 등 동영상 인터넷서비스와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동영상을 찾고, 공유한다. TV의 지위는 거실 한복판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가정 생활의 중심에서 수많은 ‘스크린’ 가운데 하나가 됐다.

모바일 기반의 콘텐츠 소비는 광고주 입장에서 소비자를 정교하게 파악하고 실제 구매 행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사용자의 이전 콘텐츠 소비, 웹사이트 접속, 검색어 입력 기록을 통해 취향과 소비 행태를 분석한 뒤 맞춤형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모바일 전자상거래와 쉽게 연결시킬 수 있다. 가령 동영상 내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다면 클릭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광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강점이다. 광고의 도달률(reach)뿐만 아니라 참여도(engagement)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컨설팅회사 티플러스의 황유동 이사는 “모바일 동영상 광고는 콘텐츠 앞뒤로 5~15초, 길게는 1~2분의 광고 소비 유도가 가능한데다, 다양한 형식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선호하는 광고 제공 가능

국내 광고 시장 규모는 제일기획 집계에 따르면 2015년 10조7300억원이었다. 지상파(1조9700억원), 케이블TV(종합편성채널 포함·1조7800억원), 인터넷(PC기반·1조7200억원), 신문(1조5000억원), 모바일(1조2800억원), 옥외 광고(1조100억원) 등 순이었다. 지상파를 필두로 해서 케이블TV(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CJ E&M 등 케이블채널(PP)이 있고,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 회사들이 매출을 차츰 늘려가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올해 들어 TV 기반 광고 시장이 큰 폭으로 위축되고 그 빈자리를 모바일 동영상이 채우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지상파TV 광고는 예상보다 감소폭이 컸다. 상반기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들이 있었으나 기대보다 시청률이 저조했다. 또 높은 성장세를 이끌었던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도 상반기 시청률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제일기획은 “방송 광고에서 줄어든 광고비는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광고비, 그 가운데 모바일 동영상 미디어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광고 시장 변화에 대해 다른 광고 회사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박상현 SK플래닛 마케팅테크놀로지 본부장은 “광고 시장 전체 매출은 큰 변화 없이 경제 성장에 맞춰 소폭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특정 분야에서 광고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면, 다른 쪽으로 그만큼의 예산 재배분이 일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3년 새 드라마, 예능 분야 콘텐츠에서 큰 성공을 거둔 케이블채널 CJ E&M의 광고 매출 구성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세를 잘 보여준다. 상반기 CJ E&M 방송 사업 매출(494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3.0% 늘었다. 광고(2420억원)와 콘텐츠 판매(640억원)는 각각 13% 정도 성장했을 뿐이다. 핵심은 주문형동영상(VOD) 판매와 디지털 광고 분야가 포함된 기타 수익(940억원)이었다. 기타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배가량 늘면서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CJ E&M의 방송 사업 성장에서 디지털 분야의 기여는 5분의 3이 넘는다.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9.0%에서 19.1%로 껑충 뛰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TV캐스트 같은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광고를 삽입해 얻는 수익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모바일 광고 대행사 나스미디어의 이준용 사업전략실장은 “앞으로 1~2년 뒤 모바일 광고 매출이 지상파TV 광고를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기획은 2016년 지상파TV는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1조9600억원)을 유지하고, 모바일(1조5200억원)은 18.6%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바일 동영상을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가 재편되면서 예상보다 관련 광고 매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이마케터(eMarker)는 9월 올해 미국 광고 시장에서 PC 기반 인터넷과 모바일 등 디지털 분야(720억달러)가 지상파 및 케이블TV(712억달러)를 처음으로 앞지를 것으로 예상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디지털 광고 가운데 모바일의 비중은 62.6%(420억달러)에 달했다.


LG전자는 2016년 상반기 출시한 스마트폰 ‘K10’인터넷 전용 광고에서 SNS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고양이를 모델로 내세웠다.
LG전자는 2016년 상반기 출시한 스마트폰 ‘K10’인터넷 전용 광고에서
SNS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고양이를 모델로 내세웠다.

“1~2년 내 모바일 광고가 지상파 추월할 것”

광고 회사들은 브랜드 컨설팅, 마케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한편 자체 디지털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등 외연 확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TBWA코리아의 경우 브랜드 기획, 네이밍, 디자인, 마케팅 등 전 과정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케팅의 마지막 단계인 광고 제작과 홍보에서 벗어나겠다는 게 TBWA의 목표다. 이상규 TBWA코리아 수석국장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광고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실제로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략 입안부터 위기관리까지 일관된 틀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고 회사가 아예 콘텐츠 제작에 뛰어드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외연 확장을 통해 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과 연결돼 있다. 이노션의 경우 콘텐츠전략본부 산하 6개 팀이 애니메이션 제작, 영화·뮤지컬 투자, 스포츠 행사 개최 등을 담당한다. 이노션은 5월 MBC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파워배틀 와치카’에서 콘셉트 기획, 시나리오 작성, 디자인 등을 직접 맡았다.

SK플래닛은 모바일 기반의 소비자 리서치 서비스 ‘틸리언’을 내놓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틸리언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박상현 마케팅테크놀로지 본부장은 “현재 30만명 정도의 응답자풀(pool)을 구축한 상황”이라며 “1시간 이내로 3000명 이상의 응답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응답자풀이 넓기 때문에 연령대, 직업군 등을 특정한 심층 조사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게 SK플래닛의 설명이다. 빅데이터 분석 이전의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부터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갖겠다는 게 SK플래닛의 목표다.

IT 회사와의 협업도 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은 디자인피버, 다프트랩, 바이널아이 등 신생 디지털 광고 대행사, 스타트업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대홍기획은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대홍기획의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디지털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2015년 영국 디지털 광고 회사 미리애드(Mirriad)의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PPL 솔루션을 내놨다. 디지털 PPL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동영상 콘텐츠에  PPL을 삽입하는 기술이다. 제일기획은 4월에는 구글과 협력 관계를 맺고 유튜브, 구글 웹 검색 등을 활용한 디지털 광고 상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Plus Point

SNS 입소문 잡아라… 동물·유명인 광고모델 인기

조귀동 기자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광고 형식과 제작 방식이 변화를 맞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재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광고 형식과 제작 방식이 변화를 맞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재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모바일 동영상과 SNS가 중요해지면서 광고 형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모바일 전용 동영상 광고를 별도로 제작하는가 하면, 모바일에서 입소문이 잘 퍼지는 특정 문화 코드를 집어넣는 광고도 늘고 있다. 가령 LG전자의 경우 2016년 상반기 중저가 스마트폰 ‘K10’을 출시하면서 하얀색 고양이가 출연한 인터넷 전용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 모델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친절한 미유씨’라는 계정으로 잘 알려진 5개월령 스코티시종(種·얼굴이 동그랗고 눈이 큰 것이 특징) ‘미유’였다. 대신 사람 모델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LG전자는 이 광고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내보내면서 입소문을 냈다. KT는 5월 미유와 같은 스코티시종 고양이를 사용한 광고를 제작한 뒤 SNS에서 적극적인 ‘펫 마케팅’에 나섰다. SNS에서 어린 고양이, 개 등 ‘귀여운 동물’이 입소문을 타기 쉽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LPG(액화석유가스) 회사 E1은 5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씨와 방송인 김성주·안정환씨 등이 자사 회원 카드를 활용해 함께 LPG 자동차를 몰고 여행을 다니는 내용의 온라인 전용 광고를 제작했다. 3편이 제작된 이 광고는 각각 10분 전후로, 광고라기보다는 PPL(간접광고)이 포함된 예능 콘텐츠에 가까운 형식을 취한 것이 특징이다. 김연아씨가 운전을 처음하는 모습이나 안정환씨와 함께 요리 대결을 펼치는 장면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출연료가 비싼 일급 스타를 기용해 온라인 전용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강신일 제일기획 인터랙티브미디어Q팀장은 “인터넷에서 입소문이 잘 나는 광고 동영상을 선별하기 위해 한 번에 광고를 여러 편 제작한 뒤, 이를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광고 모델을 섭외·계약할 때도 인터넷 광고를 염두에 두는 경우가 보편적이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등에서 1인 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플루언서(influencer·SNS에서 영향력이 큰 개인을 가리키는 말)’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기업도 늘었다. 이들 광고 상당수는 1인 미디어와 홈쇼핑 포맷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광고를 넘어서서 일종의 ‘비디오 커머스’를 지향하는 셈이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은 2월 대도서관, 밴쯔 등 1인 미디어 스타 4명이 제품을 소개하는 ‘쇼핑 어벤G스’ 영상 12개를 제작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 영상 재생수 420만건, 페이스북 영상 재생수 425만건을 각각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소개된 제품 12개 모두 평균 6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화장품 회사 잇츠스킨은 4월 양띵, 회사원A 등 1인 미디어 스타들이 출연한 자체 홈쇼핑 방송 ‘잇츠뷰티쇼핑쇼’를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방영했다. 글로벌 IT 회사들도 이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가 2015년 인수한 중국 최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쿠투더우(優酷土豆)에서 동영상을 보고 알리바바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