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電裝) 업체를 역삼각합병 형식으로 인수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인수합병(M&A)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먼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글로벌 M&A의 일환으로 지식재산기업의 인수를 위한 필수적인 역삼각합병 형태를 취했다. 나아가 무인자동차시대의 유망분야인 인포테인먼트산업과 텔레매틱스산업에로의 진출을 위해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합병을 통한 선점을 시도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인수합병에 대해 다소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편견마저 있다. 독자적인 노력을 통한 기업발전보다 다른 기업과의 제휴 내지 협업에 의한 경쟁력 우위 확보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시대에서는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자체 기술개발보다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혁신기술을 개발한 지식재산 벤처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당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니러니하게도 이러한 글로벌 인수합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중국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기업은 IBM의 PC사업 부문이나 볼보 등의 인수를 통해 저가 브랜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했다.
뿐만 아니라 기술경쟁력 확보를 통해 넓은 해외시장을 개척했으며 나아가 문화산업으로까지 이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국내기업도 해외기업 인수합병에서 성장동력과 전략을 찾아야 할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기업 인수합병으로 성장동력 찾아야
인수합병의 형태도 다양화하고 전략적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역삼각합병이 그 좋은 예다.
역삼각합병은 자회사를 통해 타깃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선 먼저 삼성전자 북미법인(SEA)이 미 델라웨어주에 100% 자회사 실크(SILK)를 신설했다. 이어 피인수 기업인 하만이 실크를 흡수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SEA가 보유한 실크 주식은 하만 주식으로 바뀌고 하만은 SEA의 자회사로 전환, 삼성전자의 해외 종속법인이 됐다.
특히 지식재산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할 때해당 기업을 유지하는 역삼각합병이 비용이나 전략적인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식재산을 양도하는 등의 고비용 구조뿐만 아니라 기존 우수 인력 유출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각형태의 합병은 인수와 피인수기업에 모회사가 개입해 삼각형태의 이해관계인이 형성되는 기업 인수합병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삼각합병은 인수되는 기업이 해산되는 것이 아니라 존속한다. 즉 피인수기업의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브랜드 가치가 아주 높은 경우에 활용되는 형태다. 물론 이러한 인수합병의 경우, 부실한 기업의 인수를 통해 세금혜택을 부당하게 얻기 위한 의도에서 다소 남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과세당국이 합리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이러한 형태의 합병을 막을 필요는 없다. 그동안 국내법으로는 역삼각합병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상법 개정으로 역삼각합병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최근에 제정된 원샷법에 의해 일정한 경우에 세제지원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M&A의 성공에 대해서는 지금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빅딜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빅딜은 국내기업들에 향후 미래산업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나아가 이를 위한 전략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M&A를 활용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다 기업 인수합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인 거부감도 상당 부분 희석시켰다. 과거의 다소 폐쇄적이고 국내시장에만 한정된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기업들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삼각합병과 역삼각합병 삼각합병은 모회사의 자회사가 제3의 회사와 합병하는 형태로, 이를 통해 모회사는 제3의 회사 영업과 자산을 획득하게 된다. 국내에선 2012년 4월 상법 개정으로 삼각합병이 가능해졌다. 역삼각합병은 인수기업이 자회사를 세운 뒤 피인수기업이 이 자회사를 흡수합병토록 하는 방식이다. 삼각구조이지만 피인수기업이 역으로 인수기업의 자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이어서 ‘역(reverse)’이라는 표현을 쓴다. 합병대상 회사(피인수기업)를 존속시켜야 할 때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