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아야노 라인 모바일 사장(오른쪽)과 마스다 준 라인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가 9월 5일 도쿄 시부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렴한 스마트폰 통신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PA>
가도 아야노 라인 모바일 사장(오른쪽)과 마스다 준 라인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가 9월 5일 도쿄 시부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렴한 스마트폰 통신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PA>

“사장 안 할래?”

가도 아야노(嘉戶彩乃·31) 라인 모바일 사장에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이런 메시지가 온 것은 지난 1월이었다. 보낸 사람은 라인의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마스다 준(舛田淳·39) CSMO(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였다.

가도 사장은 게이오대를 졸업한 후 UBS증권에 입사해 일본 통신회사 NTT도코모 등 통신업계의 인수합병(M&A) 업무를 했다. 라인에 입사한 것은 2015년 2월이고, 이후 저렴한 스마트폰 통신 사업을 담당해왔다. 마스다 준 CSMO는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가도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라면서 갑자기 사장을 제안한 것이다.


직원 평균 연령보다 3살 어린 사장

9월 5일 도쿄(東京) 시부야(谷)에서 열린 라인 모바일 기자회견에 가도 사장이 등장하자 이목이 집중됐다. 산케이신문은 가도 사장을 향해 ‘젊다’ ‘미인이다’ ‘어떤 사람인가?’하는 의문이 잇달아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 IT업계에서 이례적인 젊은 여성 사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이 알뜰폰(MVNO) 사업에 진출한다는 점도 물론 중요했다. 가도 사장이 몇 살인지에 관심이 쏠리자 라인 모바일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5일 밤 “가도 사장은 31세입니다”라고 답변했다.

라인은 젊은 직원이 많은 회사이지만, 가도 사장은 이 중에서도 어린 편이다. 라인의 대표이사인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는 43세이고, 마스다 CSMO는 39세다. 한국인인 신중호 CGO(최고글로벌책임자)는 44세, 박의빈 최고기술책임자는 42세다. 하지만 가도 사장은 10살 넘게 어리다. 라인이 올해 7월 상장하기 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라인 직원의 평균연령은 34.2세다. 라인의 알뜰폰 사업을 이끄는 가도 사장은 이보다 3살 어리다.

라인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것은 일본에서 알뜰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알뜰폰 이용자는 약 540만명으로, 1년간 약 213만명(65%) 늘었다. 일본 알뜰폰 가입자는 7% 정도지만, 2018년 3월 말에는 117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 상거래업체 라쿠텐(樂天)도 라쿠텐모바일을 통해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라인의 장점은 저렴한 요금으로 데이터 소진 걱정 없이 SNS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1개월에 500엔(약 5400원) 요금제를 사용하면 라인 앱을 이용한 메시지와 통화, 사진·동영상 송수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1개월에 1110엔(약 1만2000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데이터를 3GB 이용할 수 있고, 라인·트위터·페이스북 사용엔 데이터 제한이 없다.

라인은 2년 전부터 MVNO 사업을 검토하면서 스마트폰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일본 통신 3사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의) 월정액 통신료가 너무 비싸다’ ‘나에게 맞는 요금제가 없다’ ‘데이터 통신량 제한 때문에 매달 고민이다’ 등 크게 세 가지의 불만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마스다 CSMO는 “MVNO 이용자를 조사해보니 ‘데이터 이용 상한을 넘으면 통신 속도가 극단적으로 저하돼 도저히 SNS를 이용할 수 없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라며 “그래서 월정액 요금제에서 정한 데이터 한도를 전부 사용해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 인터뷰에서 밝혔다.

가도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라인 모바일의 서비스엔) 100% 자신 있다. MVNO라고 하는 말 자체를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라인이라고 하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회사가 시장에 뛰어들면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단 시작은 성공적이다. 라인 모바일은 9월 5일 사업을 발표하면서 2만건만 먼저 계약을 접수하고 10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전 판매가 빠르게 완료되자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 시점을 9월 21일로 예정보다 앞당겼다.


알뜰폰 사업, 라인 콘텐츠 확산에 필수적

라인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라인이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도 탄력을 받게 됐다. 데이터 요금 걱정 없이 이용자들이 라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가도 사장은 한 일본 IT 전문 잡지 인터뷰에서 “라인의 과제 중 하나는 ‘파케시(통신사의 데이터 속도 제한)’다. 예를 들어 라인 뮤직이 등장하자 (데이터) 통신량이 늘었다. 그래서 MVNO 사업에 진출해 몇 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사용 상한을 없애면 고객이 콘텐츠를 길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지금까지 없었고, 고객이 바라는 이 서비스를 라인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라인은 지난해 6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라인 뮤직’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듣는 서비스로 한국의 ‘멜론’과 비슷하다. MMD연구소가 스트리밍 음원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5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애플 뮤직(29.3%)을 제치고 라인뮤직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응답이 36.3%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라인뮤직의 성장을 막는 장애물은 ‘파케시’였다. 몇 곡 듣지도 않았는데 데이터를 너무 많이 썼다는 불만이 나왔다. 데이터 통신 속도가 떨어지면 라인 메신저로 사진을 보낼 수 없을 정도라는 문제도 있다. 라인 모바일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가도 사장의 설명이다.

라인은 이용자가 누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방송하고 다른 사람의 방송을 볼 수 있는 ‘라인 라이브’ 서비스도 제공한다. ‘페이스북 라이브’와 비슷하다. 이 서비스도 역시 많은 데이터를 사용한다. 라인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 라인 모바일은 필수 사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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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케시(パケ死) 일본 통신사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고객이 통신사와 계약한 ‘패킷 정액제’ 요금제에서 정해진 데이터 사용 상한을 초과해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데이터 통신 속도에 제한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파케시’라고 한다. 원래의 빠른 속도로 데이터 통신을 계속하면 비싼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