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도쿄 모터쇼 퍼레이드에서 드라이버 복장을 하고 셀리카-GT 차량에 탑승해 있다. 아키오 사장은 준전문가급 드라이빙 실력을 갖추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도쿄 모터쇼 퍼레이드에서 드라이버 복장을 하고 셀리카-GT 차량에 탑승해 있다. 아키오 사장은 준전문가급 드라이빙 실력을 갖추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1 | 왜 다시 도요타인가
최원석 | 더퀘스트
1만6000원 | 368쪽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품질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로 제품을 단종해야 했다. 현대자동차는 세타2 엔진 결함을 놓고 국토교통부가 공식 조사에 나섰고 엔진 보증기간을 미국과 동일하게 ‘10년 19만㎞’로 연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보다 먼저 품질 논란을 이겨내고 위기를 극복한 기업이 있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2010년 가속페달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 대홍수로 생산 시설도 무너졌다. 도요타는 품질을 높이고 경영을 혁신해 자동차 업계 세계 1위를 다시 차지했고, 아시아 기업 최초로 ‘2016년t 글로벌 100대 브랜드’ 5위에 올랐다.


현장 중시형 경영이 해결책

도요타 부활의 중심엔 창업주 도요타 기이치로(豊田喜一郎)의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가 있다. 1984년 도요타에 사원으로 입사해 2000년 이사에 취임한 후 2009년 사장에 올랐다.

그리고 사장 취임 1년 만에 도요타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가 급발진 사고로 1000만대 이상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 아키오 사장은 ‘원점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고 선언했다. 그런데 도요타는 단순히 위기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7년이 지난 지금 더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아키오 사장은 차량 결함을 고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의사소통 부족, 초기 대응 실패, 본사·현장의 통합 위기대책 부재 등 ‘규모의 불경제·복잡성의 폭발’을 본질적 문제로 규정했다. 

아키오 사장은 창업주 가문이지만 한국의 ‘오너 일가’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현장을 중시하고 직원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CEO다. 유럽의 프로 자동차 경주대회에 참가할 만큼 준전문가급 드라이빙 실력을 갖고 있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해 회사 기술 임원들과 자연스럽게 얘기할 기회가 필요했다. 그 창구가 테스트 드라이브(시험 주행)와 자동차 경주 참가다”라고 아키오 사장은 말했다. 현장과 직원에게서 배우겠다는 의지가 나타난 표현이다.

창업주 가문이지만 아키오 사장이 도요타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도요타 아키오가 사장에 취임하기 전 14년간 전문경영인이 CEO를 맡았다. 아키오가 사장이 될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고가 300만대나 쌓이면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구심점이 되기 위해 사장에 취임했다.

아키오 사장은 계속 성장하기 위해 경영도 혁신했다. 올해 4월 회사 내부에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7개의 ‘컴퍼니’를 만들었다. 또 미래 CEO로 키울 인재를 배치하고 막강한 결정권을 줬다. 조직을 소형차·중대형차·고급차 등 제품별로 재구성해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만 집중하게 했다. 20~30년 뒤에 쓰일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해 눈앞의 돈벌이에서 벗어나 미래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기술 발전에도 삶이 여전히 바쁜 이유
2 | 그림자 노동의 역습
크레이그 램버트 | 민음사
1만6000원 | 336쪽

“1950년대에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편지를 타이핑하고 상품을 조사하고 식료품값을 계산하고 샐러드를 만들고 캔과 병을 버리는 일을 주유소 점원과 비서·판매원·계산원·웨이트리스·환경 미화원이 처리했다. 오늘날에는 바로 당신이 이 일들을 물려받았다.”

‘하버드 매거진’ 편집자로 20년 넘게 활약해 온 저자 크레이그 램버트는 오스트리아의 사회사상가 이반 일리치가 주창한 ‘그림자 노동’ 개념에 착안해 오늘날 현대인이 보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를 지적한다. 일리치는 임금에 기초한 상품 경제하에서 보수 없이 행하는 비생산 노동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저자는 또 일상 전반에 폭넓게 파고든 그림자 노동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원 감축·자동화 외에 고객에게 제공하던 서비스를 일정 부분 고객 스스로 처리하도록 했다. 저자는 “그림자 노동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면 일상을 다른 방식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을 수면 위로 꺼냄으로써, 소중한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도록 돕는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 외부.
미국 워싱턴 백악관 외부.


한국인만 모르는 한국 외교의 현주소
3 |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최중경 | 한국경제신문사
1만4000원 | 308쪽

전 세계 각국이 치열한 외교 로비전을 벌이는 미국 워싱턴에서 대한민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세력 균형 속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치열한 로비전을 펼쳐야 할 한국이지만, 대사관을 제외한 그 어떤 로비 활동도 없다.

이 책은 저자가 헤리티지 재단 방문연구위원 신분으로 3년간 워싱턴에 머무르며 파악한 한국 외교의 현주소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다. 그가 본 미국에서의 한국은 미국 주류 사회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양다리 걸치기식 ‘경중안미(經中安美)’ 전략으로 미·중 양국 모두의 오해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다가 양국의 우호를 동시에 잃어버렸다. 이와 달리 일본은 상상을 초월한 외교 로비를 바탕으로 독도 문제·위안부 문제에서 미국의 지지를 조금씩 얻는 등 외교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한국 외교의 난맥상을 공개하며, “세계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꿈꾼다면 이 ‘외교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채 400억원 회사의 우여곡절 회생기
4 | 어느 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
유자와 쓰요시 | 한빛비즈
1만3000원 | 244쪽

저자 유자와 쓰요시는 일본 와세다대 법학부 졸업 후 기린맥주에 입사해 맥주 영업을 시작으로 인사부 인재개발실 뉴욕 주재원, 의약 사업본부 해외사업 담당으로 일했다. 대기업에 다니며 평탄한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서른여섯 살이던 1999년 창업자인 아버지의 죽음으로 아버지의 요식업 회사 ‘유사와’를 물려받게 됐다.

그는 “빚을 다 갚으려면 80년은 걸릴 것”이라는 은행 측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럼에도 회사를 물려받고 회생을 위해 분투했다. 그는 유사와의 결산서를 살폈을 때, 400억원이라는 빚을 확인한 순간 받았던 충격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한다.

저자는 여러 개의 지점 중 단 한 곳을 ‘성공 매장’으로 만들자는 목표부터 달성해나갔다. 실패는 거듭됐지만, 고객을 뒤따라가 패인(敗因)을 파악하고 전략을 수정했다. 중년 남성을 타깃으로 삼고 어느 정도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광우병 사태, 노로 바이러스 발생 등으로 위기를 겪는다. 신뢰하던 직원의 죽음, 가게에 발생한 화재 등 숱한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결국 그는 도산 직전의 회사를 16년에 걸쳐 살려냈고, 지금은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음식점 14곳을 경영하고 있다. 그는 “포기하지만 않으면 길은 개척할 수 있다.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