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한국 부동산 시장에 신기록이 하나 수립됐습니다. 신한 BNP파리바 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던 서울 중구 회현동의 ‘스테이트타워 남산’ 빌딩이 중동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에 3.3㎡(1평)당 2490만원, 총 5031억원에 팔린 것입니다. 당시 3.3㎡당 매매 가격은 국내 업무용 부동산 거래 사상 최고였죠. 이 거래를 성사시키고 주도한 회사는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 ‘세빌스(Savills)’입니다. 1855년 설립돼 세계 주요 부동산 컨설팅 기업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세빌스의 매출 중 60% 정도는 부동산 매매 중개 수수료이며, 나머지 40%는 대부분 부동산 관리에서 나옵니다. 세빌스는 빌딩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빌딩, 명동 눈스퀘어 쇼핑몰도 이 회사가 관리합니다. 2014년 약 2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2016년)까지 9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제러미 헬스비(Jeremy Helsby·59) 사장은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은 현재 연 5~6%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투자처”라고 말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부동산에 투자하라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그러면 투자처를 찾아야겠죠? 주식시장은 늘 흐름을 타지만 부동산 시장의 변동폭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단언컨대 부동산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는 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저금리 기조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겁니다.”


부동산 투자가 안정적이라고요? 2008년 금융위기도 부동산 버블이 터졌기 때문 아니었나요.
“2006년부터 사람들은 거의 미쳐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 추세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입지의 부동산을 사들였습니다. 그것이 불씨가 됐습니다. 부동산을 살 때는 미래 가치를 고려해야 하는데 2006년에는 사서는 안 될 빌딩까지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탐욕에 기반 둔 것이 었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에는 어떻게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딱 세 가지만 고려하면 됩니다. 입지, 입지 그리고 입지입니다. 2008년 당시 사람들은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안 샀으니까요. 애초에 정말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을 샀다면, 아무리 부동산 시장이 엉망이었어도 열에 아홉은 팔 수 있었을 것입니다. 좋은 입지의 건물은 언제든 처분할 수 있고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체 불가능성’에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투자한 건물이 다른 건물로 대체되느냐, 주변에 똑같은 건물이 또 생겨서 내 건물에 대한 수요가 떨어질 우려가 있느냐를 보라는 겁니다. 예컨대 자녀 교육에 더 좋은 학교가 인근에 새로 들어선다면? 휴양지가 새로 개발되면서 창밖을 내다보면 공사판만 보이고 매일 공사 소음이 들려온다면? 부동산 가치는 바로 폭락하겠죠.
런던이 우수한 투자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런던은 도시 개발에 대한 규제가 아주 심한 곳입니다. 새 건물을 지을 수도 없고, 기존 건물을 다시 짓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즉, 런던에 빌딩을 하나 사면, 그 빌딩은 그 자체로 유일한 특징을 갖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미국 텍사스의 부동산은 주거용이든 업무용이든 투자처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땅이 넓어서 어느 날 한순간에 집 4000채를 새로 지어 올릴 수 있거든요.
대체 불가능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입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가, 정치적으로 위험 요소가 없는가 등이요. ‘인프라’도 중요합니다. 수도나 전기 같은 기간시설을 비롯해 경찰, 소방, 정치적 안정성도 포함됩니다. 예컨대 수도관은 어떻게 깔려 있는지, 경찰은 몇 분 만에 출동하는지, 범죄 건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해야 하죠.”

지난 160년간 부동산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먼저 글로벌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 영국인은 영국에서만, 한국인은 한국에서만 투자했습니다. 32년 전 국제적으로 일하는 직원 2명 중 하나였던 제가 미국 워싱턴 D.C. 사무소에 부임했는데, 이는 첫 번째 글로벌 진출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엔 직원 2만6000여명 중 글로벌 직원이 3000명을 넘었습니다. 지금은 모든 투자 기관이 기본적으로 해외 투자를 첫번째 투자 대상으로 삼습니다. 세계가 아주 작아진 겁니다.
둘째는 리스크 관리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개념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부동산 펀드 등을 통해 다양한 분산 투자가 가능합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어느 한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건물에 동시에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망 투자 지역을 꼽는다면 어디입니까?
“뉴욕, 베를린 정도를 꼽습니다. 대체 불가능성이 크고, 경제와 정치가 안정적이며, 어느 한순간 무너질 것 같지 않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호주 시드니나 멜버른이 최상위권입니다. 투자가 쉽고, 시장의 투명성이 큽니다. 홍콩, 도쿄, 서울이 그다음입니다. 다만 정부 규제가 서구와 다르고 많아서 외국인 자본이 투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홍콩을 제외한 중국 본토는 그다음입니다. 정부 규제가 많고 외국인 자본이 직접 자율권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의 다음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일단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커질 겁니다. 과거 기관투자자들은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계약 기간이 길어야 2년 정도로 짧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2년마다 공실(空室)이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택 장기 임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점유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리스크가 줄어 기관투자자들에게 만족스러운 투자처가 된 겁니다.”


▒ 제러미 헬스비 Jeremy Helsby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사 세빌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