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윈(Steve Wynn) 윈리조트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의 설계자’다. 1980~90년대 미라지·트레저아일랜드·벨라지오 같은 유명 카지노 호텔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런 그가 이제 “우리 회사는 이제 중국 기업”이라고 말한다. 윈 회장은 2002년 중국 정부로부터 마카오 카지노 운영권을 따냈다. 2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어 카지노 호텔인 ‘윈(2006년)’과 ‘앙코르(2010년)’를 열었다. 이 회사가 마카오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라스베이거스의 3배에 육박한다. 매년 중국 본토에서 마카오를 찾는 20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최대 고객이다. 카지노 리조트 사업도 순항 중이다. 윈마카오(윈리조트의 마카오 자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은 경쟁업체인 샌즈차이나, SJM홀딩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시아 시장에 대해 처음부터 낙관했나.
“당시 모두가 중국이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 사람에게는 도박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바카라(도박 게임의 일종)를 할 수 있게 카지노를 열기만 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주목한 것은 한 사회의 부(富)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사이클이었다. 미국의 경우 1895~1910년 사이에 많은 유럽인이 미국으로 이주해왔다. 그들은 1980년대 이전 중국인들처럼 가진 게 거의 없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민 2세대가 30~40대가 됐을 때 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들은 좋은 삶을 갈구했다. 루이뷔통이나 에르메스를 사고, 좋은 차를 타고, 여행하고 싶어했다. 자신이 가진 부와 자유를 즐기기를 원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중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전까지 몇 달러짜리 가짜 롤렉스를 샀던 사람들이 마카오에 와서 진짜 롤렉스, 진짜 에르메스를 사고 있었다. 3억~4억명의 중국인이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2001년 마카오가 카지노 독점 체제를 깨기로 했을 때 나는 그 대열에 참여하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다.”
중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했나.
“마카오에 진출하기 전까지 중국에서 사업해본 경험이 없었다.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카오에서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카지노는 리스보아뿐이었다. 40년간 증축에 증축을 거듭한 낡은 건물이다. 직접 가보니 카지노가 독립된 작은 방으로 이뤄져 있었다. 증축 과정에서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지만 중국 고객들은 그런 환경에 익숙해 있다. 수퍼마켓처럼 탁 트인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문제는 건물 인테리어였다. 어떻게 하면 현대 중국의 고상함을 인테리어로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때 홍콩에서 묵었던 페닌슐라 호텔을 떠올렸다. 영국 느낌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현대적인 중국의 고상함을 잘 나타낸 호텔로 이름 높은 곳이다. 그래서 혼자 페닌슐라 호텔에 묵으며 인테리어를 연구했다.”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그 다음은 어딘가.
“아시아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가 아시아에서 후보지로 보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와 한국이다.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1만~5만개 일자리가 생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카지노는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쓰게 만든다. 최고급 호텔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하루 숙박료로 800~900달러(약 87만~97만원)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카지노가 있으면 사람들은 방값을 2000~3000달러(약 217만~325만원)까지 쓴다. 카지노 매출이 있어야 공연장, 극장, 쇼핑센터 그리고 내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들었던 화산쇼나 분수쇼 같은 시설에 투자할 수 있다. 결국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개방된 카지노가 필요하다.”
▒ 스티브 윈 Steve Wynn
윈리조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