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왕궁의 보석이었던 세계 예술가들의 도시

시원한 맥주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굵은 소시지, BMW 자동차, 축구 등등…. 우리가 독일 뮌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참 다양합니다. 유럽 중부에 위치한 뮌헨은 16세기 초반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로 지정된 이후 동서남북의 문화가 어우러지고 그 다양성을 자신의 전통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를 통해 유럽에서 정치·경제·문화 중심지로의 위치를 인정받았지요. 또 예부터 이곳을 통치했던 비텔스바흐 가문의 수준 높은 예술적 안목 덕분에 18세기 이후 도시 곳곳에는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왕궁, 성당 등 아름다운 건물들이 들어서며 바로크 도시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이 ‘빛나는 뮌헨이여’라고 표현하기도 했듯, 이 도시에서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리하르트 바그너,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바실리 칸딘스키 등 수많은 작곡가와 화가, 문인들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쳤지요.

모차르트가 데뷔한 도시

모차르트가 6살 때인 1763년 누나 난네를과 함께 잘츠부르크를 벗어나 처음으로 연주 여행을 떠난 곳도 바로 이곳 뮌헨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두 남매는 바이에른 왕국의 통치자 막시밀리안 요세프 3세가 지켜보는 앞에서 성공적인 데뷔연주를 가졌고 오늘날 대중가수에 버금갈 만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어엿한 음악가로 성장한 모차르트는 이곳 뮌헨에서 오페라 ‘가짜 여정원사(La finta Giardiniera)’와 오페라세리아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Idomeneo)’ 등을 초연했습니다. 특히 바로크 오페라 형식의 전통을 이어받은 오페라세리아 이도메네오는 그 스스로도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라 칭하며 만족한 작품입니다. 초연 또한 대단히 성황리에 끝나 이 곡을 의뢰했던 선제후 카를 테오도르는 그에게 “이렇게 작은 사람의 머리에서 그렇게 거대한 음악이 나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모차르트를 동경했던 뮌헨 출신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도메네오에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한 레치타티보, 전주곡 등을 새로이 추가해 1930년 재상영하기도 했습니다. 또 2008년 뮌헨 850주년 기념으로 이 작품이 초연됐던 레시덴츠극장에서 다시 상영돼 뮌헨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이도메네오에 나오는 아리아 ‘상쾌한 미풍(Zeffiretti Lusinghieri)’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웅장한 신화적 줄거리에 간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아리아입니다. 그런데 그 주제를 넘어 오케스트라가 표현하는 수줍은 듯 부드러운 화성 진행과 그 위에 유려하게 펼쳐지는 소프라노의 선율은 당시 유럽에서 손꼽히는 세련된 건물로 둘러싸인 로코코 시대의 뮌헨을 절로 떠오르게 합니다.

뮌헨 하면 떠오르는 곡이 한 곡 더 있습니다. 바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마지막 가곡(Vier letzte Lieder)’ 중 마지막 곡인 ‘저녁노을(Abendrot)’ 입니다. 몇년 전 뮌헨에서의 연주를 며칠 앞두고 고된 연습 뒤 저녁노을이 지는 영국 정원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그곳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가져다 주는 다채로운 저녁 노을의 색채를 감상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낭만화성체계의 마지막에 다다른 슈트라우스의 눈부신 전조,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긴 멜로디 선율이 품고 있는 그의 예술세계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곡을 여러분과 함께 들으며 뮌헨의 감성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 안종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석사, 독일 함부르크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2012년 프랑스 파리 롱 티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함부르크 국립음대 기악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