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펀드업계의 전설 ‘존 보글’은 ‘워런 버핏’과 함께 20세기 세계 4대 투자 거장에 꼽히는 투자가다. 20대 때 월가(街)에 진출해 60년 넘게 투자 경험을 쌓은 그는 “채권과 주식을 적절히 나눠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지금 하던 대로 계속하면 된다. 주식시장을 들락거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전한 투자를 “나이가 들었으면 채권 투자 비율을 높이고, 젊으면 주식 비율을 높게 가져가는 분산된 투자”라고 정의했다. 단기적 이득을 노리는 투기적 성향은 경계했다. 그의 투자 원칙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과 닮았다. 버핏은 “월스트리트는 거래가 있어야 돈을 벌지만, 투자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돈을 번다”고 했다. ‘회전’하지 말고 ‘보유’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투자할 때 두 가지 ‘e’를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바로 ‘감정(emotion)’과 ‘비용(expense)’이다. 초과 수익을 올리려는 탐욕을 자제하고 투자에 따르는 비용을 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존 보글은 1974년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을 설립하고, 1975년엔 세계 최초의 인덱스펀드인 ‘뱅가드 500 인덱스펀드’를 개발했다. 인덱스펀드는 전체 주가지수를 따라가도록 펀드를 구성해 개인 투자자들이 아주 적은 비용으로 나라 안의 상장주식을 골고루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은 “존 보글의 인덱스펀드 개발은 바퀴와 알파벳 발명만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글은 인덱스펀드를 출시해 매년 30%의 이익을 내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안겼다.


1975년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만들고 줄곧 전도사 역할을 했다.
“1951년 프린스턴 대학 재학시절에 쓴 논문 주제였는데,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이 정당한(fair)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인덱스펀드는 다르다. 인덱스펀드 투자자는 주식시장이 거둔 이득에서 정당한 몫을 받는다. 이것은 주식시장 전체를 소유하는 것이다. 시장 위험, 개별 주식 위험, 관리 위험, 스타일 위험(가치형, 성장형 등) 등을 제거하고 시장의 수익만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보면, 인덱스 투자 전략이 다른 투자보다 94% 더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기보다 시장 평균 수익을 앞지르려고 시도한다.
“시장 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시장 평균 수익률이 8%라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투자수익을 낼 것 같나. 8%다. 투자자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보았을 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시장 시스템에 참가하려면, 연간 2~2.5%의 비용이 든다. 그래서 시장은 8%를 얻지만, 당신은 5.5~6%의 수익을 얻게 된다. 이게 현실이다. 시장에서 평균 이상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평균보다 적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 투자비용을 빼기 전에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고 투자비용을 빼고 나면 ‘지는 게임’인 셈이다. 미국의 한 잡지는 ‘투자자의 성과는 오락가락하지만, 비용은 영원히 올라간다’고 했다.”

버핏을 어떻게 평가하나. 시장을 앞지를 수 있는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인가.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다. 모든 사람이 평균은 아니다. 시장을 앞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확률분포곡선에서 보면 아주 적은 사람들이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숫자 면이 나올 확률은 2분의 1이지만, 10번 연속해서 같은 면이 나올 확률은 1024분의 1로 줄어든다. 계속 이기려면 엄청난 운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버핏은 운(luck)일까, 기술(skill)일까? 나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투기하지 않고 투자한다. 투자비용도 극도로 낮게 유지한다. 또 그는 세금에 신경 쓰면서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을 쓴다. 장기적으로 능수능란하게 주식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그의 존재가 인덱스펀드가 틀렸다는 증거일까? 아니다. 버핏은 미국에서 인덱스펀드를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사람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이 버핏이 될 수 없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명심해야 할 한 가지는.
“당신의 자산을 주식과 채권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배분해야 한다. 또 반드시 투자비용을 낮게 유지하라. 그러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이다.”


▒ 존 보글 John Bogle
프린스턴대 학사, 뱅가드그룹 회장, 보글 금융시장리서치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