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5년 뒤 일자리 510만개가 없어진다는 예상이 나왔죠. 인간은 어디까지 기계와 경쟁하게 될까요.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주제로 한 책 ‘제2의 기계 시대’ 공동 저자인 앤드루 매카피(McAfee·49)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기계와 벌이는 일자리 경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고소득 화이트칼라 전문직이라고 말했습니다.
“2006년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일본 혼다의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를 기억하나요? 아시모는 시연회에서 무대에 설치된 계단을 걸어 오르다가 굴러떨어져 바닥에 얼굴을 부딪혔습니다. 물론 다시 일어나 계단을 오르내리고, 춤을 추고, 축구공을 차는 등 다양한 능력을 선보였지만, 로봇에 큰 결함이 있다는 게 드러났죠. 다칠 위험에 처했을 때 본능적으로 머리 같은 중요 부위를 감싸는 아주 당연한 행동을 로봇은 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위가 로봇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지능 검사나 체스에서 어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지각이나 이동 능력 면에서 한 살짜리 아기만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인공지능·로봇공학 연구자에 따르면 고등 추론에는 연산 능력이 거의 필요 없는 반면, 낮은 수준의 감각 운동 기능은 엄청난 연산 자원이 필요합니다. 35년간 인공지능 연구가 주는 중요한 교훈은 ‘어려운 문제는 쉽고, 쉬운 문제는 어렵다’는 것이죠. 즉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진화하면서, 애널리스트, 가석방위원회 위원, 공학자, 회계사, 의사, 운전사 등 관리직 혹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직업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이 하는 일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은 현재 기술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배관공, 정원사, 안내원, 요리사, 가정부, 간호사는 앞으로도 수십 년은 직장을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은 기계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인간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 기술 자체보다 더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마치 체스 전문가는 아니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최첨단 프로그램과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혁신을 이루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카스파로프는 ‘양쪽 모두 분석을 도와주는 기계를 가진 경우, 어느 시점에 새로운 착상을 할지 결정하는 인간의 판단에 따라 판세가 달라진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기계가 못 하는 활동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디어 떠올리기(ideation), 즉 훌륭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을 떠올리는 행동입니다. 단어 같은 기존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기는 아주 쉽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시나리오별로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어렵지 않죠. 하지만 그런 조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 몫입니다. 저는 인간만이 가진 창의성은 기계와 만났을 때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계는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고, 이를 통해 참신한 전략을 짤 수 있는 인재들이 지배할 것입니다.”
▒ 앤드루 매카피 Andrew McAfee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MIT 디지털 비즈니스센터 수석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