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0은 60년 전에 개발됐지만, 미군이 현재도 많이 사용할 만큼 뛰어난 기관총이다. 총기는 단지 오래 전에 개발됐다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분야다. <사진 : 위키피디아>
M60은 60년 전에 개발됐지만, 미군이 현재도 많이 사용할 만큼 뛰어난 기관총이다. 총기는 단지 오래 전에 개발됐다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분야다. <사진 : 위키피디아>

최근 한 언론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해양경찰의 어려움을 보도한 적이 있다. 요지는 사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어선들이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작전에 사용한 M60 기관총이 설계된 지 60년 가까이 돼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M249, M240 같은 최신 기관총으로 대체 중이고 국군도 K3 경기관총을 개발해 사용 중이지만, 해경은 예산 문제로 대체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해경 장비의 현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도였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우선 중국 어선이 사격에도 피하지 않는 이유는 M60의 성능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 부득이 총기를 사용해 단속하게 됐지만, 해경의 원칙은 격파가 아닌 퇴거이므로 만일의 사고를 우려해 처음부터 격파나 살상 목적의 사격은 어렵다. 그래서 중국 어선이 겁내지 않는 것이다. 무기가 문제가 아니라 정책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아스피린처럼 무기도 장수 제품 있어

두 번째로 최신 기관총으로 언급한 M249, K3는 사실 M60과 용도가 다르다. 물론 기관총의 기본적 임무는 제압이지만 7.62㎜ 구경탄을 사용하는 M60과 5.56㎜ 구경탄을 사용하는 M249, K3는 원론적으로 역할이 다르다. 그래서 현재 군도 여전히 M60을 대량 사용 중이다. 또한 애당초 기관총은 목표물을 조준해 정확히 타격하는 무기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오류는 설계된 지 60년 가까이 됐기에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정이다. 총도 일종의 공산품이므로 장기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단지 오래 전에 설계됐다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구형 모델이라도 최근에 제작된다면 신품이고 정비만 잘하면 내구연한 동안 성능을 발휘하는 데 문제없다.

우리가 쉽게 접하고 소모하는 상품 중에서 6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개발된 제품이 지금도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장수하는 제품을 스테디셀러라고 부른다. 아스피린 같은 약품이나 코카콜라 같은 음료수는 100년 넘게 꾸준히 생산하고 소비되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그동안 많은 경쟁 기업들은 아스피린이나 코카콜라보다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아스피린, 코카콜라는 여전히 최고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클래식 음악, 미술, 문학 작품도 크게 보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오래 전에 탄생했다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명제는 잘못된 것이다.

많은 기업가는 안정적으로 수입을 안겨주는 스테디셀러를 갖기를 원한다. 그러나 상품, 특히 공산품에서는 이루기 힘든 목표임에 틀림없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같은 경우는 최첨단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고 할 정도로 기능이나 트렌드의 변화가 극심하다.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것이다.

스마트폰처럼 최신만이 살아남을 것 같은 무기의 세계에서도 M60처럼 장기간 사용 중인 것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무기라 할 수 있는 총기 분야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재 최고의 소총으로 평가받는 AK-47이 탄생한 지 70년이 넘었으니 1957년 탄생한 M60도 그렇게 오래된 총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1899년 출시된 아스피린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애용하는 해열 진통제다. <사진 : 위키피디아>
1899년 출시된 아스피린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애용하는 해열 진통제다. <사진 : 위키피디아>

화약 사용하는 총은 진화 한계점 도달

이제 전쟁의 승패는 병력보다 무기의 질에 의해 결정 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성능이 좋은 무기로 무장한 군대와 그렇지 못한 군대와의 대결은 이미 판가름 난 것과 다름없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에 사용하던 복엽기나 간신히 기어 다닌다는 표현이 적합한 전차로 오늘날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60처럼 오래 전에 개발된 무기들이 여전히 현역이라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사일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에 탄생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것도 있다. 많은 나라의 군경이 주력으로 사용 중인 M1911 권총이나 M2 중기관총이 대표적이다.

탄생한 지 100년이 된 이들 총기가 여전히 만들어지고 주력 무기로 사용된다는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같은 시기에 음성 기록 매체는 축음기의 SP에서 턴테이블의 LP를 거쳐 CD 그리고 오늘날의 반도체 저장장치까지 쉬지 않고 변화했다.

사실 무기의 세계도 전반적으로 그렇게 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여러 총기들은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총이라는 무기가 갖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휴대하기 위해 크기가 제한되다 보니 물리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화약을 사용하는 총은 20세기 중반에 진화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아스피린도 마찬가지다. 신체 구조나 생로병사의 과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가장 효과가 좋은 약품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억지 같지만 스테디셀러는 변화가 필요 없는 제품에서나 가능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기업가가 장수 제품을 갖길 원하지만 이루기 힘든 목표일지도 모른다.


▒ 남도현
럭키금성상사 근무, 현 DHT에이전스 대표, 군사칼럼니스트, ‘무기의 탄생’ ‘발칙한 세계사’등 저술