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기업 임원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각자 자신이 자랑할 만한 강점 5가지를 써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임원들이 스스로도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이렇게 털어놨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직장생활까지 제 인생에서 문제점 또는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받고 생각도 많이 했지만, 자랑할 만한 강점을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무엇을 못하는지는 줄줄이 쓸 수 있지만 정작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는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누가 이야기해준 적도 별로 없는 것 같고요.”
생각해보라. 자신의 강점을 모르고 격려도, 인정도 받아본 적이 없는 리더가 구성원의 강점을 개발시킬 수 있겠는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구성원 육성도 마찬가지다. 노벨상을 받은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인재육성형 리더 밑에서 육성형 리더가 배출되는 법이다.
우리 사회는 유독 감점엔 엄격하고 가점엔 느슨하다. 문제점은 족집게처럼 뽑아내지만 강점은 청맹과니가 돼 가려내지 못한다. 잘못하는 것은 매의 눈을 가지고 집어내지만 잘하는 것은 당연하고 무심하게 넘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보라. 그리고 당신 가족 혹은 조직 내 구성원들의 장점을 구구절절 풀어낼 수 있겠는가. 아마도 문제점은 A4용지로 장점의 3배 이상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성장형 리더는 어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는 것보다 우위에 놓는다. 강점을 생산에 연결시켜 그들의 약점을 중화시키는 것이다. 성장은 말 그대로 콩을 수퍼콩으로 만드는 것이지, 콩을 팥으로 유전형질을 변경시키는 것이 아니다.
조직원이 강점 발휘하게 만드는 4가지 요령

강점경영 이야기를 하면 리더들이 고개를 꼬며 던지는 질문이 있다. “조직이란 게 잘하는 것도 해야 하지만 못하는 것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잘하는 것만 시키느냐”는 푸념이다. 맞다. 예컨대 영업 파트라고 할 때 영업을 잘하는 방법이 전부 달라야 한다는 것이지, 영업에 맞는 인재형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향적이되 분석적인 사람, 외향적이지만 직관적인 사람 각각 강점에 따라 영업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특정 직무에 맞는 유형이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장점을 발휘해 그 일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것이 성장형 리더가 할 일이다.
그렇다면 구성원이 강점을 발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질문-기록-분석-성찰의 4단계 프로세스를 거쳐라. 성장형 리더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습관화한다. 구성원이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가 잘할 것 같은 일은 무엇인가. 그가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체득해야 하는가. 그 사람 밑에서 내 아들이나 딸을 일하게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이고, 그렇지 않다면 왜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쓰고 분석하고 그 기록을 축적하다 보면 구성원의 강점을 개발하고 사람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
둘째, 성과지표 못지않게 과정지표를 만들어 활용하라. 리더들이 농담처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돼. 난 노력은 보지 않고, 결과만 봐”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한마디로 ‘거짓 사주(使嗾), 저성장 조장죄’에 해당한다. 강점은 조기에 발현되는 떡잎형, 늦게 나타나는 만성형 등 여러 가지다. 당장의 단기적 성과 못지않게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이다. 이를 도외시할 때 진짜 인재가 강점을 발휘하지 못한 채 고사할 수 있다.
강점 칭찬 경연자리를 만들어라
셋째, 강점 칭찬 경연자리를 정기적으로 열어보라. 일례로 모기업의 C 상무는 ‘나를 찾아서! 강점페스티벌’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여기서는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초점을 맞춰 구성원 간 칭찬 사항을 3개씩 적어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이렇게 하면 당사자는 자신의 강점을 자각하게 되고, 리더로서는 팀원의 강점을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가 강점을 칭찬하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져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게 된다.
넷째, 자기자랑의 멍석을 깔아줘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모두 모난 돌이 돼 자랑을 하면 정 맞을 것도 없다. 한 공공기관의 H 이사는 외부에서 스카우트돼 온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30년 경력의 내부 임원보다 임직원들의 세세한 강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비결은 회식 때마다 하는 직원들의 ‘교만한’ 자기소개 덕분이었다. 구성원들은 3분이란 시간 안에 돌아가며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성취하고 싶은 것, 팀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능 등을 최대한 자랑하는 것이다. H 이사는 이를 통해 내향적인 직원들도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가지고, 직속 상사의 견제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부하 직원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외에 일상 행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흔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구성원이 어떤 때, 무엇에 열정을 쏟으며 몰입하는지 사소한 시그널을 평소에 눈여겨보는 것이다. 회식·회의·출장 등 일상의 하나하나가 모두 강점경영의 데이터다.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언론인 출신으로 리더십 경영자로 활동, 주요 저서 <성공하는 CEO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