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던 아델슨(Sheldon Adelson)은 ‘신시티(Sin city·죄의 도시·라스베이거스의 별명)’의 제왕이었다. 세계 최대 카지노 회사인 라스베이거스샌즈와 그 자회사를 거느린 샌즈그룹 회장이자 최대 주주인 그의 재산은 한때 400억달러(약 46조원)에 달했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미국 부자 순위에서 2006년과 2007년 두 해 연속으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美 최초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
아델슨 회장은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에 가장 크게 베팅한 기업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04년 마카오를 시작으로 우리 돈으로 10조원 가까이 마카오와 싱가포르에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마치 월마트처럼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가는 그의 사업 방식에 대해 우려했지만, 그는 속전속결로 일을 진행했다. 샌즈 마카오 호텔은 부지 매입부터 개장까지 딱 14개월이 걸렸다.
확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일부 비판에도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가 뭔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카지노를 갖춘 대형 리조트가 25~30개 된다. 경쟁이 아주 심하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다. 마카오에도 도박장이 많이 있지만, 우리 건물에는 대규모의 컨벤션시설이 있다. 여기에 각종 쇼를 위한 쇼룸과 350개의 상점, 25~30개의 레스토랑, 대규모 바(bar), 의료 관광객을 위한 병원이 있다. 이런 복합리조트는 마카오에서 우리가 처음이다. 전체 1050만㎡(약 318만평) 가운데 40만㎡ 미만이 카지노니까 전체의 4% 미만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런 모델을 통해 라스베이거스를 바꿨고, 지금은 싱가포르를 바꾸고 있다. 그리고 다음에는 서울·인천·부산을 바꾸고 싶다.”
아시아 시장이 커질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
“이미 나는 미국 기업인이 아니라 아시아 기업인이라고 할 수 있다(매출의 80%가 마카오와 싱가포르에서 나온다). 아시아는 장래가 아주 밝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도 결국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허용할 것이다. 시장이 더 커지는 셈이다.”
스티브 윈(Steve Wynn), 스탠리 호(Stanley Ho) 같은 카지노 업계 거물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델슨 회장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아시아 시장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델슨 회장은 아시아 각국의 인구와 카지노 이용객 수를 조목조목 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는 5~10개의 라스베이거스가 들어설 수요가 있다. 일본의 인구가 1억2000만명 정도인데, 파친코 기계가 인구 25명당 1대꼴이다. 이것은 어린아이와 노인을 다 합친 수다. 도박을 즐길 수 있는 연령과 소득층을 감안하면 기계 1대당 10~15명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슬롯머신이 375명당 1대꼴이다. 아시아 시장에 5~10개의 새로운 라스베이거스가 들어설 수 있다는 건 절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아델슨 회장의 이력을 보면 그는 남보다 기회를 잘 포착하고 항상 먼저 뛰어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PC) 산업이 태동하자 일찌감치 무역전시행사인 컴덱스를 기획했고 미국에서 민간 기업으론 처음으로 컨벤션 시설을 세웠다. 1996년엔 비슷비슷한 카지노와 호텔이 있던 라스베이거스에 대규모 회의장과 명품 쇼핑몰, 유명 레스토랑, 곤돌라가 다니는 인공 수로를 갖춘 초대형 카지노 리조트를 만든 것도 그였다.
금융위기로 가장 힘든 한때를 보냈지만, 그는 여전히 ‘큰 그림’과 과감한 투자를 강조했다.
“韓, 초대형 컨벤션센터 설립해야”
아델슨 회장은 자신의 리조트가 단순한 도박장이 아닌 컨벤션센터와 쇼핑몰을 갖춘 복합리조트라는 점을 수차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의 70%가 카지노에서 나온다. 호텔 숙박료(13%)나 컨벤션시설 및 쇼핑몰 임대 매출(8%)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작다.
한국에서 카지노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2000년대 이후 정부가 여러 차례 관광·컨벤션 분야를 육성하려고 했지만, 아델슨 회장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은 ‘내국인 카지노 입장 허용’을 조건으로 내세워왔다. 한국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대뜸 강원랜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내가 만약 한국 정부에서 일했다면 폐광으로 지역 경제가 나빠진 곳에 카지노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아주 큰 실수다. (카지노) 운영자로서 내 원칙은 가난한 사람들의 지갑에 있는 돈을 벌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업을 해야 한다. 주변에 논밭만 있는 곳에 세워진 카지노는 한국 경제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마카오와 홍콩·필리핀·호주 등 거의 모든 곳에 카지노가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굳이 강원랜드에 갈 이유가 없다. 비즈니스맨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찾을 만한 유인이 없는 카지노는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돈을 날리라고 유혹하는 것과 다름없다.”
2010년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열었을 때 많은 한국인들이 놀랐다. 싱가포르 정부는 엄격하고 보수적이라고 인식돼 왔다.
“사실 나 같은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만하고 예측 가능한 룰(rule)이다.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봤을 때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일단 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지원을 해줬다. 사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미국보다도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나.
“나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 한국 정부도 카지노가 아니라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허용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업 모델의 핵심은 해외 비즈니스맨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그들로부터 관광 수입을 올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이 사업 모델을 허용한다면 우리는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는 멋진 빌딩을 지을 것이다.”
카지노와 컨벤션을 결합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처음 만들었다. 한국 컨벤션산업을 위해 조언한다면.
“우선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 코엑스의 규모는 너무 작다.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왜 다른 도시가 아닌 서울에서 만나야 할까? 라스베이거스가 세계 최대의 컨벤션 개최지가 된 것은 낮에는 사업을 논의할 수 있는 시설이 있고 밤에는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 좋은 관광 자원을 갖추고 있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많은 돈을 쓰고 다음번에 더 많은 사람을 데리고 한국을 찾는, 고부가가치 관광객이 아니다.”
▒ 셸던 아델슨 Sheldon Adelson
샌즈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