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가 10년 전 시작된 길고 긴 경기 침체를 뚫고 이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노동시장은 완전고용 상태에 이르렀고, 물가상승률은 우상향이며, 각 가정의 경제 심리도 낙관적이다. 제조업과 주택건설업은 사업 증가로 이익을 보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세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은 더 이상 장기 침체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전체 실업률은 4.7%지만, 대졸자 실업률은 2.4%에 불과하다. 시간당 평균 수입은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노동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구직을 포기했던 사람들도 일자리로 복귀하고 있다.
미국 물가상승률 상승세는 경제가 완전 고용 상태라는 것은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이는 최근 3년 연평균 상승률인 1.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최근 3개월 동안 미국 CPI의 연평균 상승률은 2.8%에 달한다.
가구 자산도 증가세다. 미국 가구의 주요 자산인 주택 가격은 최근 1년 동안 평균 5% 상승했다. 주식시장 상승세도 주목할 만하다. 증시 호조로 가구당 순자산 가치는 빠르게 증가했다.
소비자심리도 긍정적이다. 미시간 대학이 취합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최근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 비영리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CCI)도 지난 2월,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완전 고용에 소비심리도 긍정적
제조업 생산량은 6개월 연속 늘었다. 신규 주택 건설 수는 최근 12개월 동안 6% 이상 늘었다. 주택사업자들은 이 같은 주택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 모든 지표들을 보면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교역량 위축과 재고 불안을 이유로 올해 GDP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척도인 개인 구매자에 대한 최종 매출 규모는 연 2.5% 상승했다. 올해 GDP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표상으로 보자면 현재 미국 경제는 건강해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했다. 저금리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와 대출 기관들은 모든 유형의 자산에 베팅해 왔다.
과대 평가된 자산과 고위험 대출은 또 다른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수익률은 과거 장기 평균의 70%를 상회한다. 주가 수익률을 과거의 평균 수준으로 되돌리면 미국 주가는 40% 하락해야 한다. 이 경우 미국 총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9조달러(약 1경원)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5%에 그친다. 현재의 물가상승률은 2%이고, 앞으로 비슷한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 이상이 돼야 한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적하는 시장 척도인 5년 후 5년 포워드(5-year, 5-year-forward) 기대 인플레이션은 3월 28일 기준 연 2.21%를 기록했다. 경기가 좋아지면 자금수요가 증가하고, 자금수요가 증가하면 단기 시중금리가 오른다. 고정된 이자율을 가지고 있는 채권 상품은 매력이 떨어진다. 국채 가치는 크게 떨어질 것이며, 회사채를 비롯한 다른 장기 채권 가치도 비슷하게 하락할 것이다.
저금리로 인한 자산 버블, 트럼프 정부의 과제
저금리에 따른 투자자들의 수익 추구 경향으로 우량 채권과 비우량 국내 채권 및 신흥시장 채권 간의 신용 스프레드는 줄어들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최근 몇 년 새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은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직후인 7월 초 연 1.37%까지 떨어진 뒤 반등 중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투자자들이 주요국의 장기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대출자의 신용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리스크가 높은 대출을 연장해 왔다. 특히 미 금리 인상을 앞두고 발행이 급증한 약식대출채권(covenant light loan)도 부담이다. 약식대출채권은 차용 기업의 만기와 상환 조건을 크게 완화한 대출채권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이 같은 모든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나쁜 결과가 꼭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금리는 정상화할 것이며, 그에 따라 자산 가격은 점진적으로 조정될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로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자산 가격이 붕괴되면, 또 다른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호황 이면에 숨겨진 분명한 리스크이며, 앞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트럼프 행정부가 풀어야 할 중대 과제가 될 것이다.
▒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약식대출채권(Covenant Light Loan)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뜻하는 커버넌트(covenant)는 은행이 대출할 때 해당 기업의 재무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기업에 부과하는 책임 요건을 뜻한다. 약식대출채권은 이러한 책임 조항이 가벼운(light) 대출채권이다. 기업은 자금 조달 조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투자자는 투자자 보호를 포기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