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하버드 졸업장보다 책을 읽는 습관이 더 소중하다.”
억만장자 다독가(多讀家)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말이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었다. 아무리 일정이 많더라도 독서 시간만큼은 반드시 확보할 만큼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5권을 추천했다. 게이츠는 “이 5권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곤 했다”며 “요즘처럼 읽을 거리가 넘쳐나는 때일수록 좋은 책이 주는 통찰력은 빛을 발한다”고 했다.
1 | 끈 이론String Theory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 라이브러리오브아메리카
17.96달러 | 158쪽
물리학, 테니스 등에 관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저자는 주니어 테니스 선수 경력을 가진 작가다. 그는 테니스 경험을 소개하고, 스위스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의 천재성을 찬양한다. 게이츠는 “어린 시절 테니스 대회 이야기로 시작한 에세이가 미적분·기하학·공학을 둘러싼 이야기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2 | 슈 독Shoe Dog
필 나이트 | 스크리브너
29달러 | 400쪽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의 창업주인 필 나이트가 처음으로 쓴 자서전이다. 오늘의 나이키를 있게 한 사건, 나이키의 성공을 도와준 사람들과 얽힌 에피소드들부터 실패한 일들까지 정직하게 다룬다.
3 | 강한 리더의 신화The Myth of the Strong Leader
아키 브라운 | 베이직북스
24.18달러 | 480쪽
역사와 인류에 공헌한 리더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예상외로 이들이 ‘강한 지도자’는 아니었다. 저자 아키 브라운은 옥스퍼드대학에서 50년 넘게 좋거나 나쁜 ‘정치 리더십’을 연구해왔다. 그는 “역사와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한 리더들은 협력하고, 위임하며, 협상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4 | 유전자 : 내밀한 역사 The Gene : An Intimate History
싯다르타 무케르지 | 스크리브너
21.20달러 | 608쪽
저자는 2010년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컬럼비아 대학병원의 암 전문의다. 인류와 암의 전쟁을 고민했던 그가 이번엔 유전자를 탐구했다. 책은 게놈 기술이 불러온 거대한 윤리적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5 | 더 그리드The Grid
그레첸 바케 | 블룸즈버리USA
22.85달러 | 384쪽
저자는 스마트 그리드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스마트 그리드가 얼마나 안정성이 높은지, 미래 전력 공급량을 얼마나 높여줄 것인지를 설명한다. 게이츠는 “평소에 전기가 어떻게 콘센트까지 도달하는지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스마트 그리드가 현대에 이뤄진 가장 경이로운 발명이라고 확신할 것”이라고 했다.
2 | 말레이 제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 지오북
3만6000원 | 848쪽

구조적인 경제 문제, 주류와 비주류 시각에서 분석
1 | 21세기 자본을 위한 이단의 경제학
박양수 | 아마존의나비
1만5000원 | 292쪽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은 세계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위기의 부작용은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와 국민 분노를 자극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유럽 주요국에서 극단적인 이념을 추구하는 정당이 지지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런 변화는 정치, 경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점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재직 중인 경제학 박사가 심화되는 불평등, 부채가 주도하는 성장,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장기 침체, 기후 변화,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산업의 등장 등 굵직한 세계 경제 현안을 조명한 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를 진단하는 시각과 해법이 다양하다. 주류와 비주류 경제학의 아이디어를 함께 담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 일하면서 접한 다양한 경제 통계와 연구를 충실하게 담아 책을 더 풍성하게 꾸몄다. 저자는 현실 경제학자들과 미래를 준비하는 경제학도들이 유연한 중용의 사고를 갖추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후 100년 만인 2013년에야 찰스 다윈 조각상 옆에 초상화를 걸 수 있게 된 진화론의 숨은 창시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국내 첫 번역서가 나왔다. 1869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1854년부터 1862년까지 8년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2만개 섬으로 구성된 ‘말레이 반도’를 탐사한 월리스의 과학 여행기다. 월리스는 말레이 반도 섬 전역을 탐사하며 지질과 지리, 동식물 분포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또 편견 없이 말레이 반도 원주민의 생활과 문화를 기술했다.
1823년 영국에서 태어난 월리스는 다윈의 항해 탐사기를 읽고 1848년 아마존으로 첫 자연사 탐사를 떠난다. 1854년에는 말레이 제도로 탐사를 떠나 8년 동안 지리와 생물을 탐사했고, 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월리스 선’을 발견했다. 1858년 말레이 제도에 머물던 그는 자연선택과 진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논문 ‘변종이 원형에서 끝없이 멀어지는 경향에 대해’를 썼다. 이 논문을 본 다윈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20년 동안이나 준비해 온 자연선택 이론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상의 비합리성에 대한 친절한 설명
3 |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댄 애리얼리 | 사회평론
1만3000원 | 332쪽
전작 ‘상식 밖의 경제학’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가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궁금해하는 심리학을 재밌게 풀어낸 책을 내놓았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전통경제학 이론을 반박하는데, 애리얼리는 이 책에서 일상에 숨은 비합리성을 찾아 비합리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비합리적이라면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내야 하는지 친절하게 조언한다. 책 제목처럼 항상 한 짝만 없어지는 양말, 스마트폰 액정은 반질반질하게 닦으면서 방 청소는 하지 않는 아들, 결혼반지에 집착하는 아내 등 누구나 공감하는 사소한 비합리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단순히 이야기 읽는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공중 화장실에서 깨끗한 칸을 고르는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라는 사회 이론을 이용해 설명하고, 뷔페에서 본전 뽑는 법을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인상 깊은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비합리적인 사고와 선택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 어떻게 비합리성을 피할 수 있는지 통찰력 있는 조언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