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 나이트 회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이키가 존재할까?’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없었다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었을까?’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흥망성쇠의 열쇠를 쥐고 있다. 기업은 CEO가 누구인가에 따라 ‘CEO 프리미엄’에 올라타 승승장구할 수도, ‘CEO 리스크’에 휘청거리다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대개 CEO다. 권한이 크고 의무가 무거운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다.
CEO들의 연봉은 자주 논란이 된다. 과도한 CEO 연봉은 ‘자본주의와 기업을 망치는 모럴 해저드’라고 비판받지만 ‘보상’ 없이 열정과 재능을 살 수는 없다. ‘CEO의 적정 가치’에 합당한 연봉 산정은 어려운 문제다. 측정이 매우 어렵고 여러 가치에 좌우될 여지가 많다.
“한국 CEO 연봉, 일본보다 많아”

그러면 CEO들, 특히 국가와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CEO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고액연봉을 받는 CEO들은 과연 몸값을 했을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CEO는 누구일까?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일까? 아니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일까?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12월 미국 ‘S&P 500대 대기업’ CEO들의 평균연봉(2017년 회계연도)은 1695만달러라고 보도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24개국 대기업 CEO 평균연봉보다 2.6배 많다. CEO 고액연봉 국가 2위는 스위스다. ‘스위스 마켓 인덱스’에 포함된 기업 CEO들의 평균연봉은 1058만달러였다. 3위는 영국이다. ‘FTSE100’ 소속 대기업 CEO들의 평균연봉은 961만달러였다. 미국, 스위스, 영국은 CEO 대우가 확실한 나라다.
캐나다(932만달러), 네덜란드(866만달러), 독일(836만달러), 남아공(714만달러), 노르웨이(696만달러), 스페인(615만달러), 싱가포르(560만달러) 대기업 CEO들도 고액연봉을 받는다.
반면 ‘Thai SET 50’에 속한 태국 대기업 CEO들의 평균연봉은 60만달러(25위)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다. 중국 대기업 CEO들의 연봉도 박한 편이다. 중국 ‘CSI 300’ 대기업 CEO들의 평균연봉은 64만달러(24위)였다. 미국 대기업 CEO 평균연봉의 3.7%, 26분의 1에 불과하다.
‘Nikkei 225’에 포함된 일본 대기업 CEO들의 연봉은 평균 265만달러다. 25개국 가운데 20위다. 평균연봉 425만달러(12위)인 한국 KOSPI 기업 CEO들보다 오히려 적다. “최고경영자들이 고액연봉을 받으면 탐욕스럽다는 비판을 받는 일본의 독특한 기업 문화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CEO들은 돈값을 했을까? 블룸버그는 CEO 연봉과 최근 3년간 기업의 평균이익을 비교한 ‘연봉 대비 CEO 가치’를 조사했다.
공동 1위는 코스타 카르트소티스 파슬(FO-SSIL) 그룹 CEO, 로버트 페라 유비퀴티 네트웍스(Ubiquiti Networks) CEO였다. 카르트소티스 CEO는 3년간 평균 1억4700만달러, 페라 CEO는 1억2900만달러 이익을 냈지만 무보수로 일했다. 카르트소티스는 파슬 주식 2억달러, 페라는 유비퀴티 지분 70%를 가지고 있다.
3위는 연봉 1달러를 받고 평균 30억달러 이익을 낸 래리 페이지 알파벳 CEO다. 래리 페이지는 165억달러 상당의 알파벳 주식을 가진 ‘오너’ 경영자다.
4위는 리 유에 홍콩 차이나 모빌 CEO다. 연봉 9만1497달러인 그는 3년 평균 51억8000만달러 이익을 냈다. 5위는 인도의 차이타니아 카마 오라클 파이낸셜 서비스 소프트웨어 CEO로 연봉이 1296달러(기업이익 5500만달러)였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는 6위(연봉 47만달러, 기업이익 188억달러)다. 투자만 잘하는 오너가 아니라 연봉가치도 높은 최고경영자인 셈이다.
전문경영인인 팀 쿡 애플 CEO는 11위였다. 그는 연봉 1028만달러를 받고 3년간 평균 226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연봉 120억원이 아깝지 않은 CEO”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미국 대기업 CEO 가운데 최고 연봉은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48) 익스피디아 CEO다. ‘포천’은 ‘S&P 500대 기업’ 중 CEO 연봉이 확인된 340개 기업 CEO들의 연봉을 조사한 결과, 연봉 9640만달러(약 1156억원)를 받는 코스로샤히 CEO가 1위라고 보도했다. 그의 봉급은 동종업계인 미키타니 히로시(9700만엔) 일본 라쿠텐 CEO, 라치드 페인(100만달러)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CEO와 비슷한 100만달러다. 하지만 보너스(280만달러)에다 2020년까지 CEO 계약을 연장한 대가로 9080만달러 상당의 스톡옵션을 받아 ‘대박’을 터뜨렸다. 매출이 16% 상승하는 등 실적 호조를 반영, 2015~2016년보다 881%나 올랐다. ‘포천’은 그의 연봉은 익스피디아 직원 평균연봉(2014년)의 4756배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코스로샤히 연봉 881% 껑충
1969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코스로샤히 CEO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이란계 미국인 경영자다. 1991년 브라운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알레 앤드 컴퍼니(1991~98년)를 거쳐 1998년부터 IAC 전략담당(부사장)으로 일했다.
2005년 익스피디아 CEO에 올라 익스피디아(Expedia), 호텔스닷컴(Hotels.com), 핫와이어(Hotwire), 트래블어드바이저(TravelAdvisor) 등 세계 60개국에서 70개가 넘는 온라인 여행 사이트를 운영한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미디어인 뉴욕타임스의 ‘감사, 기술 혁신위원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회장이 “회계 전문가이면서 디지털과 국제 사업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라며 직접 추천했다고 한다.
‘포천’이 선정한 2위는 레스 문베스(5680만달러) CBS 회장, 3위는 로버트 ‘밥’ 아이거(4490만달러) 디즈니 회장, 4위는 필립 다우만(4430만달러) 비아콤 회장, 5위는 샌딥 마슬라니(3920만달러) 제너럴 그로스 프로퍼티스(General Growth Properties) 회장이다.
‘S&P 500대 기업’ 이외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캘리포니아 의료 기업 난트케이웨스트(NantKwest)의 CEO인 패트릭 순쉬옹(Patrick Soon-Shiong)이 1억4760만달러로 최고 연봉을 받는 경영자라고 ‘포천’은 보도했다.
글로벌 연봉 퀸
사프라 카츠 오라클 CEO

‘글로벌 CEO 연봉퀸’은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의 CEO인 사프라 카츠(58)다. 카츠 CEO는 기본급·스톡옵션을 합해 4100만달러를 받았다고 CNN머니가 최근 보도했다. 2013년 연봉은 4360만달러, 2012년은 5170만달러였다.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카츠 CEO는 투자은행을 거쳐 1999년 오라클에 상무로 입사,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하다가 2014년 창업자 래리 앨리슨의 뒤를 이어 CEO에 올랐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 창업자이자‘빅데이터’기업인 팔란티어 회장인 피터 틸과 함께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2위는 3600만달러를 받는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CEO, 3위는 3100만달러를 받는 구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스 포랏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첫 여성 CEO인 메리 배라(2860만달러), 인드라 누이(2640만달러) 펩시코 회장, 마가레트 휘트먼(1710만달러) HP 회장도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여성 경영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