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애플의 아이폰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과 애플은 2000년대 초·중반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노키아의 추락은 일반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간과하면서 빚어졌다.
노키아가 퇴장한 빈자리를 처음에는 삼성전자 차지였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을 2~3개월에 하나씩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제조업체 간 휴대전화 기능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휴대전화 시장을 바꾼 것은 애플이었다. 2007년 6월, 애플의 야심작 아이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폰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팟에 휴대전화, 카메라, GPS, 무선인터넷 기능을 합친 스마트폰이었다. 잡스는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2008년에 1000만대를 팔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당시 차터 이쿼티 리서치의 에드워드 스나이더 애널리스트는 “노키아의 1주일 판매량이 애플의 모든 아이폰 판매량보다 많을 것”이라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이폰 열풍은 엄청났다. 아이폰은 2008년에 1370만대가 팔렸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동통신사가 주도하던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2009년 11월 ‘아이폰3GS’가 출시되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 2011년 갤럭시S2 성공하며 1위 올라
아이폰3GS는 출시 첫날에만 6만대가 팔리는 등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이에 윈도폰인 ‘옴니아’ 시리즈로 맞붙었다. 옴니아1은 출시 5개월 만에 13만대가 팔리면서 아이폰을 따라잡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내놓은 옴니아2는 잦은 버그, 느린 속도 등 아이폰3GS보다 떨어지는 성능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옴니아의 실패에 절치부심한 삼성전자가 2010년 내놓은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S’였다. 국내에선 SK텔레콤 전용폰으로 등장한 갤럭시S는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갤럭시S는 약 2500만대 판매를 기록하며 아이폰에 대적할 만한 발판을 만들어갔다. 2010년 이후 갤럭시S 시리즈와 아이폰의 대결구도는 호각지세다. 판매량·인기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두 스마트폰은 2승1무2패로 엎치락뒤치락했다.
애플은 아이폰3GS 이후 2년 주기로 제품 넘버링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한해는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그다음 해에는 동일한 디자인을 유지하되 성능을 강화시킨 완성형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런 전략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며 아이폰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2010년 애플은 아이폰4를 갤럭시S와 비슷한 시점에 선보였다. 아이폰4는 큰 혁신은 없었지만 방대한 앱과 사용자 경험(UX)에 충실한 편의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갤럭시S 시리즈를 글로벌 스마트폰 중심축으로 옮기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은 삼성전자가 2011년 4월 출시한 갤럭시S2였다. 갤럭시S2는 같은 해 9월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후 갤럭시S2는 누적 판매량 4000만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갤럭시노트’라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발표한다. 갤럭시노트는 5.3인치 대형 화면에 태블릿 업체 와콤의 기술을 접목한 ‘S펜’ 입력 방식을 적용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의 성공을 기반으로 2011년 3분기 스마트폰 1위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그해 97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9304만대 판매한 애플을 앞섰다.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나선 지 채 2년도 안 돼 달성한 쾌거였다.
2012년 출시된 갤럭시S3도 기대 이상 선전했다. 출시 50일 만에 1000만대 고지를 밟았고, 100일째 2000만대, 7개월 만에 4000만대를 돌파했다. 갤럭시S3의 누적 판매량은 6500만대가량이었다.
2012년 애플은 아이폰4의 후속으로 ‘아이폰4S’를 공개했다. 매년 1종씩 제품을 내놓던 애플은 2013년 처음으로 아이폰5S·아이폰5C, 2종의 아이폰을 선보였다. 특히 저가형 제품인 아이폰5C를 선보이며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고집했던 4인치 크기의 화면은 2014년 바뀌었다. 더 큰 스마트폰을 원하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5.5인치(아이폰6플러스)와 4.7인치(아이폰6)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2015년에도 이러한 정책을 유지하며 아이폰6S플러스·아이폰6S를 출시했다. 2016년 초에는 4인치 아이폰에 향수가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아이폰SE를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 2014년 아이폰6로 격차 벌여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갤럭시S4·S5·S6·S7을 내놓으며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3년 3분기 갤럭시S 시리즈 중 최고 히트작인 갤럭시S4를 앞세워 스마트폰 사업에서만 6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갤럭시S4는 전 세계에서 7000만대 이상 팔렸다.
그러나 2014년에 들어서면서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꺾였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의 실패가 원인이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6가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매분기 사상 최고치 실적을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영업이익 격차는 4분기에 20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삼성은 2011년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지켜오던 선두자리도 내줄 뻔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4년 4분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양사 모두 7450만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는 8320만대로 판매량을 회복하면서 24.1%의 점유율로 다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당시 애플은 6120만대의 판매를 기록하며 17.7%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4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이다. 이러한 실적 호조에는 갤럭시S7의 효과가 컸다. 갤럭시S7은 출시 한 달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반면 애플은 위기에 빠졌다.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512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감소했다. 중저가 모델인 아이폰SE의 흥행 실패 탓에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7480만대에서 올 1분기 5120만대, 2분기 4040만대로 줄었다.
애플은 9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아이폰7을 공식 발표하고 반격에 나섰다. 반격의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삼성전자가 9월 출시한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불량 등의 이유로 생산·판매가 중단된 것이다.
아이폰7, 4분기 사상 최대 7900만대 판매 전망

애플이 2016년 7월까지 출시한 아이폰은 모두 13종이지만 판매량은 상당하다. 아이폰이 한 분기에 5000만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경우는 세 차례다. 신제품 출시 효과가 큰 4분기(2013·2014년)와 2014년 9월 출시된 아이폰6 돌풍이 이어진 2015년 1분기에 5000만대 판매 돌파란 신기록을 세웠다. 아이폰 누적 판매량은 첫 제품 출시 9년 만인 지난 7월 10억대를 돌파했다. 연간 1~2종의 제품만 출시했지만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매년 세계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올 하반기 예고됐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진검승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애플이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10월 21일 ‘아이폰7’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하반기 스마트폰 대결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박빙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7은 갤럭시노트7이 리콜사태에 시달리는 와중에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알레로 지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애널리스트는 “리콜 사태로 7~9월 아이폰 판매량이 1400만~1500만대 더 늘었을 것”이라며 “향후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옮기는 일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선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받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인 7500~790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애플 6년째 특허전쟁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소송 관련 상고심이 삼성전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애플-삼성 디자인 특허 관련 상고심 구두변론 진행 후 대법원이 고민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2011년부터 6년째 특허 소송전을 벌여오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최고 법원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은 1·2심에서 특허 세 건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고 3억9900만달러(약 4435억원) 배상액을 부과받았다.
3억9900만달러는 삼성전자가 2010년 선보인 스마트폰 ‘갤럭시S’ 판매 이익금 전액이다.
삼성은 특허기술 수십만개가 적용된 스마트폰이 제품 일부에 불과한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스마트폰 판매 이익금 모두를 배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상고를 신청했고, 지난 3월 연방대법원이 수용했다.
이번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삼성에 부과된 배상금 규모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두변론에 참석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디자인 특허는 스마트폰 외관에 적용될 뿐 칩 등 내부 부품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배상액을 제품 전체 가격에 기반해 산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패하더라도 애플에 지불할 배상금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상고심 최종판결은 내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한편 지난 9일(현지 시각) ‘밀어서 잠금해제’등 3건의 특허와 관련된 항소심에서는 애플이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