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 난산지구 일대 주거용 아파트 전경. 선전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2015년 1월 이후 현재까지 76% 급등했다. <사진 : 블룸버그>
중국 선전 난산지구 일대 주거용 아파트 전경. 선전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2015년 1월 이후 현재까지 76% 급등했다. <사진 : 블룸버그>

중국 대도시 부동산값이 치솟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머지않아 부동산 버블이 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부동산 가격 회복은 경제 회복의 시그널이라는 낙관적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 부동산 시장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중국 주요 도시의 신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 한 해 70곳 가운데 10곳의 부동산값이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하이와 선전의 상업용 부동산 연평균 상승률은 37%에 달했고 샤먼과 허페이의 상승률은 40%에 이르렀다.

선전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2015년 1월 이후 76% 급등했다. 크리스 와틀링 롱뷰 이코노믹스 대표는 선전 부동산 시장을 1637년 네덜란드 튤립 시장에 비유했다. 와틀링은 “선전 중심가 집값은 80만달러(약 8억8300만원)로 미국 실리콘 밸리 집값에 육박한다”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리우스진 중국 국무원 발전개혁센터 전 차관은 와틀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리우 전 차관은 중국 정부가 최근 6년 동안 인프라 개발 투자를 축소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친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중국 주택은 유동성 장세와 함께 소비 심리 개선에 힘입어 상승장에 들어선 것으로 봤다.


대도시 집값 급등했지만 내륙 도시는 제자리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중국 부동산이 지역을 불문하고 모두 오른 게 아니다. NBS가 조사한 70개 도시 가운데 42곳의 연평균 부동산값 상승률은 5%를 넘지 못한다. 8곳의 올해 부동산 가격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은 정책 입안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다. 경기가 둔화될 때에는 케인스식 거시적 경기 부양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 중국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동북부 내륙 지방의 저성장 문제는 경기부양책으로는 해결이 힘들어 보인다. 경기부양책 명목으로 내륙 지방에 투입된 자본은 해안 대도시로 흘러 들어갔다. 내륙 지방의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공장에 쌓인 재고를 줄여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지방 정부와 공기업 부실 채권을 매각해야 한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지역은 다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지역은 양질의 일자리와 고성장으로 사람과 자본이 모이는 곳이다. 2000년 이후 중국 대도시로 인구가 대거 유입됐다. 2010년 기준 베이징과 상하이의 이주민 비중은 각각 34.5%, 37.9%에 이른다. 톈진의 이주민 비중은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이들 대도시는 주택 및 공공시설 부족 문제에 시달렸다. 중국 중앙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모두 억제하는 정책을 썼지만,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다.

중국 정부 관리들은 하이에크를 간과했던 것 같다. 하이에크를 공부했다면 정부가 투입한 노동과 자본이 대도시로 흘러들어 갈 것이란 예상을 했을 것이다. 시장 가격은 정부가 통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프라 투자는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대도시 토지 공급 제한으로 부동산 병목 현상

중국 정부는 대도시의 토지 공급을 막아 부동산 병목 현상을 초래했다. 중국 대도시의 주거용 부동산 거래는 시장이 아니라 중앙 정부가 내놓는 도시 계획 정책에 따라 움직였다.

다행히 중국 주요 대도시의 토지 공급 및 용적률은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여유가 있다. 중국국제자본공사에 따르면 상하이 전체의 주택 및 건물 밀도는 16%로, 일본 도쿄(44%)나 미국 뉴욕(60%)에 비해 낮다. 나아가 이 가운데 주거용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도쿄(60%) 뉴욕(44%)에 비해 적다. 정책 여지가 있단 뜻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는 상하이의 주거용 택지가 뉴욕이나 도쿄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주요 도시의 기존 부동산 가격 급등도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토지 공급을 제한해 기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심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 보인다. 투자 목적과 상관없이 부동산이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의 중국 부동산 버블론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단 뜻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시장의 가격 신호를 계속 무시한다면 부동산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미스매치가 계속될 것이고 이는 대도시의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와 별개로 저성장 지역은 공급 과잉과 부실 자산 문제에 허덕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중국 정부에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중앙 정부가 시장 신호를 얼마나 잘 인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지 여부에 달려 있다.


▒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최고연구위원(Distinguished Fellow)

▒ 샤오강(肖耿)
홍콩대 교수,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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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와 하이에크 케인스와 하이에크는 정부의 역할과 시장개입을 두고 대립한 경제학자다. 케인스는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화폐공급량을 늘리거나 공공사업을 벌여 유효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이에크는 케인스식 경기 부양책은 시장을 왜곡해 경제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