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의 하이라이트는 가왕의 정체가 드러날 때다. 가면을 벗고 정체가 폭로된 후 드러나는 가왕들의 정체는 통념을 깨뜨린다. “연기자라서, 아이돌이라서, 끝물가수여서 노래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복면을 쓰고 외면을 가리니 오히려 ‘본질’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어서 기쁘다.” 가왕들의 고백은 감동스럽다. 다른 경연 프로그램은 ‘나는 000이다’를 내세우며 경력을 한껏 노출한다. 경력과 실력은 오버랩되며 ‘그러면 그렇지’의 후광이 돼 판단에 가점, 때론 감점을 준다. 반면 복면가왕은 깜깜이가 돼 가창력이란 본질에 집중하게 한다.
‘복면가왕’이 매력적인 이유
가릴수록 잘 보이고, 드러낼수록 제대로 못 본다. 의외의 실력파 복면가왕이 탄생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진실의 역설’이다. 이것이 어디 복면가왕에만 존재하는 것이겠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편견이라는 콩깍지를 쓴 채 사물과 사람을 보고 판단한다.
실제 미국의 사진작가 조엘 파레스(Joel Pares)는 겉모습과 옷차림만 본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편견에 사로잡히는지 일련의 사진 작업을 진행해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동일한 인물인데도 복장 등 외적인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복면가왕의 현란한 가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 눈에 낀 딱딱한 콩깍지다. 리더에게 당장 급한 것은 ‘내 눈에 콩깍지’가 끼었는지 자각하고, 이를 벗겨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의 콩깍지를 벗겨내야 세상을 밝게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유사성의 함정, 제 눈에 안경을 벗어라. 유사성의 함정이란 자기와 유사한 아바타형 인물을 선호해 은연 중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자기와 비슷한 성향,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열정파 자수성가형 리더는 자신과 같은 유형의 개척형 인물을 높이 평가하고 조직을 이런 인물로 꽉 채운다. 반면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는 안정지향형 관리파 인재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개척형 리더가 조직 안정기에도 자신과 같은 성향의 인물만 중시한다면 그 조직은 지속성장하기 어렵다.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같은 재능·취향·성향을 지닌 사람뿐 아니라 반대 성향의 사람, 중도의 인재를 의도적으로 찾고 고용해야 한다.
둘째, 스펙 등 후광효과에 눈부셔하지 말라. 눈이 부시면 제대로 볼 수 없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Thorndike)는 “외모, 사회적 신분, 나이와 같이 한 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은 상대방에게 강력한 첫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최고의 학벌, 스펙 등만 보고 나머지 특성에 대해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큰 곳, 좋은 곳의 화려한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담당해 어떤 성과를 내고 무엇을 배웠느냐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라.
모 소프트웨어 업체의 L 사장은 실제로 복면가왕식 인재선발을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학부 전공은 생각만큼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3학점 한 과목, 1학기 16주에 3시간씩 기껏해야 50시간밖에 더 됩니까. 그래서 전 고졸, 대졸도 차별하지 않고 뽑습니다. 나중에 적응도, 학습 속도에서 다르지 않냐고요? 그것은 기득권의 텃세 때문이지 실력 때문은 절대 아닙니다. 학력보다 학습에 대한 열정적인 태도를 중시해, 그에 따라 인재를 선발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현재형 인재보다 미래형 발전가능성 인재 발굴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한눈에 띄는, 드러나는 특징을 제외하고 좀 더 신중하게 그 외의 요인을 다각적으로 관찰해보라.
‘객관적 자료 평가’는 보조수단에 불과
셋째, 평가도구의 맹신에서 벗어나라. 인적성검사와 같은 과학적 평가도구의 활용은 주관적 편견을 없애는 1단계 검증에서 필요하다. 단, 이는 보조자료일 뿐이지 최종해석과 적용은 사람의 몫이다. 2인 공동대표체제로 운영되는 제2금융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8명의 직원을 뽑는 데 지원자가 100명 이상 몰려 두 대표가 다른 층에서 각각 면접을 진행해야 했다. 면접 후 두 대표가 서로의 면접평가 결과를 교차해서 비교하니 당락은 물론, 심지어 평가순위까지도 일치하더란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같은 평가가 이뤄질 수 있었을까. 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1차에서 평가도구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되, 그 맹점을 인정했습니다. 사람에게는 3가지 측면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했죠.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되고 싶은 미래의 나, 이것이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를 기반으로 세 가지를 공유했습니다. ‘3가지 측면에서 상충되는 요소가 무엇인가, 그 상충되는 요소에서 이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 구체적 상황질문을 한다. 그 요소들이 현재 뽑으려는 인재요건에 적합한지 확인한다.’ 이를 공유하니 인재선발 결과가 절로 일치하게 되더군요. 아마 대표가 아닌 임원이 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의 3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이것들의 상충요소를 발견해 송곳 같은 질문을 할 때 평가도구 맹신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언론인 출신으로 리더십 경영자로 활동, 주요 저서 <성공하는 CEO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