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업의 수많은 성공 스토리 가운데 ‘스타벅스’ 사례는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스타벅스의 성공은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최고경영자(CEO)의 도전에서 시작됐다. 엄밀히 말하면 스타벅스 최초 창업자는 슐츠가 아니다. 슐츠는 미국 뉴욕에 있는 주방기기 수입 업체에서 일하던 중 시애틀의 작은 커피 전문점이 커피 기구를 대량 주문한 것에 주목했다. 이 작은 커피 전문점이 스타벅스였는데, 슐츠는 스타벅스를 방문하고 나서 앞으로 미국 커피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벅스에 입사했다. 이후 슐츠는 이탈리아 출장 당시 경험한 에스프레소 카페 사업을 스타벅스 사장에게 제안했지만 스타벅스 사장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슐츠는 스타벅스를 그만두고 자신이 직접 에스프레소 카페 ‘일 지오날레’를 창업했다. 그리고 2년 뒤 슐츠는 스타벅스 창업자가 매물로 내놓은 스타벅스를 인수했다. 슐츠가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했을 때 스타벅스 매장은 3곳에 불과했다. 당시 슐츠는 스타벅스 매장을 미국 전역에 15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로서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그는 목표를 몇배나 초과 달성했다. 지금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은 2만2000여개에 이른다.
성공에서 목표는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 스토리에 열광한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과 점심 한 끼를 함께하기 위해 345만달러(약 40억원)를 기꺼이 지불하는가 하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처음 만든 이야기는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우리가 이들의 성공 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성공 비결을 발견하면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기업인의 경험은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 아니라, 살아 있는 경영전략서이기도 하다. 중요한 판단의 순간마다 이들이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생생한 교과서다. 이들의 신화를 활용하려면 ‘전략기획자’의 입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분석하고, 실천을 위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사례처럼 미국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의 창업자 레슬리 웩스너(Leslie Wexner)의 초기 목표 역시 지금 성과와 비교하면 소박했다. 웩스너가 첫 매장을 열면서 생각한 계획은 매장을 서너곳 더 확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웩스너는 당시 목표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는 빅토리아시크릿 외에도 보디 용품 브랜드 ‘배스앤드보디웍스(Bath & Body Works)’,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Abercrombie)’ ‘더리미티드(The Limited)’ 등을 보유한 ‘리미티드브랜즈(Limitedbrands)’ 회장이 됐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세계 10여개국 1만여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빅토리아시크릿은 미국 최대 여성 속옷 브랜드로 성장한 데 이어 향수, 스킨케어, 의류 품목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명품 의류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창립자인 브루넬로 쿠치넬리 역시 마찬가지다. 창업 초기, 그는 24㎏의 캐시미어를 구입하면서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 스웨터를 팔면, 결혼도 할 수 있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탈리아 전역 12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기업 가치는 15억달러를 넘는다.

창업 초기, 생산 전반 참여한 CEO들
슐츠와 웩스너, 쿠치넬리 모두 자신이 세운 기업이 어떤 성공을 거둘지 처음부터 예측하지 못했다. 미국에 150개 매장을 내려고 했던 목표가 전 세계 2만2000여개 매장으로 이어진 스타벅스나 매장 서너곳을 더 내려고 했던 계획이 1만여개 매장으로 더 확대 실현된 빅토리아시크릿의 사례는 초기 목표가 모두 초과 달성된 셈이다. 최종 목적지를 그리지 못하고 시작했지만 성공했다. 물론 기업 경영전략을 세울 때 ‘목표’가 중요하다. 업무의 평가 척도가 되기도 하고 의욕을 북돋워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목표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때론 목표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들 세 기업가는 최종 목적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공통적으로 에너지와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에너지, 호기심, 용기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의지를 강렬하게 주위 사람들과 공유했다. 직원과 투자자, 소비자, 자신에게까지 새로운 기회가 열리길 바랐다. 이 간절함이 스타트업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비결이다.
간절함은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들의 열정과 의지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다시 이들의 초창기 모습을 살펴보자. 이들은 기업 초기 창립자이자 관리자, 브랜드 매니저, 재무담당자, 채용인, 마케팅 대표 등 다양한 역할을 직접 수행했다. 적은 자본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대부분 생산 공정에 관여하며 회사의 재무, 마케팅, 조직 관리 업무를 직접 한다.
빅토리아시크릿을 만든 웩스너도 초기 매장 청소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직접 했다. 생산 과정 전반을 학습한 덕에 매장 운영, 디자인, 생산, 가격 결정, 프로모션, 직원 관리 등 모든 분야에 능통했다. 특히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그는 좁은 소비자군을 겨냥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군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현장을 직접 체험하면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 자연스럽게 축적된다. 책상에 앉아 외부 컨설팅 회사나 현장을 경험하지 않은 직원이 건네준 보고서만 들여다보는 경영자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보는 잠재 소비자들 역시 기업이 일반화해서 바라보는 대상과는 달랐다. 소비자에게 피드백을 구하기보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직접 측정하고 교감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사 전략을 개선할 수 있었다.
변화는 점진적이면서도 빠르게 이뤄진다. 소비자는 직접 경험한 것에 따라 제품 선호를 바꾼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기업 경영자가 직접 다양한 역할을 하다 보니 의사결정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스타벅스와 빅토리아시크릿,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보여준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우선 기업이 소비자에게 먼저 다가가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지, 왜 우리 브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는 창업 단계에 있는 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미 대중화된 브랜드라면 소비자에게 그 이유를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 많다. 많은 소비자가 알고 있고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다르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움은 외면당하기 쉽고,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도 없다.

기업가의 호기심과 경험이 중요
여기서 관건은 소비자와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변화 포인트를 찾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빅토리아시크릿,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정도 친숙한 아이템을 기존 브랜드와는 차별화한 독특함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소비자 머릿속에 소비자 언어로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은 예술이면서 과학이기도 하다. 소비자조차 깨닫지 못하는 수요를 예측하고 소비자의 불만, 희망, 두려움, 필요를 모두 아우르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소비자가 가진 필요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다.
웩스너를 포함한 이들의 성공담에서 스타트업 브랜드화 전략의 핵심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호기심이다. 웩스너 회장은 “사업에 성공하려면 정확한 예측 능력과 본능, 인사이트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호기심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기심을 가진 기업가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가 최근 느낀 불만, 희망, 꿈을 이야기할 수 있게 질문한다. 호기심을 가진 기업가는 단순히 기능성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해서 수익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감성적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폭발적인 수익을 얻고자 하며, 이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호기심 있는 기업가는 이런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쌓아 온 모든 경험을 총동원하고, 열정적으로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면 대중을 이끄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첫 걸음을 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그 걸음이 성공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CEO들의 사례는 어떤 이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짐을 가볍게 해 줄 유용한 팁도 될 수도 있다.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했지만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이들 사례를 그저 운 좋은 일부 성공 스토리로 치부할지, 나와 내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중추적인 디딤돌로 삼을지는 각자의 선택과 판단에 달려 있다.
빅토리아시크릿의 성공 스토리를 다시 보자. 그의 경험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분석해야 할 대상이다. 웩스너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업가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또 브랜드 자산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도 안다. 중력의 법칙으로 기업이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공이 가까워지는 순간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하며 치열한 싸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장 충성스러운 소비자의 충성도 지속 시간은 32초에 불과하다. 기업은 이들의 충성도에 의지할 수 없고, 의지해서도 안 된다. 모든 것은 변한다. 기업이 변화에 쓸 수 있는 근육을 단련해 놓지 않으면 변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잃는다. 사업을 접거나 또 다른 단계로 진화하는 길밖엔 없다.”
※ 본 기사는 ‘이코노미조선’과 미국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정식계약에 따른 기사입니다.
브랜드 성공시키는 실행 방안 5가지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기업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것만큼이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미국 마케팅·컨설팅 업체 오디언스블룸(AudienceBloom)의 제이슨 디머스(Jayson Demers) CEO는 스타트업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실행 방안을 내놓았다.
1 | 타깃 시장을 확실히 정하라
회사의 주요 타깃층이 어디인지 생각해야 한다. 동화책과 추리소설이 매우 다르듯 회사 브랜드와 이미지는 소비 타깃층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소비자를 타깃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너무 넓은 범위를 타깃팅하기보다 일부 계층을 타깃으로 설정한 후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타깃층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어떻게 행동하나,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말하는가, 모든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2 | 경쟁 브랜드를 연구하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타깃층을 정했으면 이들을 소비자로 둔 경쟁 브랜드를 알아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기업 브랜드를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당신 기업이 속한 산업의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 경쟁사 로고는 어떤 모양인지, 차별성은 무엇인지, 소비자에게는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면밀히 살펴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기업의 브랜드를 보고 이들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발견해야 한다.
3 | 개성을 부각시켜라
당신 브랜드의 고유성을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만약 당신이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려고 한다면 브랜드에 이를 강조해야 한다. 경쟁사 브랜드가 오래되고 보수적이라면 젊고 새로운 분위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다른 브랜드가 엘리트주의적이고 허세에 가득 차 있다면 보다 건실한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 브랜드를 ‘사람’ 처럼 정의하라
회사가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인지 브랜드로 정의하는 것이 좋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몇살인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좋아하는 음식이나 영화는 무엇인지.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이런 질문을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브랜드를 사람과 같이 정의하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한층 더 소중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5 |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
회사의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회사의 비전을 구체화시킬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할 시간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는 그래픽 디자인이나 창의적인 마케팅에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다. 직원을 고용하거나 대행사를 쓸 수도 있다. 스타트업 경영자는 이 과정에서도 중요한 결정자로 남아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