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 카우피넨 센터장은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력을 지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찾아내고 그들의 R&D와 제품 상용화, 투자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미코 카우피넨 센터장은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력을 지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찾아내고 그들의 R&D와 제품 상용화, 투자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김종연>

핀란드의 뇌 시뮬레이션 개발 스타트업 ‘소마(sooma)’. 이 회사는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에 둥지를 틀고,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그 결과 인간 뇌에 전자 신호를 보내 우울증을 치료하는 기기를 개발했고, 현재 미국 등 15개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1926년 엑스레이 기기 생산업체 빅터 일렉트릭을 인수하며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든 GE가 새로운 성장 전략을 내세웠다. 메디테크·소프트웨어·웨어러블·빅데이터·센서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해 새로운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GE헬스케어는 2014년 6월 핀란드에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를 설립했다. 이 빌리지에는 소마와 같은 스타트업 35개사가 입주해 있다.

미코 카우피넨(Mikko Kauppinen) 핀란드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 센터장은 “핀란드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에선 GE헬스케어의 성장을 위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추진하고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력을 지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찾아내고 그들의 R&D와 제품 상용화, 투자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GE헬스케어는 내부적으로 강력한 R&D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GE헬스케어라는 박스에 갇힐 수 있다”며 “이 박스 밖으로 나가려면 주변에 있는 혁신적 요소(스타트업)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에는 AI·빅데이터·모바일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35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사진 : GE헬스케어>
핀란드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에는 AI·빅데이터·모바일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35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사진 : GE헬스케어>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우선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GE헬스케어의 고객(병원·의사 등) 정보를 기반으로 시장 니즈가 어디에 있는지, 사업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컨설팅해주는 것이죠.
투자 유치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GE헬스케어는 세계 곳곳에서 트레이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는데,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 내에서 R&D를 진행 중인 스타트업을 참가시키고 있습니다. ‘GE헬스케어가 소개하는 스타트업’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검증된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는 최근 어느 분야에서든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트렌드인데 다른 인큐베이터와 비교해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GE헬스케어가 메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빌리지 내 다른 스타트업처럼 참가자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것이죠.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는 자유로움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야 혁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빌리지에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우리와 함께 사업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GE헬스케어의 경쟁사와 일할 수도 있습니다. 빌리지 내 스타트업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왜 핀란드에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를 설립한 것인가요.
“과거 모바일 시장을 이끌었던 노키아, 안드로이드의 어머니 ‘리눅스’가 탄생한 나라가 핀란드입니다. 모바일·IT 분야에서 기초 기술 강국이죠. 2008년 이후 노키아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유능한 기술자들이 회사를 떠났고 헬스케어 시장으로 유입됐습니다. 동시에 핀란드에 스타트업 붐이 일었고, 자연스럽게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이 성장하게 된 것이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몫했습니다. 이를 GE가 정확히 바라본 것이죠.”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 내에는 어떤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나요.
“‘버디 헬스케어(buddy healthcare)’라는 환자 참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환자가 의사 또는 병원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소통은 수술 전, 수술 도중, 수술 이후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수술 전 환자에 대한 기본 데이터를 의사에게 전달해 수술을 하고, 수술 후엔 환자가 어떤 재활치료를 받고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알려줘 수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소통을 넘어 획일적인 수술이 아닌 환자 맞춤형 수술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버디 헬스케어는 10월 환자 참여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고, 현재 미국과 핀란드에서 서비스 중입니다. 버디 헬스케어 외에도 집단 건강, 정밀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34개의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 내 한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가정해보죠. 이후 GE헬스케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빌리지 내에 GE헬스케어가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도 있나요.
“현재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 내에 GE헬스케어가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은 없습니다. 이 빌리지에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초기 단계보다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물론 GE헬스케어의 R&D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빌리지 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사거나 스타트업 자체를 인수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우리의 고객인 환자들이 보다 편하게, 보다 뛰어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GE헬스케어의 목표입니다.”

한국과 핀란드의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비교한다면.
“한국은 핀란드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메디테크가 발전했고, 핀란드에 노키아가 있다면 한국에는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모바일·IT 기업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모바일 산업이 주춤하고 있죠. 과거 호황을 누렸던 모바일 산업 외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핀란드나 한국이나 같습니다. 답은 바로 스타트업,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코 카우피넨(Mikko Kauppinen)
노키아·다우 케미컬 재무 담당, GE헬스케어 핀란드 CFO, GE헬스 이노베이션 빌리지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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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메디테크·AI·빅데이터·모바일·센서·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환자 참여, 집단 건강, 정밀 의료 등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