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는 주역을 통해 하늘의 이치를 깨달아 자신을 연마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라고 제안했다.
주역, 우리 삶을 말하다
김기현 지음 | 민음사
각권 2만7000원 | 상하 각각 656쪽, 676쪽
<주역>은 동양의 고전 중에서 가장 신비스러운 책이다. 주역은 상(象)이란 상징의 연속이다. 우주 만물의 상징이 담겨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글은 말을 다 담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 밝히지 못한다. 그래서 성인(聖人)이 상을 세워 뜻을 다 밝히셨다.”
김기현 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주역>을 쉽고 간결하게 풀이한 책을 냈다. 그는 <주역>이 철학과 지혜의 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역>을 서양에 소개한 리하르트 빌헬름의 말을 인용했다.
<역경(易經)>의 철학은 인간의 의식적인 삶에서부터 무의식적인 영역으로까지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 우주-영혼의 체험에 대한 통일적 이미지를 전달해준다.”
김기현 교수는 <주역>을 마치 문학비평가가 한 편의 시를 해석하듯이 다양한 뜻풀이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미 나온 여러 해석도 참조했다. 그는 먼저 <주역>의 기본인 음양(陰陽)을 가리켜 ‘이원적인 것이 아니라 한 힘의 역동적인 분화 양상’이라고 봤다. “음양의 관념은 사물의 존망(存亡), 동정(動靜), 명암(明暗), 대소(大小), 상하(上下), 내외(內外) 등 존재 현상이나 인간사의 존비(尊卑), 귀천(貴賤), 길흉(吉凶), 선악
(善惡) 등 가치 관념상 각종 대립적인 성질들까지도 망라한다.”
<주역>은 변화를 주제로 하는 책
그는 <주역>의 괘효(卦爻)를 해석하는 기본을 제시했다. 첫째, 시공간적인 상황. 중국의 성리학자 정이는 “<주역>은 변화를 주제로 한다. 수시 변화의 정신에 입각해 진리를 밝히려는 것”이라고 했다. 서양학자들이 영어로 <주역>을 번역할 때 ‘변화의 책(Book of Changes)’이라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둘째 효의 위치. “예를 들면 한 괘 안에서 다섯 번째 효는 대개 지도자의 자리를, 첫 번째 효는 낮은 지위나 아예 지위를 갖지 못한 경우를, 마지막 효는 지위를 잃은(벗어난) 사람을 은유한다. 물론 효들 사이의 위아래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거기에는 지배와 복종의 권력 관계가 형성돼 있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이웃으로서의 중요한 의의를 갖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서 효의 성질, 중도(中道)의 정신, 음양 호응의 여부를 따지면서 <주역>을 해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역>이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찬 책이라고 했다. 자신의 해석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공간을 넘어 그것을 읽는 사람의 관점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작업에 필자 자신의 세계관과 삶의 철학이 개입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는 <주역>의 첫 머리를 장식한 ‘건(乾)’괘를 이렇게 풀이했다. “옥편상 하늘을 뜻하지만, 엄밀히 말해 ‘천(天)̓과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그것은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하늘과는 달리, 그 이면에서 작용하는 하늘의 속성을 가리킨다. (중략) 이 괘는 그것을 용(龍)으로 은유한다. 다 아는 것처럼 용은 구름과 비를 몰고서 온갖 조화를 부리는 상상 속의 상서로운 동물로, 창조적인 역량의 대표적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건괘’에서 용이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모습은 사람들이 배워야 할 지혜를 함축한다.”
그런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주역>은 단순히 점치는 책이 아니라 문학적 비유가 풍부한 책으로 읽힌다. 제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상상력을 키우라’라고들 한다. <주역>이 새롭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