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새와 울새는 영국의 토종 조류다. 20세기 초만 해도 이들은 가정에 배달된 우유병 윗부분에 생긴 크림을 쪼아먹었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 중 우유업자들이 병에 알루미늄 덮개를 씌우자, 더 이상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런데 이후 박새만 알루미늄 덮개를 부리로 찢고 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울새와 달리 박새들만 이런 행동을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비밀은 ‘네트워크’에 있었다. 박새는 울새에 비해 양호한 사회적 관계를 갖고 있었고, 집단 내 네트워크와 활동반경이 넓었다. 무리와 잘 어울리는 박새가 ‘알루미늄 덮개를 찢으면 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더 빨리 배웠던 것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인적 네트워크에는 여러 가지 자원이 흐른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 창업에 필요한 재무 자원,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 등 여러 자원을 네트워크를 통해 교류한다.
최근 경영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기업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이 경계를 뛰어넘으며 융합하고 있다. 산업을 뛰어넘는 네트워크의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만큼 네트워크가 잘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직원이 회사에만 의존하면 조직 경쟁력 약해져
크리스가 도시 컨설팅을 주로 하는 대기업에 고용됐을 때, 그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MBA나 업계 콘퍼런스 등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연설 모임에서 얻은 수많은 인맥뿐만 아니라 전 직장 로펌에서의 업무 경험, 제3세계 마이크로파이낸싱 프로젝트에 관한 논문 공동 작업 등을 통해 얻은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크리스의 이러한 네트워크는 그를 고용하려는 팀을 감동시켰고, 그는 회사에서 초기에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에서의 역할이 바뀌면서 크리스는 다른 글로벌 고객들을 관리하게 됐고, 기존에 갖고 있던 개인적인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다. 새로 맡은 프로젝트에서 그는 정해진 절차와 방법을 따르도록 요구받았다. 그의 자율권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가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업무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회사의 집단 역량과 자원을 활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크리스는 자신의 정체성과 직원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있다고 느꼈다. 크리스와 같은 능력 있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을 때 고객을 잃는 것을 끊임없이 염려했던 그의 고용주는 이제 크리스가 떠나더라도 그를 따라갈 고객들이 적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했다.
회사가 커지면서 컨설팅사와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 회사가 공식적인 절차와 방법을 강조하고, 직원과 고객 간 개인적 상호작용을 덜 강조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때때로 이런 일은 크리스의 경우처럼 의도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개별 직원이 갖는 힘이 줄어들면 회사는 해당 직원이 떠났을 때, 핵심 고객이 함께 떠날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고, 회사가 제공하는 자원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조직에 좋은 일이 아니다.
회사의 성장과 생존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관리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러나 회사가 만들어낸 특정 역할, 절차는 개인의 역량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개인과 회사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더 그렇다.

업무에 개인 자원 활용하면 성과 커져
능력 있는 관리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개발하는 데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관리자들은 ‘구조적 공백 위치(서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 두 사람과 연결관계를 맺고 있는 위치)’의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네트워크 내에서 구조적 공백의 위치는 여러 가지 이점을 누리게 된다. 중복되지 않는 신선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집단이 갖고 있는 자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관리자는 서로 다른 집단을 넘나들며 이들을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관리자들의 네트워크가 기업 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마리 루이즈 모르스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 교수와 미셸 로건 인시아드 교수는 글로벌 컨설팅사 관리자 77명의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데 관리자의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업무에 자신의 네트워크와 지식·경험 등 개인적인 자원을 활용한 관리자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지식을 늘리는 데 더 나은 성과를 냈다. 그들은 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더 다양한 정보에 노출됐고, 회사에 대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가졌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관리자들에게 개인적인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장려해야 한다. 향후 해당 직원이 퇴사했을 때, 회사가 고객을 잃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직원이 임금 협상 시 네트워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회사는 이익의 많은 부분을 성과를 낸 직원에게 떼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사가 얻게 되는 이득은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크다. 새로운 정보와 지식으로 얻은 추가 가치는 회사 전체 이익의 파이를 키운다. 그리고 조직이 앞으로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용주는 크리스가 자신의 개인적인 인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회사의 현재 비즈니스가 그의 전문성과 관계가 없을지라도 상관없다. 회사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나올 수 있는 영역은 직원들의 개인적인 네트워크와 크리스의 동료들로부터다.
경영자로 성공하려면 세 가지 인맥 관리하라
허미니아 아이바라 인시아드 교수는 경영자로 성공하려면 세 가지 인맥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사내 인맥’이다. 일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원 세력 구축이 필수다. 인맥을 쌓는다고 바깥으로 돌다 보면 정작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바라 교수는 “조직을 파악하고 장악하는 것이 외부 인맥 구축보다 먼저”라고 강조한다. 잘 갖춰진 사내 인맥은 경영자가 의도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는 ‘전문가 인맥’이다. 아이바라 교수는 전문가 인맥을 전략적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 인맥은 다른 업종의 경영자나 대학교수 등을 의미한다. 자신의 사업 발전을 위한 조언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 인맥을 쌓는 효과적인 방법은 능동성을 기르는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인맥이라고 생각되면 주도적으로 연락해 약속을 정해야 한다. 외부의 전문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 간 연결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수퍼 커넥터’가 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는 ‘개인 인맥’이다. 앞선 두 가지 인맥이 공적 네트워크의 개념이라면 개인 인맥은 사적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사업에 대해 이야기할 인맥도 필요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개인적 긴장과 스트레스를 나눌 사람들이다. 힘들 때 약점과 어려움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며 얻는 위로와 안식이 경영자가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인맥 통해 발생한 이익 직원에게 돌려줘야

기업이 인맥 관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홍웅식 중소기업직업훈련컨소시엄 센터장은 “기업 인맥 관리의 핵심은 ‘직원들의 참여와 공유’”라며 “기업은 직원이 자신의 인맥을 공개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에게 핵심 인맥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부정적 효과만 커진다. 인맥은 각자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개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또한 개인 인맥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직원들이 각종 콘퍼런스나 세미나에 참석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