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홍콩 빅토리아만 인근에 설치된 티몰의 고양이 마스코트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알리바바는 홍콩을 전초기지로 삼아 중국의 쇼핑 축제 광군제를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10월 20일 홍콩 빅토리아만 인근에 설치된 티몰의 고양이 마스코트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알리바바는 홍콩을 전초기지로 삼아 중국의 쇼핑 축제 광군제를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1993년 난징(南京)대학교 학생들이 ‘11.11’이라는 숫자를 보고 연인 없이 외롭게 서 있는 솔로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하여 시작한 광군제(光棍節). 연인이 선물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에 맞서 솔로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발전하더니, 2009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이 관습에 불을 지폈다. 알리바바의 계열사로 기업들이 입점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B2C 형태 오픈마켓 티몰(天猫)이 그해부터 11월 11일에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치더니, 이젠 세계 최대 규모의 1일 온라인 쇼핑 행사가 됐다.

올해 알리바바는 더 큰 목표 도전을 선언했다. 이번 광군제는 ‘24시간’ 이어지던 할인행사를 ‘24일간’으로 기간을 연장해 10월 2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실시된다. 광군제 전까지 고객들이 티몰에서 원하는 제품을 쇼핑 카트에 넣어 두면 11월 11일 자정에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또 ‘세계 최대’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진정한, 세계적인 쇼핑 축제가 되기 위해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으로 광군제 할인행사 대상 지역을 확장했다.

블룸버그는 2014년 랜디 알렌 코넬대 존슨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광군제가 미국인도 즐기는 쇼핑 축제가 될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렌 교수는 “11월 11일은 미국에서 재향군인의 날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마지막 금요일)라는 쇼핑 축제일을 앞두고 있다”며 “사람들은 두 개의 쇼핑 시즌을 놓고 ‘정말로 다른 쇼핑 축제일에 선물을 사야 하나? 그 정도로 쇼핑이 중요한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오른쪽 두 번째)와 마윈(馬雲·오른쪽 세 번째)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해 광군제 전야제 무대에 올라 행사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오른쪽 두 번째)와 마윈(馬雲·오른쪽 세 번째)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해 광군제 전야제 무대에 올라 행사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아마존 도전 위한 세계화 첫 걸음

이런 비관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는 광군제 세계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홍콩과 대만으로 광군제 할인행사 범위를 넓힌 것은 광군제를 세계적인 쇼핑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미 알리바바는 전 세계 상품 배송을 위해 50개 이상의 글로벌 물류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224개 국가에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해 놓았다.

장융(張勇) 알리바바 CEO는 “작년엔 (중국 소비자들이) 세계의 물건을 사들였지만, 올해엔 세계에 (티몰의 상품을) 판매한다. 홍콩과 대만은 그 첫 시도로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광군제는) 그저 물건을 왕창 사들이는 행사를 넘어 새로운 소매업 시대를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지않아 동남아 국가도 티몰의 광군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알리바바의 홍콩·대만 진출이 라이벌격인 미국의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장융 CEO는 홍콩에서 열린 광군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홍콩 진출은) 우리의 첫 발걸음이고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 시민이 티몰 플랫폼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5~10년 이상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세계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글로벌 페이먼트’로 업그레이드했다. 고객들은 미국 달러화뿐 아니라 파운드화, 유로화, 엔화 등 전 세계 18개 통화로 상품을 살 수 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다.

알리바바 세계 진출 전략의 전초기지격인 홍콩에서 알리바바는 미국 대형마트 코스트코와 협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장융 CEO는 “우리의 미국 파트너 코스트코와 손잡고 다양한 일용 필수품을 홍콩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티몰 홍콩 사이트는 홍콩 시민을 위해 대중교통 카드이면서 편의점과 수퍼마켓에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옥토퍼스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올해 광군제 글로벌 대사가 된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 <사진 : 유튜브 캡처>
올해 광군제 글로벌 대사가 된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 <사진 : 유튜브 캡처>

글로벌 톱스타 홍보에 활용

광군제 매출은 계속해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티몰이 할인행사를 시작한 첫해인 2009년 매출은 5000만위안(약 83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912억위안(약 15조4000억원)으로 6년 만에 1800배 늘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 축제에 걸맞게 축하행사도 화려해지고 있다. 11월 10일 선전(深圳)에서 열리는 광군제 전야제엔 유명 팝스타 케이티 페리가 출연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케이티 페리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미국 팝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해 2월엔 미국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미식축구 결승전 수퍼볼 하프타임쇼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또 알리바바는 세계 진출의 포석으로 케이티 페리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케이티 페리에게 중국의 쇼핑 축제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글로벌 대사’라는 별칭도 붙여줬다. 알리바바는 “케이티 페리는 청중들이 긍정적인 느낌을 받도록 노래를 부른다”며 “그녀는 광군제 전야제 테마와 완전히 딱 맞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페리는 “티몰의 쌍십일절(광군제) 대사가 된 게 정말 기쁘다. 흥분된다!”라며 “여러분을 10일 쇼에 초대하겠다. (갈라쇼가 생중계될) 저장TV를 봐 달라”고 했다.

지난해 전야제에는 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인 영국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윈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으로 대통령을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도 백악관 집무실을 배경으로 축하 영상을 찍어 보냈다. 스페이시는 백악관 방화벽 때문에 광군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점이 분하다면서 “광군제에서 쇼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싼 가격에 버너폰(burner phone)을 구입할 수 있을까?”라며 행사를 홍보했다. 버너폰은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한 번만 쓰고 버리는 휴대전화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밖에 미국 팝스타 아담 램버트, 한류스타 비가 참석한 지난해 행사는 1억명이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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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光棍) ‘빛나는 막대기’라는 뜻으로, 중국어에선 애인이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11월 11일은 ‘혼자’를 상징하는‘1’이 4개나 겹쳐 있는 날이어서 ‘싱글들을 위한 날’이란 의미를 가진 광군제가 됐다. 쌍십일(雙十一)절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싱글스 데이(single’s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